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속 남자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체형과 걸음걸이, 휴대폰을 조작하는 손의 각도까지 분석한 결과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계열사 보안팀 외주 계약자 중 한 명, 사고 당시 형의 동선 근처에서도 기지국 위치가 겹쳤던 인물이었다.확정은 아니었지만, 우연이라 보기엔 겹침이 지나치게 많았다.하나는 자료를 정리하며 말했다.“이 사람, 형 사고 직전에도 근처에 있었어.”건우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럼 연결선이 생겨.”“아직은 선이야.”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점이 아니야.”그 말은 냉정했다.감정으로는 이미 확정이었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가설이었다.그 순간, 감사관에게서 연락이 왔다.외부 압력으로 사건의 관할을 상부 특별팀으로 이관한다는 통보였다.공식 이유는 ‘공정성 확보’였다.하나는 통화를 끊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이관이래.”그녀가 낮게 말했다.건우는 바로 이해했다.사건을 빼앗는 방식이었다.“그럼 넌.”그가 묻자, 하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난 완전히 빠져.”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빛은 흔들렸다.“기록은 넘어가. 내가 모은 자료도.”그 말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었다.이건 싸움의 주도권을 잃는다는 뜻이었다.건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알고 있었다.이관은 수사를 정리하는 가장 깔끔한 방법이라는 걸.“넌 괜찮아?”그가 물었다.하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괜찮지.”그러나 그 한 단어에는 오래 붙잡고 있던 무게가 실려 있었다.“내가 계속 들고 있으면 더 흔들려. 저쪽은 나를 공격하는 걸 멈추지 않을 거야.”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특별팀이 맡으면, 적어도 표면은 깨끗해져.”그녀의 선택은 전략이었다.그러나 그 전략은, 동시에 자신을 뒤로 빼는 일이기도 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건우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말했다.“그럼 여기까지야?”그 질문은 사건을 향한 것인지, 감정을 향한 것인지 모호했다.하나는 운전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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