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로맨스를 새로고침.: Kapitel 91 – Kapitel 100

105 Kapitel

91화. 너무 보고 싶어

쨍그랑-! "홍이수! 괜찮아?! 정신을 어디에 둔 거야?!" "아... 미안… 해요..." 손님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다 유리 컵을 떨어뜨렸다.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이수를 순식간에 그날로 데려갔다. 이수의 시선이 바닥에 흩어진 유리 파편에 쏠렸다. "조심해, 다쳐. 컵은 내가 치울게." "저쪽에 가 있어. 파편들이 흩어져 있어서 아직 위험해." 현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손님, 괜찮으세요?" 홀을 정리하고 있던 준호가 서둘러 파편을 치우기 시작했다. 현준과 다른 목소리에 뜨거워졌던 머리가 순식간에 차게 식어버렸다. 고개를 가로저은 이수는 스태프 룸에서 빗자루 세트를 들고 홀로 나섰다. 준호가 손을 뻗어 비와 쓰레받기를 건네받았다. 이수가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유리 조각을 집어 들려던 찰나, 준호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듯 붙들어 세웠다. 손목을 파고드는 갑작스러운 압박에 놀란 이수가 놀란 숨을 삼키며 준호의 시선과 마주쳤다. "아냐, 내가 할게. 다쳐." 이수는 얼굴이 금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손을 당겨 그의 손에서 빼고는 도망치듯 카페 바(bar)로 돌아왔다. 당황한 손끝만큼이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수는 돌아서서 얼음 물을 한숨에 들이켰다. 주변 정리를 마친 준호가 쓰레기통에 파편들을 비워냈다. "이수야, 반창고 있어?" "어, 있어. 유리에 베였구나." 준호가 손을 들어 보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수가 카운터 서랍에서 반창고를 꺼내 건넸다. 커다란 손 탓인지 혼자서 반창고를 붙이는 게 영 서툴러 보였다. 벌써 두 개째 허투루 낭비하는 꼴을 지켜보던 이수가 결국 그의 손에 들린 세 번째 반창고를 뺏어 들었다. 준호의 손을 제 쪽으로 끌어당겨 조심스레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구준호도 다 잘하진 않네."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이수의 얼굴이 이토록 설렐 일인가. 준호의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고마워." 눈을 맞추며 나직이 건넨 말에 이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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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바보, 멍청이

핀에 도착한 이수와 지은은 구석진 코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홍이수, 취하면 절대 안 된다. 나 너 못 데려다줘."지은의 당부에 손가락을 모아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지만 이수는 오늘 정신을 잃도록 마시고 싶었다. 몸 안에 콸콸 들이부어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를 익사시키고 싶었다. 하이볼 한 잔, 두 잔을 빠르게 비워냈다. 쓰디쓴 숨이 뜨겁게 숨통을 데우며 코로, 입으로 새어 나왔다. 눈빛이 슬쩍 풀린 이수의 뺨이 발그레해졌다. "하… 언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오늘? 무슨 날이지?""에이~! 오늘 아주 특별한 날이잖아요~ 아주, 아주 특. 별. 한!"눈꺼풀을 낙타처럼 느리게 끔벅거리던 이수가 갑자기 눈에 힘을 팍 주고는 손가락을 허공에서 휘저으며 말했다."오늘은 말이죠, 저랑 현준이가 1일 된 지 무려 1년 되는 날!"연분홍빛 광대를 한껏 끌어올리며 이수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야, 너 취한 거 아니지?"심상치 않은 이수에 지은의 느낌은 싸했다."으~음~ 노노! 아직 멀~쩡함다! 헤헤헤." 어딘가 나사가 하나 풀린 듯한 이수는 몸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언니, 제가요... 사실, 현준이를 밀어냈거든요~ 현준이가 막~ 울었어요… 근데용~ 언니. 현준이가 지금 너무 너무, 너~어무! 보고 싶은 거 있죠… 염치 없이…후…”이수는 고개를 푹 숙이며 땅이 꺼져라 깊은숨을 내쉬었다. 방금까지 방글방글 웃던 얼굴이 어느새 건조하게 굳어버렸다."밀어낸 이유… 얘기해 줄 수 있어?"슬픈 눈물 덩어리가 입을 떼려 할 때마다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이수는 어렵게 꿀꺽 삼키고는 남은 하이볼을 단숨에 털어놓았다.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수는 제 할 말만 이어갔다."그건 그렇구우... 현쥰이 어머니 쓰러지신 날이 크리스마스, 발인이 새해 첫날이에요, 무. 려. 1월 1일!""아... 그랬나?""네에~ 그랬죠! 그거 알아용~? 힉, 이브부텅... 크리스마스 점심까지 저희 듀 사람... 같이 있었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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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난 남현준이 아닌데

