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บทที่ 211 - บทที่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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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라이온 하트를 훔치고 사라진 그녀

일본 한 특급 호텔의 숙소에 도착해서도 계속 모두는 신하늘의 이야기로 열기를 돋우었다.그 기사를 보고도 세나와 나나는 놀랐지만, 하나와 두나는 늘 그렇듯 평소처럼 비아냥거리는 반응만 보였다.“신 비서님은 좋겠어. 연예인 이상으로 주목이나 받고.”“우리 대표님도 그리 아껴주고, 도국 오빠나 L-DS 사장님까지 떠받들어 주다니 어우 부러워. 이거 다 쇼야! 쇼!”도국이란 이름에서 피어오르는 아련함이 세나의 폐부를 찔렀다. 신하늘과 차준호 사이에 자신이 끼어들 틈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매번 깨닫는 자신이었다.역시 지금 보니 도국은 여전히 신하늘에게는 전부를 다 건 남자라는 것 같아서 마음은 절망을 헤맸다.그때 옆에 있던 나나가 호텔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세나에게 건네주었다. 물방울이 페트병 밖에서 구슬처럼 굴렀다.“언니들, 너무 잔인하네요. 사람이 사라졌는데 부럽다니. 신 비서님은 능력 있고 처신도 잘하니 그만큼 대접받고 있는 거예요.”나나가 퉁명스럽게 굴자, 하나는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발끈했다.“딱 보면 모르겠어? 연예인 중에 가끔 잠적했다가 동정심 받고 돌아오는 사람 종종 있잖아!”“신 비서님은 여우야. 잘 봐. 차준호 대표님 마음도 거머쥐고, 김희주도 지옥으로 보내고, 국회의원 선거 안 나가도 욕 안 먹고! 너무 대단한 시나리오잖아?”알고 보면 그렇기는 한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정말 신하늘을 하나와 두나처럼 꼴보기 싫어 누군가 해코지를 한 거라면?생수가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위장에 찬 기운이 서리는 기분이 들었다. 세나는 입가에 묻은 물방울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언니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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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악당에게 열린 지옥의 문

강남경찰서 복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일촉즉발의 기류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평소라면 한밤중의 소란스러운 취객이나 잡상인이 들끓던 평범한 형사과 복도였지만, 오늘 밤만큼은 달랐다. 차준호를 필두로 이아준과 도국까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든 까닭에 경찰서 전체에는 숨조차 편히 쉬기 힘든 중압감이 무겁게 짓눌려 있었다.그리고 평화로웠던 신하늘의 일상을 짓밟고 권력의 탐욕에 눈이 어두워진 김희주가,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걸어오자,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져갔다.김희주의 뒤로는 사복 차림의 정장 사내들이 빽빽하게 장벽을 치며 호위하고 있었다.그녀는 피의자나 조사 대상자의 태도가 아니었다. 오만할 정도로 당당한 표정이라 기가 찼다. 그때 김희주의 뒤에 바짝 붙어 있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힐끔 흘겨본 허기찬이 차준호에게 낮게 읊조렸다.“호화 변호인단을 대동하고 나타났군요. 대표님, 도발을 한번 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허기찬의 말을 들은 차준호는 격앙된 마음부터 가라앉혔다. 이럴 때 먼저 흥분하는 쪽이 패배하는 법이었다. 차준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묵직하게 한마디를 뱉어냈다.“김 의원님, 선을 너무 많이 넘으신 것 같습니다만.”그러자 김희주는 비틀린 입꼬리를 올려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다들 두고 봐.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다니, 절대로 그냥 안 넘어갈 거니까.”“비참이라니요! 자업자득입니다. 본인이 판 무덤에 본인이 빠진 겁니다!”이를 악물고 던진 이아준의 차가운 일침에 이어, 옆에 서 있던 도국이 핏발 선 눈으로 김희주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하늘이에게 티끌 하나라도 상처가 더 생긴다면, 당신 앞날도 결코 편치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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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칼자루를 쥔 인어 공주를 위하여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강남경찰서에서 새벽녘에 잠실로 돌아온 이아준과 도국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이아준의 눈꺼풀은 무겁게 내리앉았고 몸은 솜뭉치처럼 둔하게 가라앉았다. 겨우 소파에 누워 몇십 분 남짓 쪽잠을 청했던 이아준은 샤워를 마친 뒤 수트를 갈아입으며 타이를 매만졌다.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에는 지독한 피로와 그늘이 짙게 배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육체보다 그를 더 괴롭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을지도 모를 신하늘의 잔상이었다.그런 이아준을 묵묵히 바라보던 도국이 어느새 손님방에서 나와 텀블러에 쉐이크를 타서 무심한 듯 건넸다.“빈속으로 출근하지 말고.”단백질 음료가 담긴 텀블러를 받아 든 이아준의 입가에 희미하고 쓸쓸한 미소가 스쳤다.“더 자지 뭐 하러 나와.”“너 가는 거 보고. 자도 돼. 이거라도 마셔.”“사실 아무것도 안 넘어가는데. 네가 준 거니까 먹고 가야겠다.”이아준이 쉐이크를 한 모금 삼키고 다시 정수기로 걸어가 차가운 물을 컵에 가득 채워 벌컥벌컥 마셨다. 차가운 수분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지만,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답답한 열기와 타들어 가는 애타함은 전혀 식지 않았다. “김희주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지니까 일이 더 복잡하고 기괴해진 느낌이야.”“그러게. 김희주라면 잃을 게 많아서 겁만 주겠지 싶었는데······.”도국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이아준은 들고 있던 컵을 조용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차라리 김희주라는 명확한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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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사람 돌아버리게, 찾기만 해

