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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Chapters

131. 멈춘 자리의 이유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 도로의 소음이 한 겹 꺼졌다.차가 드문 구간이었다. 양쪽으로 낮은 건물들이 붙어 있었고, 간판이 오래된 상가 몇 곳이 띄엄띄엄 보였다. 햇빛은 건물 사이로 잘게 쪼개져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고, 그 위로 먼지가 얇게 떠 있었다.건우는 속도를 더 낮췄다.엔진 소리가 골목 안에서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시선을 끌 필요는 없었다.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앞쪽에서 검은 세단이 멈춰 있는 모습이 보였다.김도현의 차량이었다.건우의 눈이 미묘하게 좁아졌다.“멈췄다.”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창밖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여기서?”그녀의 말에는 약간의 의문이 섞여 있었다.이곳은 특별히 눈에 띄는 장소가 아니었다.사무실도, 창고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오래된 건물들이 이어진 골목 한가운데, 굳이 차를 세울 이유가 없어 보이는 자리였다.건우는 차를 바로 붙이지 않았다.골목 입구 쪽에 가까운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차를 세웠다.엔진을 끄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여기서 내리진 않을 거다.”그가 말했다.하나는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왜.”건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확인 중이다.”그의 시선이 앞차에 머물렀다.“누가 따라왔는지.”그 말이 떨어지자 차 안이 더 조용해졌다.서하는 뒷좌석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맞네.”그녀가 말했다.“한 번에 안 들어가네.”김도현의 차량은 시동이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브레이크등이 약하게 켜져 있었고, 운전석에 앉은 실루엣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그는 기다리고 있었다.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건우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이 상황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도착이 아니라, 확인이었다.하나는 낮게 말했다.“눈치챘을까.”건우는 짧게 고개를 저었다.“완전히는 아니야.”잠시 후 덧붙였다.“근데 감은 잡았을 거다.”그 말은 지금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김도현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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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의심이 증거로 바뀌는 시간

공터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막 들어간 사람의 흔적만 남겨 둔 채, 바람은 건물 벽을 스치며 천천히 흘렀다. 오래된 간판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아래 바닥에는 얇은 먼지가 깔려 있었다.건우는 차 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문 하나였지만,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이제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김도현이 스스로 들어간 공간.그리고. 그가 지키려는 것들이 모여 있을 장소.하나는 조용히 말했다.“바로 들어갈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선택을 묻고 있었다.건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시선은 여전히 건물 입구에 머물러 있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저었다.“아직 아니다.”짧은 말이었다.하지만 이유는 분명했다.지금 들어가는 건, 확인이 아니라 충돌이 된다.그리고 그 충돌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안에서 뭐 하는지부터 봐야겠네.”건우는 천천히 말했다.“응.”그의 시선이 공터 전체를 한 번 훑었다.차량 위치.건물 구조.주변 출입로.모든 것이 머릿속에 정리되고 있었다.“나갈 때 잡는다.”그 말은 계획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방향이었다.서하는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그럼.”그녀가 말했다.“안에서 뭘 하든 상관없다는 거네.”건우는 짧게 대답했다.“아니.”잠시 후 덧붙였다.“그게 중요하다.”차 안 공기가 다시 조용해졌다.건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안에서.”그의 말이 이어졌다.“자료 옮기거나.”잠시 후 덧붙였다.“숨기거나.”그의 시선이 문에 고정됐다.“그 과정이 필요하다.”하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지금 당장 들어가면, 단순히 ‘의심’ 단계에서 끝날 수 있다.하지만, 김도현이 안에서 실제로 무언가를 움직인 뒤라면. 그건 증거가 된다.하나는 조용히 물었다.“얼마나 기다려야 해.”건우는 잠시 생각했다.“길지 않을 거다.”그의 대답은 단순했다.“급한 상태니까.”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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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스밀 때

공터를 빠져나오는 순간, 공기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건우는 바로 뒤를 붙지 않았다. 한 템포 늦춘 채 골목 끝에서 방향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도로의 흐름에 섞였다. 앞차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야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 거리. 그 미묘한 간격이 지금 필요한 전부였다.김도현의 차량은 속도를 조금 올렸다.아까와는 달랐다. 확인하듯 멈추던 움직임이 사라지고, 목적지를 향해 곧게 뻗는 선처럼 달렸다. 망설임이 사라진 대신, 서두름이 남아 있었다.하나는 창밖을 보며 낮게 말했다.“아까보다 빠르다.”건우는 짧게 대답했다.“정리 끝났으니까.”그의 시선은 앞차의 테일램프에 고정되어 있었다.가방.작은 크기였다. 손에 쥐고 나올 수 있을 만큼 가벼워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가볍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종이 몇 장일 수도 있고, 저장 장치일 수도 있었다. 어떤 형태든, 그 안에는 옮겨야 할 이유가 있었고 숨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서하는 뒷좌석에서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였다.“버리는 건 아니겠지.”건우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아니다.”잠시 후 덧붙였다.“가치가 있으니까 들고 나온 거다.”차량은 큰 도로로 합류했다.차선이 늘어나면서 차량 흐름이 복잡해졌고,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기가 조금 더 까다로워졌다. 건우는 속도를 무리하게 맞추지 않았다. 대신 차선을 한 번 바꿔, 시야를 확보하는 쪽을 택했다.김도현의 차량이 한 차선 앞으로 빠져나갔다.건우는 그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한 박자 늦춰 같은 방향으로 진입했다. 급하게 따라붙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뒤를 잇는 것이 더 중요했다.하나는 그 흐름을 읽고 있었다.“눈치 보고 있네.”건우는 짧게 말했다.“계속 본다.”그의 시선이 백미러와 앞차 사이를 오갔다.김도현의 차량은 간헐적으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올렸다. 뒤차를 확인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일정하게 달리면 보이지 않던 패턴이 속도의 흔들림 속에서 드러난다.서하는 창문에 턱을 괴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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