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현준은 엄마와 해오던 시간 때우기용 놀이가 있었다. “만약에 말야-”언제나 그 시작은 현준의 엉뚱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엄마, 엄마! 만약에 말야, 엄마가 학교에서 몰래 방귀를 뀌었는데, 바지에 빵꾸가 났어. 크크크 아니아니, 그때 엄마 뒤에 있던 나무에 방귀 때문에 불이 났어. 크크큭, 어떻게 할 거야?”“음… 난감하네. 그럼 엄마는 재빨리 물을 마신 담에, 푸~~~ 하고 뿜을 거야. 이렇게! 푸~~~~!”“아잇! 나한테 푸~ 하면 어떡해! 깔깔깔”그 놀이는 항상 엄마의 고정 질문으로 끝이 났다.“현준아, 나중에 커서 어떤 여자친구와 사귈 거야? 만약에 말야, 엄마랑 네 여친이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누굴 먼저 구할 거야?” 나이에 따라 그의 대답은 조금씩 달랐다. 초등학교 땐, “여친? 우웩~~ 토나와!” 중학교 땐, “귀찮게 그딴 걸 왜 만들어- 말할 것도 없어, 엄마를 구할 거야.” 고등학교 땐,“엄마 같은 여자 만나고 싶어. 여친 생겨도 당연히 엄마부터.” 그때마다 엄마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하하하 정말? 우와- 말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우리 아들 무지 효자네. 그치만, 무조건 여친부터! 알겠지? 여친이 먼저다!”씨발.불현듯 현준의 머릿속에 엄마와 해오던 ‘만약에 말야-’ 놀이가 스치듯 떠올랐다. 질끈 감은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터져 나왔다. 그의 우선순위는 늘 엄마였다. 언제나 호언장담해 왔거늘, 현실은 끔찍했다. 여자친구와 침대에서 뜨겁게 뒹구느라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 사실은 이수와의 하룻밤이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달았다. 그 단 하루 차이로 삶의 전과 후가 달라 보였다. 이수에게 뭐든 다 갖다 바칠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것이 제 남은 생일지라도. 아마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똑같이 이수를 선택했겠지. 또 이수를 뜨겁게 갈망했을 거야. 이런 내가 역겹다, 정말. “난, 너무 좋았어. 이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진심이 깃든 고백은 도리어 무거운 죄책감이 되어 마음을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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