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로맨스를 새로고침.: Kapitel 81 – Kapitel 90

105 Kapitel

81화. 보고 싶었어

이수가 출근길에 올랐다. 모스 문 입구에 붙여진 구인 광고.현준의 빈자리가 컸던 탓에 소라는 결국 구인문을 붙였다. 출근할 때마다 보이는 그 메모가 가라앉은 이수의 기분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염치도 없지. 두 사람 앞에 나설 자격 따위 없다면서 현준이 너무 보고 싶어. 이대로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제대로 된 인사조차 하지 못했는데.이수는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며 만지작거렸다. 연락이 두절된 채 몇 주가 지나가자 이수는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그가 힘들어하면 보내주겠노라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게 그를 살리는 길일 테니까. 비록 자신은 괴로워 죽을지언정 현준을 위해서라.이수는 휴대폰의 잠금장치를 풀고선 망설이다 화면이 닫히기를 여러 번 반복한 뒤에야 톡톡 메시지를 써 내려갔다. [ 현준아… 잘 지내지? ]썼다가 이내 지웠다. '잘 지내지?’라는 물음이 그에게 너무 무심하게 들릴까 봐 염려스러웠다.[ 현준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괜찮아지면 연락 줘. ]보고 싶어, 정말…차마 ‘보고 싶다’는 마지막 말은 덧붙이지 못했다. 죽을힘을 다해 상희를 정리하고 있을 현준에게 제 그리움이 자칫 철없는 투정처럼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몇 분 뒤, 문자 알림을 알리는 짧은 진동이 울렸다. 현준이었다. 기적처럼 그에게서 답장을 받았다.[ 나의 현준❤️/ 미안… 연락이 너무 늦었지… 그동안 좀 아팠어.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걱정시켜서 미안해. ]현준의 메시지를 확인하자 이수는 코끝이 찡해지며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가슴 한구석이 시큰대는 게, 어느새 그는 이수의 눈물 버튼이 되어 버렸다.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팠던 건지, 지금은 정말 괜찮은 게 맞는지 묻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이제 겨우 기운을 차리고 있을 그를 보채고 싶지 않았다.[ 꼭 잘 챙겨 먹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알려 줘. ] 아쉬운 대로 그를 위해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삼켰다. 그 이상의 표현은 자신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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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유린당한 밤 (1)

*본 회차에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강압적인 관계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으니 독자 여러분의 주의를 부탁드립니다."보고 싶었어…"한기가 서려있던 방 안, 이수의 떨리는 한마디가 하얀 김과 함께 공기 중에 번졌다. 그러나 그 말은 현준의 내면에 쌓여 있던 고통을 건드린 불씨가 되고 말았다.'너, 네 엄마가 죽어가는 중에도 홍이수랑 섹스하면서 뒹굴었잖아~ 키킥, 넌 그런 쓰레기야. 쓰레기는 쓰레기답게 살아야지. 쓰레기 좋다고 달려드는 홍이수도 쓰레기니까 잘 됐네! 키킥. 너 그날도 계속 홍이수 빨고 싶어 했잖아! 뭘 망설여, 빨리 먹어버려, 눈앞에 네 먹잇감을!'현준의 눈빛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이수의 목을 확 잡아끌어 한 입에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킬 듯이 물어뜯었다. 거친 숨을 들이켜며 입술을 빨아 뭉개고 자신의 상체에 힘을 실어 이수를 눌러 내렸다. 그는 순식간에 이수의 골반 위에 올라타 그녀를 자신의 아래, 침대에 가뒀다. 늘 부드럽고 다정하게 부끄러움 많은 이수를 배려하던 현준은 그곳에 없었다. 오늘 그는 오직 갈증을 채우기 위해 사냥에 나선 매서운 맹수와 같았다. 한이 서린 듯 싸늘하게 가라앉은 그의 눈빛은 낯설도록 소름 끼쳤다. 깊고 어두운 심연에 빠진 낯빛은 갈 길을 잃은 듯 보였다.포악하게 몰아넣는 그의 혀가 입안 점막을 뚫을 듯 헤집었고 거친 숨을 사정없이 불어넣었다. 숨이 가빠진 이수는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잔경련을 일으켰다.주먹으로 현준의 어깨를 밀치며 입을 떼어내려 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다. 단단한 이에 부딪혀 이수의 입술 안쪽 여린 살이 터져 나갔고 입안 가득 비릿한 쇠맛이 혀끝에서 차갑게 맴돌았다.현준이 이수의 귓불과 목덜미를 잡아 뜯을 듯 흡입할 때 그제야 이수는 큰 숨을 들이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아, 하아, 혀, 현준아... 그, 그만..."이수의 애원에도 현준은 반응이 없었다. 그저 눈앞에 놓인 대상을 잡아먹겠다는 맹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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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유린당한 밤 (2)

