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네가 부르면 나온다”고 말한 이후로, 그 문장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건우는 그게 허세인지, 농담인지,아니면 정말로 가능한 일인지 구분하지 못했다.다만 그 말이 이상하게 남아 있었다.사건 기록보다 오래.다음 날 낮, 그는 일부러 집에 일찍 들어왔다.하나는 아직 퇴근 전이었다.집은 조용했고, 그 고요가 오히려 더 신경을 건드렸다.건우는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났고, 창가에 섰다가 다시 돌아왔다.휴대폰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했다.누굴 부른다는 건, 무언가를 인정하는 일과 비슷했다.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그 원하는 게 누구인지 묻는 것.그는 고개를 저었다.“미쳤어.”입 밖으로 내뱉었지만, 부정이 되지는 않았다.저녁이 깊어졌다.하나는 평소보다 늦게 돌아왔다.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건우는 본능처럼 고개를 들었다.“왔어.”그녀의 목소리는 피곤해 보였다.“응.”짧은 대화.일상적인 동선.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향하는 뒷모습.하나였다.건우는 한동안 그 등을 바라봤다.가끔은 헷갈렸다.어디까지가 하나고, 어디서부터가 서하인지.하지만 그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같은 몸이었다.같은 기억을 공유하지 않을 뿐.저녁을 먹는 동안, 둘 사이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하나는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멈췄고, 건우는 그걸 알면서도 먼저 묻지 않았다.그 공기가 점점 눅눅해졌다.결국 하나가 입을 열었다.“너, 요즘 나한테 할 말 없지.”그 말이 뜻밖이어서 건우는 잠시 멈췄다.“왜 그렇게 생각해?”“눈이 그래.”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뭔가 말하려다 말고, 묻고 싶다가도 안 묻는 눈.”건우는 시선을 피했다.그녀는 더 말하지 않았다.대신 아주 낮게 덧붙였다.“혹시… 나한테 화난 거 있어?”그 질문이, 이상하게 가슴을 찔렀다.“아니.”“그럼.”그녀는 말을 고르다 멈췄다.“나를… 피하는 이유가 뭐야.”건우는 대답하지 못했다.이유는 하나가 아니었기
Last Updated : 2026-05-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