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를 빠져나오는 순간, 공기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건우는 바로 뒤를 붙지 않았다. 한 템포 늦춘 채 골목 끝에서 방향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도로의 흐름에 섞였다. 앞차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야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 거리. 그 미묘한 간격이 지금 필요한 전부였다.김도현의 차량은 속도를 조금 올렸다.아까와는 달랐다. 확인하듯 멈추던 움직임이 사라지고, 목적지를 향해 곧게 뻗는 선처럼 달렸다. 망설임이 사라진 대신, 서두름이 남아 있었다.하나는 창밖을 보며 낮게 말했다.“아까보다 빠르다.”건우는 짧게 대답했다.“정리 끝났으니까.”그의 시선은 앞차의 테일램프에 고정되어 있었다.가방.작은 크기였다. 손에 쥐고 나올 수 있을 만큼 가벼워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가볍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종이 몇 장일 수도 있고, 저장 장치일 수도 있었다. 어떤 형태든, 그 안에는 옮겨야 할 이유가 있었고 숨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서하는 뒷좌석에서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였다.“버리는 건 아니겠지.”건우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아니다.”잠시 후 덧붙였다.“가치가 있으니까 들고 나온 거다.”차량은 큰 도로로 합류했다.차선이 늘어나면서 차량 흐름이 복잡해졌고,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기가 조금 더 까다로워졌다. 건우는 속도를 무리하게 맞추지 않았다. 대신 차선을 한 번 바꿔, 시야를 확보하는 쪽을 택했다.김도현의 차량이 한 차선 앞으로 빠져나갔다.건우는 그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한 박자 늦춰 같은 방향으로 진입했다. 급하게 따라붙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뒤를 잇는 것이 더 중요했다.하나는 그 흐름을 읽고 있었다.“눈치 보고 있네.”건우는 짧게 말했다.“계속 본다.”그의 시선이 백미러와 앞차 사이를 오갔다.김도현의 차량은 간헐적으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올렸다. 뒤차를 확인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일정하게 달리면 보이지 않던 패턴이 속도의 흔들림 속에서 드러난다.서하는 창문에 턱을 괴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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