*본 회차에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강압적인 관계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으니 독자 여러분의 주의를 부탁드립니다.현준의 노골적인 시선이 훤히 드러난 이수의 가슴부터 이어지는 곡선을 음미하며 바지 앞섶을 내리자 페니스가 선액을 뿌리며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그가 이수의 액을 손에 묻혀 자신의 물건을 쓸었다. 이수는 현준을 보며 덜덜 떨리는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었다. 현준은 이수의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내린 뒤 손으로 그녀의 양 뺨을 눌러 입을 벌렸다. 뜨겁게 자신의 숨을 그 안에 불어 넣은 뒤 이수의 두 다리를 하나씩 잡고 자신의 허리 쪽으로 끌어올렸다. 이수의 엉덩이가 공중에 들리자 몸 안으로 그의 기둥이 불쑥 들어왔다. "윽..."미간을 사정없이 구긴 현준의 잇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잘 들어가지 않자 몇 번의 허리짓으로 기어코 이수의 몸 안에 제 것을 다 밀어 넣었다. 저항하는 이수의 몸이 활처럼 휘어 올랐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 아래 눈동자가 뒤집어지고 있었다.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눅진한 숨이 흘러나왔다. 현준은 이수의 허벅지를 감싸 엉덩이를 그러잡고 거침없이 제 것을 박아 넣었다. 퍽퍽퍽, 살이 세차게 부딪히는 과격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쏟아지는 희뿌연 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를 악다물고 고개를 젖힌 현준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지고 있었다. 이수의 몸이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고 몸이 부서져라 박아 넣는 그의 움직임은 흡사 폭력에 가까웠다. 질 내벽을 거칠게 뚫고는 이내 도달한 자궁구까지 그대로 꽂아버리는 것 같았다.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황홀경을 맛보는 이수는 스스로가 더럽다는 생각에 눈물이 차올랐다. 쾌감에 숨이 가빠지고 신음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자신의 저항은 단단하게 세워올린 벽을 홀로 맨주먹으로 내리치는 것 같았다. 손 마디가 짓이겨지고 피가 터져도 끝내 부서지지 않는 저승의 벽 같았다. 지쳐버린 이수는 현준을 포기해 버렸다. 그러자 이수의 몸은 오래전부터 원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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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마지막 선물

시간이 지나 진정이 된 현준은 소파에 기대어 앉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곁에만 가도 지독한 술 냄새가 진동했다. 술에 완전히 먹혀버린 사람 같았다. 현준이는 단 한 번도 제 앞에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마치 고통을 어떻게든 지워내려 부단히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휴…. 이수는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현준 곁에 앉아 거실 등을 멍하니 쳐다봤다. 방금 일어난 일들이 실제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몸 여기저기에 주홍 글씨처럼 새겨진 낙인들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물린 듯한 자국이며 멍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특히 손목에 물감을 칠한 듯 붉은 줄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현준이 깨어나면 어떤 표정과 태도로 그를 대해야 할지 이수는 한참을 고민해 보았지만 끝내 답을 찾지 못했다. 그 순간 구슬프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현준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잠든 줄로만 알았는데 두 뺨 위로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엄마, 가지 마… 돌아와… 흐흑…내가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 다신 안 그럴게... 앞으로는 엄마 곁에 꼭 있을게… 윽, 윽… 엄마… 엄마… 제발, 제발 돌아와 줘…으윽 흑…” 헐떡이듯이 현준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지켜보던 이수는 목구멍에 큰 돌멩이라도 들어앉은 것처럼 답답했다. 이내 명치 부근이 꽉 조여 왔다. 울컥울컥 뜨거운 덩어리가 자꾸 입 밖으로 비집고 나오려 하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가 체감하는 고통은 이수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짙었다. 이수는 그의 지독한 죄책감이 짓누르는 무게를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아... 아… 현준아… 우리 이제 어떡해… 침울하고 비통한 어둠이 차갑게 내려앉아 위태로운 그 밤을 가득 채웠다. *** 여기가… 어디지… 현준이 처음 와보는 꽃밭이었다. 노란 프리지어가 가득한 노란 들판이었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다면 엄마 한 번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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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입영 통지서