차준호에게 이 저택은 언제나 겨울의 서리처럼 차가웠다.오늘도 저택에는 늘 무거운 정적만이 맴돌았다. 깊은 침묵이 밀려들자, 마치 적진 한가운데로 발을 내딛는 장수의 심정으로 비장하게 발을 디뎠다.1층 다이닝 룸 근처에 있던 고용인 두 명이 차준호를 발견하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아, 대표님.”“오셨습니까. 차라도 준비해 드릴까요?”차준호는 대답 대신 1층 내부를 천천히 훑었다. 평소라면 거실에 머물며 신문을 보거나 뉴스를 틀어놓았을 터였다. “아버지는 어디 계십니까?”“회장님께서는 2층 서재에 계십니다.”집 안을 둘러보는 차준호의 눈매가 미세하게 경련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위화감이 공기 중에 감돌고 있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히 짚어낼 수 없었지만, 본능적인 경계심이 솟구쳤다.“요즘 아버지는 식사를 잘하십니까?”질문이 떨어지자마자 두 고용인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시선을 교차했다. 짧은 침묵 속에 말을 아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평소와 다름없으십니다.”“차는 서재로 올려 보낼까요?”차준호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뒤돌아섰다.***도대체 이 찜찜한 기분의 정체는 뭘까. 무언가 결정적인 한 끗을 놓치고 있다는 조바심이 차준호를 짓눌렀다. 1층 공간을 재차 훑고 손님방 문을 슬쩍 들여다본 뒤, 그는 무거운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2층에 다다르자 서재 너머로 앵커의 긴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뉴스에서는 차준호, 신하늘, 김희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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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진실의 재구성, 칼날이 번뜩이다

“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야!”용산경찰서 취조실 안, 김희주의 날카로운 고성이 차가운 시멘트 벽에 부딪혀 요란하게 튀어 올랐다.신경질적으로 마른세수를 해대던 그녀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 듯 형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은 형사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건조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 바쁘신 분이 왜 고용인을 폭행하셨습니까.”“합의! 합의하면 될 거 아니야!”그때, 곁을 지키던 변호사가 조용히 손을 올려 김희주의 어깨를 눌렀다. 경솔한 언행을 자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음에도 김희주는 터져 나오는 분노와 경련을 주체하지 못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결국 또 경찰 조사를 받다니. 문밖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며 기회를 노리고 있을 기자들의 얼굴이 환각처럼 떠올랐다. 제풀에 성질을 못 이겨 일을 그르친 제 고약한 성격이 원망스러웠다. 스스로 땅을 치고 후회해 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형사는 그녀의 히스테리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무미건조하게 받아쳤다.“신하늘 씨,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곁에 있던 변호사가 얼른 끼어들며 말을 가로챘다.“그건 의뢰인께서 새벽 조사 때 다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안에 대해서 저희 의뢰인은 아는 바가 전혀 없으십니다.”그러자 형사는 변호사가 아닌 김희주를 향해 서늘한 눈길을 흘렸다.“그건 강남경찰서에서 하신 말씀이겠지요. 저희는 용산경찰서입니다. 참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니시니, 이렇게 여러 범죄 혐의로 번갈아 조사를 받으시는 것 아니겠습니까.”“내가 도의적인 책임감으로 이렇게 직접 나와 준 거잖아! 변호사만 보낼 수도 있는데! 좀 쉽게 쉽게 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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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잿더미 아래 숨어 있는 적 또는 아군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였다.게다가 수사기관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결정적 증거’라는 표현을 끌어썼다면, 그건 혐의를 입증할 완벽한 확증이라는 뜻이었다.도국과 이아준은 그 시절 ‘하늘 보육원’을 덮쳤던 참상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처참한 화염 이후, 신하늘의 삶이 얼마나 지옥 같은 진창 속으로 내던져졌는지 누구보다 아프게 알고 있었다.김희주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소름 끼치는 범죄자였다. 그러니 주원형의 한방은 꽤 강력한 무기가 된 셈이었다.옆에 서 있던 이아준 역시 온몸을 미세하게 떨며 도국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김희주, 그 여자는 악마야. 그냥 둬서는 안 돼.도국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신하늘이 지금 어떤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얽히고설킨 타래를 풀 열쇠가 김희주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해졌다.“하늘이와 연관된 것이라면 그 어떤 정보라도 주십시오. 저도 JW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지금은 주원형이라도 김희주를 들쑤셔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 나도 모든 걸 걸었으니까. 관련 정보는 파일 보내줄게.주원형이 얼마나 악독한 인간인데. 강소희를 위해 감히 국회의원과 맞서려 하다니. 사랑이라는 감정이 냉혈한마저 얼마나 무모하게 만드는지 도국은 새삼 놀라게 되었다.전화를 끊은 뒤에도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충격이 여운처럼 남아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도국은 차오르는 한숨을 겨우 눌러 담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때, 이아준이 도국의 어깨를 두드리며 잠시 입을 달싹였다.“국아, 하늘이는 너와 나를 걱정시킬 위인이 아니야.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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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미치겠네, 새장 속에 가둬 놓을 걸