"형, 어디예요? 핀이야?" { 아니~ 핀을 나와서 모스 문쪽으로 좀 더 왔어. 이수가 겁나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야. 데려다줘야 하는데 주소를 알아야지. 준호야~ 주소 빨리 보내라. 내 지금 땀에 쩔었다! } "형! 나 핀 근처니까 차 가지고 갈게요. 거기 조금만 기다려요!" 준호는 공영 주차장으로 전력 질주해 차를 몰고 핀 쪽으로 움직였다. "야, 지은아~ 우리 살았다! 준호가 이쪽으로 온댄다.”" "뭐? 구준호? 걔가 여길 왜 와! 주소나 보내라 그래!" "준호가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지은은 미간을 구길 대로 구기며 화를 냈다. 모스 문에서도 사장님이 준호 껴주라는 걸 겨우 떼어놓고 왔더니만 결국 하늘이 구준호 손을 들어주나 보다. "너, 준호가 아직도 이수 좋아하는 거 몰라?" "현준이랑 이수도 쫑 났다매! 그런데 준호가 오면 와 안 되는데?! 호들갑 좀 떨지 마라~!" "하여간 눈치 겁나 없어… 야, 너는 그래 갖고 핀 말고 어디 딴 데 취직이나 하겠냐?" "이지은, 적당히 해라. 니 선 넘지 마라." "씨… 뭐래…" 확실히 정현의 기분이 상해 보였다. 그를 더 몰아세웠다가는 사이가 틀어질 것이 분명했다. 지은이는 정현의 행동이 못마땅했지만 사실 달리 대안이 없었다. 빵빵― 준호의 차가 날카로운 경적을 울리며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준호가 상황을 살폈다. 이수가 길가에 축 늘어져 앉아 실실 웃고 있었다. 준호는 서둘러 뒷문을 열고 정현과 힘을 합쳐 이수를 뒷좌석에 앉혔다. 준호는 안전벨트를 끌어 이수의 몸에 채워줬다. 철컥, 꽂는 순간 이수의 숨이 그의 귓가에 닿아 간지럽혔다. "...현준..." 그의 이름이 들리자 준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그를 지운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는 걸 내색하지 않았던 거였다. 제길. "야~ 준호야! 니가 내 은인이다. 이수 잘 부탁한다." "아니에요, 근처에 있었는데 당연히 와야죠." 대답하면서도 준호의 시선은 뒷자리에 앉은 이수에게 향했다. 고개를 비스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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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대체라도 기꺼이