중학교 교사였던 상희는 매일 아침 아이들보다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상을 차렸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자녀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정성껏 준비했고 늘 오색 오간자 밥상보를 덮어두곤 했다. 상희가 매일 아침 정성껏 차려준 밥을 입에도 대지 않고 집을 나선 적이 열에 여덟은 되었다. 십 분 일찍 일어나 밥 먹고 가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엄마의 정성을 외면했던 과거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이제는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소중한 엄마의 손맛, 유통기한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단 한 톨도 남기지 않았을 것을. 깊은 절망과 후회가 거대한 쓰나미처럼 그를 덮쳐왔다. 마치 그를 통째로 삼켜 버릴 듯 작정하고 몰아쳤다. 현준은 식탁 모서리를 부여잡고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명치끝에 내내 걸려 있던 핏덩어리 같은 후회를 토해냈다. 누가 알았겠나, 이렇게 허망하게 엄마를 떠나보내게 될 줄. 상희를 상실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현준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참담했다. 한참을 쏟아낸 눈물을 닦아내며 현준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눈앞에 놓인 밥상을 상희가 차려준 마지막 선물이라 여기며 하나도 남기지 않고 성의 있게 꼭꼭 씹어 먹었다. 목구멍으로 넘기는 밥이 온전히 소화되어 엄마의 사랑으로 몸 구석구석에 각인되기를 바랐다. 천천히, 오래도록 정성껏 씹었다. 분명 상희의 손맛은 아니었지만 현준의 그리움을 채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눈물 섞인 한 상을 비우고 난 뒤 현준은 덤덤하게 설거지를 마쳤다. 게워내듯 울음을 토해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엄마… 안녕. 잘 가… 많이,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상희의 그림자 끝자락이라도 붙들고 있던 미련을 비로소 놓아준 후에야 이수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때 소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어, 드디어 전화를 받네. 이수의 힘이 대단하긴 대단하다.} 이수…? “...무슨 소리야, 이수라니?” {어제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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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별일이네

어제 제게 일어났던 일이 내내 묵직한 돌덩이가 되어 명치끝에 콱 박혀 있었다. 이수는 모스 문으로 출근해야 했지만 발길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소라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어제 현준의 집 다녀온 이야기를 어떻게, 어디까지 털어놓아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제 딱 열 걸음만 더 가면 모스 문인데 왜인지 걸음을 이어 가기가 두려웠다.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은 채 발로 땅바닥을 툭툭 찼다. 휴대폰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현준의 집에서는 휴대폰을 꺼낸 적이 없으니 그곳에 두고 올 리는 없었다. 의도하지 않아도 한숨이 푹푹 새어 나왔다. 출근 시간이 다 되어 별수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장님, 저 왔어요."이수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소라는 한눈에도 이수의 안색이 어둡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전에 현준과 통화한 내용이 마음에 걸렸던 소라는 이수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참이었다."이수야, 어제 현준이네 갔었지? 혹시… 무슨 일 있었니? 어머, 너 입술... 어떻게 된 거야?"모스 문에 들어서자마자 날아온 질문에 이수는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아... 이건 제가 어제 잘못 깨물어서... 현준이 집에선... 아무 일도 없었어요. 현준이가 내내 자고 있어서 밥만 차려놓고 바로 나왔어요."아무 일 없었던 것이 아님이 분명한데 입술을 달싹이며 초조해하는 이수의 모습에 소라는 더 이상 물어봐선 안될 것 같았다. "그래… 어제 거기까지 갔는데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나와서 아쉬웠겠네. 그래도 다녀와 줘서 정말 고마워.""네…"이수는 굳은 얼굴로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는 일할 채비를 하러 스태프 룸에 들어갔다. 어제 있었던 일이 파도처럼 밀려와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심호흡을 하고 가슴을 진정시킨 뒤 앞치마를 두르고 홀로 나왔다.일할 때마다 들썩이는 이수의 소맷단 아래로 희미하게 멍이 보였다. 잘못 본 거라 생각했다. 어디에 결박되지 않고서야 저런 멍이 있을 리 없을 테니까. 이수에게서 왠지 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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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구준호, 선 넘네

