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이 흐려질 즈음, 건우는 다시 신우의 집 쪽으로 향했다.비는 오지 않았지만, 며칠 전 폭우가 남긴 얼룩이 아직 아스팔트에 남아 있었다.그날 밤을 자꾸 떠올리게 하는 흔적이었다.건물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출입 기록은 여전히 허술했다.“폭우로 일부 서버가 다운됐다”는 설명뿐이었다.차량 번호도, 방문자 로그도 불완전했다.하지만 건우는 포기하지 않았다.지하 주차장 쪽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며, 그날의 동선을 머릿속에 다시 그렸다.형은 6시 42분에 메시지를 받았고, 9시 전후에 오라고 했다.그렇다면 그 사람은, 최소한 8시 50분쯤에는 이 근처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높다.폭우가 쏟아지던 밤. 우산을 쓰고 걸어 들어온 사람.그는 경비실 안 CCTV 백업 하드가 별도로 남아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메인 서버는 고장났지만, 로컬 저장은 일부 복구 가능하다고.“그날 8시 반 이후 영상만 확인 가능합니까.”경비원이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화질은 좋지 않습니다.”건우는 모니터 앞에 섰다.흐릿한 화면. 빗물이 렌즈를 타고 흐르던 장면.시간은 8시 57분.건물 입구 쪽에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우산을 접는 동작이 보였다.긴 머리.검은색 계열 코트.얼굴은 보이지 않았다.9시 03분.엘리베이터 앞.같은 인물로 보이는 실루엣이 다시 찍혔다.경비는 메모를 확인했다.“저 시간대, 외부 방문 기록은 없습니다.”건우는 화면을 멈춘 채 바라봤다.기록은 없지만, 사람은 있다.그 사람은 출입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형이 직접 내려와 문을 열어줬을 가능성.그는 심장이 조금 느려지는 걸 느꼈다.그날 밤, 형은 기다리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 건우는 말없이 운전했다.머릿속에는 젖은 우산을 접던 손의 움직임이 남아 있었다.여자일 가능성이 높다.그 생각은 이상하게도 차갑지 않았다.오히려 명확했다.집에 들어섰을 때, 하나는 창가에 서 있었다.불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다녀왔어요.”건우가 먼저 말했
Last Updated : 2026-05-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