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이 발송된 뒤, 사무실의 시간은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흘러갔다.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낮은 대화가 이어졌고, 복도를 오가는 발걸음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평온함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건우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노트북 화면을 켜 둔 채,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선은 사무실 안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조금 전. 김도현이 사무실을 나왔다.그리고 그 순간. 공기의 결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하나는 건우 옆에 서 있었다.“봤지.”그녀가 낮게 말했다.건우는 짧게 대답했다.“응.”그의 시선은 복도 끝을 향하고 있었다.“평소보다 빠르다.”그 말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었다.김도현은 원래 움직임이 느린 사람이었다. 서두르지 않았고, 항상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방금은 달랐다. 걸음이 짧았고,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하나는 조용히 말했다.“메일 봤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다.”잠시 후 덧붙였다.“내용도 이해했고.”그 말이 떨어지자,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이제 상황은 분명해졌다.정보는 전달됐다.그리고, 상대는 반응했다.서하는 창가에 기대 선 채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생각보다 빠르네.”그녀가 말했다.건우의 시선이 백미러 대신 창가 쪽으로 향했다.서하는 가볍게 웃었다.“급한 사람일수록.”잠시 후 덧붙였다.“첫 반응이 티 나거든.”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은 사실이었다.완전히 준비된 사람은 움직임을 숨긴다.하지만, 갑작스럽게 흔들린 사람은 움직임이 먼저 나온다.건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하나는 그를 바라봤다.“어디 가.”건우는 짧게 말했다.“확인.”그는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하나도 뒤따라 움직였다.복도를 따라 걷는 동안, 건우의 시선은 주변을 훑고 있었다. 직원 몇 명이 서류를 들고 지나갔고, 멀리서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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