현준은 택시를 잡아타고 모스 문으로 향했다. 반 정도 왔을까, 이수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울렸다. 「010-XXXX-XXXX」어, 이 번호는 아까 모스 문에 오겠다는 사람인 것 같은데. 받아볼까…? 받아도 되겠지. 현준은 이수의 휴대폰을 자신이 갖고 있다고, 그 바람에 그쪽 연락을 못 받았을 거라고 알려 주려 했다. "여..."{ 여보세요? 전화기 주인인데요. }...어? ...이 목소리 나 아는데... 아는 목소리인데. 구준호잖아.귀에 익숙한, 불편한 목소리에 현준은 머리가 하애졌다. {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셨으면 말을 하셔야죠. 사례해 드릴 테니 폰을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준호의 목소리에 당황한 현준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현준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저장되어 있던 그의 번호를 찾아 숫자를 하나하나 대조해 봤다. 제길, 번호가 같다. 왜지… 구준호가 왜 나서는 거지…?이수의 휴대폰을 왜 제 것인 양 행동하는지. 둘이 개인적으로 만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구준호가 이수를 대신해 전화를 걸 만큼 친분이 있었나? 현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현준의 깊은 속에서 감정이 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복잡한 머릿속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택시는 모스 문 건너편에 멈춰 섰다. 현준은 조금 떨어진 코너에 택시를 세우고 내렸다.카페의 밝은 조명 탓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손님이라곤 구준호뿐이었다.씨발. 구준호, 이수 앞이라고 표정이 좋네. 현준은 어제 일로 이수가 이별을 고할까 불안하던 참에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걸 보자 견딜 수 없이 불쾌해졌다. 준호가 이수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감정이 더욱 날카롭게 곤두섰다.마음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간간이 미소 짓는 이수를 보니 가슴이 시큰거렸다. 하아... 한심한 새끼.그래도 웃고 있을 때만큼은 이수의 기분이 괜찮아 보이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놓이기도 했다. 이수가 구준호와 시간을 보내며 기분을 덜어낸 다음 자신을 만나는 편이 낫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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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용서해 줘, 제발

몇 분전. "언제 끝나?""곧 마감하려고…""차로 데려다줄게."수척해진 이수가 저대로 잘 걸어나 갈 수 있을까 싶어 에스코트를 자처했다. 사실은 둘만의 시간을 조금 더 갖고 싶었던 준호의 숨겨진 마음이었다."아, 그럴 필요 없어. 집 가까운 거 알잖아. 괜찮아.""거절하지 말아줘.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라 생각해. 너 지금, 보기에 되게 안쓰럽거든."대답을 망설이는 이수를 보며 준호가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였다."가자, 날이 춥다.""그럼, 그냥 큰 길 따라 가다 세워 줘. 거기서 계단만 오르면 바로 슈퍼거든."걸어서 십여 분 걸리는 거리를 차로 가자 순식간에 도착했다. 내부 히터가 채 데워지기도 전이었다."생각보다 많이 가깝네."차를 타자마자 내릴 곳에 도착한 준호는 이수를 그대로 보내기 아쉬웠다. 길가에 차를 세워둔 채 시동을 끄고 이수와 함께 내렸다. "태워줘서 고마웠어. 여기 계단만 오르면 금방이야. 잘 가."인사를 하는 이수를 지나쳐 준호는 계단을 딛고 올라섰다. 곤란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이수에게 준호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수는 입술을 한 쪽으로 비죽거리다 이내 발을 뗐다.계단의 폭이 좁고 가팔랐다. 단순 에스코트라기엔 사심이 잔뜩 들어갔지만 계단은 위험해 보였다. 안 그래도 수척해진 이수가 혹여 발이라도 헛디디면 다칠 수 있으니까. 이수를 한 계단 먼저 올려 보낸 뒤 천천히 그녀의 속도에 맞춰 올랐다.계단 끝에 오르고서야 이수가 준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이제 정말 다 왔어. 그만 가, 현... 준아...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 순간 이수의 얼굴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익숙한 실루엣을 따라가니 그 끝은 역시 현준이었다. 그의 간절한 시선과 마주쳤다."이수야.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할 말이 있어."이수는 현준을 보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갑작스러운 대면에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는데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게 되자 이수의 머릿속은 하애지며 비명을 지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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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너 없이 나 어떡하지

