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아침 빛이 조금 더 짙어졌다.밤을 버티고 나온 시간의 빛은 언제나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완전히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둠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닌 그 중간의 색. 형의 집 안 공기는 그 빛처럼 묘하게 고요했다.건우는 노트북을 닫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 안에는 형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서랍 속 정리된 서류, 벽에 걸린 시계, 책장 위에 놓인 오래된 상패까지. 누군가가 살다가 갑자기 사라진 집은 늘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물건들은 그대로인데, 그걸 사용하던 사람만 빠져 있는 공간.그 어색한 공백이, 오히려 사람의 부재를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하나는 노트북을 다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이 자료.”건우가 고개를 들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야.”그녀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의미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형이 남긴 계좌 흐름과 메모, 그리고 김도현이라는 이름까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사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정보였다.건우는 잠시 창문 밖을 바라봤다.거리에는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출근 시간 전이라 그런지 자동차 몇 대만 지나가고 있었고, 먼 곳에서 청소차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아무 의미 없는 풍경이었겠지만, 지금은 그 평범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누군가는 형을 죽였고, 그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그 사실을 알고 난 뒤로는 세상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건우는 다시 하나를 바라봤다.“지윤 변호사.”그가 말했다.하나는 곧바로 이해했다.“형이 만나려고 했던 사람.”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형이 이 자료를 들고 가려고 했던 이유가 그거라면.”그의 말은 천천히 이어졌다.“지윤 변호사가 뭔가 알고 있을 수도 있어.”하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형이 직접 정리한 자료를 가지고 변호사를 찾으려 했다면,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법적인 절차를 준비하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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