차준호는 너무 놀라 당황한 기색을 미처 숨기지 못했다.불과 며칠 사이에 최기범의 얼굴은 마른 장작처럼 축나 있었다. 광대뼈 아래로 지나치게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수면을 완전히 잊은 자의 얼굴 그 자체였다.차준호는 말없이 냉장고를 열어 맥주 두 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캔 표면에 맺힌 차가운 이슬이 손바닥을 적셨다.“잘됐네. 찾아가려고 했는데.”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은 최기범의 목소리가 정적을 긁어냈다. 팔짱을 낀 두 팔이 보이지 않는 벽을 단단히 쌓아 올리고 있었다.“심란해. 신하늘 때문에. 한잔해.”“하긴, 술이라도 마셔야 살겠지. 난 됐다. 운전해야 해.”최기범의 건조한 말이 낮게 떨어졌다. 녀석이 방어막을 한 꺼풀 벗겨내자, 차준호 역시 돌려 말하는 것을 멈추었다.“내 아버지가 이상해. 선우현은 증발했고, 지금은 너마저도 지독하게 의심스러워.”최근 제 마음을 짓눌러온 불신과 울분이 오랜 벗을 향한 화살이 되어 쏟아졌다. 그러자 최기범이 실소를 흘렸다. 비릿하고 씁쓸한 웃음이었다.“난 우리 엄마 아들이고, 그 피를 고스란히 이어받았지. 근데 차준호, 넌 다른 줄 알아? 차진철 회장님이 얼마나 지독한 냉혈한인지. 그 핏줄 어디 안 가잖아.”차준호의 명치끝이 지독하게 달아올랐다. 정교하게 벼려진 말이었다. 역린을 찌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격분이 이성의 둑을 밀어붙이고 있었고, 그 단단했던 둑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그럼 내가 어떤 놈인지 잘 알겠네. 신하늘에게 티끌만큼이라도 위해를 가한 자는 절대로 가만히 안 둬. 미칠 것 같아.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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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봄을 잊은 그대에게

차준호는 털썩 소파 위로 무너지듯 앉았다. 머릿속이 거센 폭풍을 맞은 듯 아득해졌다. 자수라니. 불과 어제 대표실을 나설 때만 해도 강소희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녀석이었다.대체 최기범이 무슨 죄를 지었다는 말인가. 설마 신하늘의 실종에 녀석이 직접 관여하기라도 했다는 뜻인가.“······허 실장, 자세히 말해 봐.”차준호가 겨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자, 허기찬은 데스크 위에 봉투 하나와 정갈하게 적힌 메모를 정돈해 올려놓으며 급히 설명을 이어갔다.“사직서를 놓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이 메모도 함께 남겨두셨고요. 아직 언론에 기사가 뜨거나 경찰 측에서 공식 수사 상황을 브리핑한 단계는 아닙니다.”사직서 봉투 위에 포스트잇으로 붙여진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준호야, 그동안 고민 많이 했다. 나 자수하러 간다. 나중에 통화하자.]어제 대표실을 나가면서 허기찬의 책상 위에 두고 간 듯했다.차준호는 가쁜 숨을 누르며 요동치는 심장을 겨우 가라앉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휴대전화를 들어 최기범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너 뭐야. 어제 나랑 대화할 땐 이런 말 없었잖아.”차준호의 날 선 추궁에 수화기 너머로 최기범의 덤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너랑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확실히 결심을 못 했지. 하지만 대표실 문을 나서면서 마음을 굳혔다.차준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당황스러움이 차올랐지만, 결국 가슴속에 뭉쳐 있던 의구심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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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