대답도 않고 시선을 떨구는 이수를 보자 현준에게 초조함과 불안이 엄습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붙잡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이수의 손목을 덥석 쥐었다. 그 순간, 이수는 어제의 트라우마가 발작하듯 되살아나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수는 반사적으로 제 손목을 쥔 현준의 손을 다른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몸이 반응하는 완연한 거부였다. 그 순간 현준은 얼어붙었다. 말로 잘 풀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건 제 안일함이었음을 깨달았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이수의 손목을 현준은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아… 미안. 미안해, 정말 미안해…" 머릿속이 하얘진 현준은 갈 곳 잃은 손을 한 번 말아 쥐고는 귀 뒤를 만지작거렸다. 이수를 바라보던 눈동자는 허공을 헤메다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현준의 말라붙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심장이 뒤틀리고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통증이 밀려왔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 반응에 제일 놀란 사람은 이수, 자신이었다.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나도 모르게 그만…" 이수는 마른침을 삼킨 뒤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네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아. 이번 일이 너에게 얼마나 절망적이었고 큰 슬픔이었는지 이해해. 여전히 네가 걱정돼. 그런데, 그런데... 모르겠어. 난...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 "무슨 소리야? 헤어지자는 거 아니지? 이수야, 내 눈 좀 봐봐. 내 눈 좀 봐줘…" 현준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이수의 양어깨를 붙잡아 세웠다.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시선을 피하는 이수의 눈을 맞추려 부단히 애썼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이수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처연하게 반짝였다. "나도 모르겠어, 흐윽... 너무 혼란스러워." "내가 더, 더 잘할게!! 제발... 다시 시작하자. 새로 고쳐보자! 한 번만 믿어 줘..." 결국 이수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수의 눈물을 보자 현준의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불덩이에 속이 다 타버릴 것 같았다. 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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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꼭 돌아와 줘

준호는 이수와 현준을 뒤로한 채 계단을 내려왔다. 이수를 남현준에게 보내주고 쓸쓸히 걸어내려오는 계단에서 제 위치를 다시 한번 느꼈다. 바닥에 발을 디디고 나서야 뒤를 돌아 계단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수가 있는 곳, 아니 정확히는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곳이었다. 준호는 짧은 숨을 한 번 내뱉고는 제 갈 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빈속에 커피를 들이킨 탓인지, 아니면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탓인지 명치끝이 울렁거렸다. 확실한 건 두 사람 사이의 기류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다. 이상하리만치 이수와 현준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준호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어. 준호는 길가에 세워둔 차에 타고 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종이를 꺼냈다. 모스 문에 붙어 있던 구인 공고였다. 몇 시간 전, 모스 문을 열 때 눈높이에 붙 있던 구인문이 준호의 시선을 붙들었다. 현준의 대체가 필요했을 테니까. 준호의 시선이 종이 너머로 카운터에 서 있던 이수에게 옮겨졌다. 모스 문에서 알바라… 어차피 현장 일도 별로 없으니까 부업으로 나쁘지 않겠지. 준호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구인문을 뜯어내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 현준이 해군에 입대한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날카로운 바닷바람이 갑판 위로 밀려들었다. 짠 내가 섞인 비릿한 바람이 아침마다 현준의 뺨을 사정없이 할퀴고 지나갔다. 빽빽하게 들어찬 함정 내 침실, 좁디좁은 2층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늘 하던 대로 관물대를 열었다. 그 안쪽 깊숙한 곳에는 이수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 이수는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시리도록 예쁜 모습이었다. 현준은 사진 위로 이수의 얼굴을 손끝으로 가만히 훑었다. 축하해, 홍이수… 비록 우린 서로에게서 멀어져 있지만, 오늘로 딱 1년이야. 정말, 미친 듯이 보고 싶다. 지금 내 감정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질 않아. 보고 싶단 말밖에… … 나 잊지 마. 사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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