강소희는 지금, 제 생애 그 어느 순간보다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었다.단 한마디 얹지 않아도, 고함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모든 카메라의 렌즈가 오직 자신만을 향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였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진심을 다해 플래시 세례 앞에 섰다.불합리한 악을 심판하듯 당당하게 마이크를 쥔 주원형의 모습은 대중의 뇌리에 강렬한 기준점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주원형은 지금 모든 것을 걸고 연인을 지켜내는 기사, 그 자체였다. 이것으로 충분했다. 추락할 리 없었다. 다시 한번 완벽하게 날개를 달 수 있으리라는 확신 속에, 강소희는 차분하게 기자회견장을 지켰다.기자회견장의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던 바로 그 순간, 날카로운 질문 하나가 정적을 갈랐다.[언제부터 사귀는 사이였습니까?]“저는 강소희 씨와 처음부터 가까운 사이였고, 최근 1년 전부터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강소희 씨는 김희주 의원에게 무슨 약점을 잡히신 겁니까?]“약점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세종동 서쪽 출신이었다가 부유한 가정으로 입양되었던, 안타까운 어린 시절의 배경만 있을 뿐입니다.”어차피 김희주와 사생결단을 내야 하는 판이었다. 숨기기보다 먼저 들추어내는 편이 유리했다. 이미 국민적 여론은 김희주라는 거대 악을 향한 마녀사냥으로 치닫고 있었으니, 이제 와 그녀가 무슨 입을 놀린다 한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터였다.강소희는 그저 주원형만을 의지하듯, 눈물 맺힌 눈으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스피커를 타고 쏘아지는 기자들의 고성 속에서, 한 기자의 질문이 모두의 귓전에 박혔다.[1월 1일, 차준호 대표와 함께 있었던 일에 대해선 왜 함구하십니까?]화면이 강소희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클로즈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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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체크메이트: 지독한 승리의 궤적

손끝으로 귤껍질을 벗겨내자, 얇은 표피가 갈라지며 과즙 섞인 주황빛 향수가 공간을 단숨에 채웠다.새콤하고도 달콤한, 지독할 만큼 싱그러운 감각.서울에서의 마지막 순간들은 무취의 공허함 속에 묻어두었다. 생존을 방해하는 과잉 감정들을 본능적으로 차단해 버린 것처럼. 그곳에는 지금 난폭한 함박눈이 쏟아진다 했지만, 이곳 제주의 밤하늘은 말없이 따뜻한 별빛만을 내리쬐고 있었다.달걀로 바위 치기라 여겼던 김희주와의 진흙탕 싸움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 여자가 누려온 안락한 삶 한가운데,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치욕스러운 오염 자국 하나는 남기게 되었다.그런데 이번에 그 누군가는 아예 나를 납치하려고 범죄까지 저지르려 하다니.그러니 내가 이대로 숨죽여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당연하죠.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버린 인간들이니, 그 죗값은 뼈저리게 치르게 해야죠.”김희주든, 차진철이든. 제삼자든.나를 정치라는 판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도록 신변에 치명적인 위해까지 서슴지 않던 치밀한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자취를 감춘 지금, 여론이 들끓어 누군가는 목이 죄어오는 듯한 공포 속에서 밤잠을 설치고 있을 터였다.앞으로 펼쳐질 완벽한 시나리오를 떠올리자 서늘한 희열이 등골을 탔다. 유독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고, 입안에서 터지는 이 귤처럼 달콤하고 잔혹한 반격의 봄이 오고 있었다.“와, 신 비서 언니 진짜 강심장이네요. 경찰도 따돌리고, 친구들까지 싹 속이고. 우리 오빠도 지금 난리 났을 텐데.”나를 신기한 생물 보듯 바라보는 차진아의 옆에서, 고미주 역시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이런 깡다구가 있으니까 김희주를 수렁에 처넣고 회장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거 아냐? 게다가 우리 차 대표를 완벽하게 휘어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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