준호의 동공이 커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마치 갈빗대를 뚫고 터져나갈 것처럼 쿵쾅거렸다. 알려줘야 한다고, 이수를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수는 자신을 현준으로 착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마음이 원하지 않았다. 이수의 떨리는 숨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순간, 준호의 이성은 맥없이 끊어져 버렸다. 준호는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이수의 뒷덜미를 단단히 감싸 쥐며 그녀의 입술을 삼키듯 들이켰다. 이수의 입술이 벌어지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혀를 거칠게 밀어 넣었다. 이수는 순간 움찔거렸지만 술기운 때문인지 이내 잠잠해졌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준호의 미간은 일순간에 구겨지고 감은 두 눈꺼풀은 파르르 떨렸다. 현준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수를 보며 차갑게 가라앉았던 심장은 어느새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성난 파도처럼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다정했던 현준의 숨결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이수는 두 팔로 준호의 목덜미를 감싸 안은 채 그의 무릎 위로 올라앉았다. 그를 끌어안고 몸을 더욱 밀착시킨 뒤 눅진하게 젖은 살덩이를 뒤섞었다. "사랑해, 하아... 사랑해, 사랑해, 현주읍..." 이수의 입에서 현준의 이름이 채 터져 나오기도 전에 준호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쳐버렸다. 자신을 현준이라 착각해 숨결을 섞는 것은 심장이 난도질당하듯 아프지만 지독하게 달았다. 지금 이 순간 그 자식의 이름을 뱉어 버리는 건, 미안하지만 그것까지는 안 돼, 홍이수. 준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수의 입안 곳곳을 유린하듯 누볐다. 그녀의 따뜻한 혀를 감싸고 빨아올렸다. 뒷덜미를 단단히 받치고 있던 손이 까슬한 리넨 재킷의 등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준호는 재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등허리를 감싸 안은 채 말랑이는 귓불을 자분거렸다. 오랫동안 굶주린 짐승처럼 말간 목덜미를 거침없이 집어삼키며 뜨거운 숨결을 살갗 위에 토해냈다. 이수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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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준호는 이수의 목덜미를 깊이 파고들었다. 가슴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솟은 유두를 손가락으로 비틀고 긁어내렸다. 꿈에서 깨야 하는 때가 오기 전, 마지막이라 직감한 준호는 망설이던 손을 이수의 바지 속으로 쑥 밀어 넣었다. 꽉 찬 엉덩이 살을 콱 움켜쥐었다. 후욱, 준호의 눅진한 숨이 뜨겁게 이수의 목덜미를 에워쌌다. 지잉- 징- 지잉-하아... 신데렐라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기어이 찾아온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12시 반이 되어갔다.지잉- 징-이수가 유리 구두라도 남겨두고 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준호는 이수의 휴대폰을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이수의 초점은 여전히 흐릿했고 눈꺼풀은 천천히 감기기 시작했다.울리는 휴대폰 화면 위에 찍혀있는 이름은 이수의 엄마로 보였다.- 김재희 여사 자신의 무릎 위에 앉아 몸을 포갠 이수의 고개가 준호의 어깨에 힘없이 떨어졌다. 다시 잠든 모양이다. 이수의 어깨에 걸친 재킷을 다시 한번 여미고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네, 홍이수 휴대폰입니다."{ 아… 저 이수 엄만데, 누구시죠? }만취한 딸을 자정이 넘도록 귀가시키지 않은 남자를 어느 부모가 좋아할까. 준호는 서늘한 긴장감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는 모스 문에서 이수와 함께 일하는 구준호라고 합니다. 이수가 모스 문 식구랑 술을 마시다 많이 취했어요. 집 근처 슈퍼까지는 왔는데 정확한 주소를 몰라서 지금 차 안에 있습니다. 안 그래도 어머니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지금 만나 슈퍼 앞인가요? }"네, 주소를 알려주시면 대문 앞까지 차로 움직이겠습니다."{ 아… 그래요. 슈퍼 바로 옆 골목으로 쭉 들어오시면 제가 나와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골목이 그리 넓지 않으니 조심해서 운전해요. }"네. 곧 뵙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준호는 곤히 잠들어 있는 이수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후우… 정말, 보내기 싫다. 준호는 이수를 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감싸안아 옆자리에 앉혔다.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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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너도 남자라고, 연애 좀 해

작은 사각 인터폰 화면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이수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구준호였다."여보세요?"{ 어, 이수야. 밖에 배달 음식 와 있을 거야. 그거 해장용으로 먹어.}어제 나 만취한 거 어떻게 알았지? 아, 지은 언니? 핀 식구들한테 들었나?{ 그리고 그 안에 숙취 해소제도 있거든, 꼭 챙겨 먹어.}근데 얜 어떻게 우리 집 주소를 알았을까."어, 어… 고마워. 마침 속이 무지 아팠는데, 잘 먹을게. 현장 갔어?"{ 어. 일하는 중. }"아, 그래. 방해하지 않을게. 수고하고, 담에 나연이 데리고 모스 문 와."{아… 어, 혹시... }"응? 할 말 있어?"{ 어제 일, 기억... 나? }"어제? 지은 언니랑 술 마신 거?"기억... 안 나는구나. 오히려 잘 된 건지도, 홍이수라면 도망갔을 게 뻔하니까."준호야, 미안. 나 속이 너무 쓰려서... 이만 끊을게." 아쉽다… 이수랑 더 통화하고 싶은데. "그래. 해장국 꼭 챙겨 먹어." 통화를 마친 이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나 어제 어떻게 집에 들어왔더라…? 기억은 핀에서 지은과 술잔을 기울이던 어느 지점에서 완전히 끊겨 있었다. 이른바 블랙아웃이었다. 이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 대문 앞에 놓여 있는 배달 음식을 들고 들어오며 지난밤을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지끈거리는 두통뿐이었다. 이수는 ‘어떻게든 내 발로 기어서라도 잘 들어왔겠지’ 하며 막연히 상황을 갈무리했다. 식탁 위에 음식 컨테이너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동시에 구수하고 매콤한 냄새가 코끝에 스치자 이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앞접시와 수저를 챙겨 앉아 국물부터 한술 크게 떠 마셨다. "크… 미쳤다, 미쳤어…" 이수는 휴대폰을 들어 준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 준호야! 너무 고마워, 덕분에 나 살아났어. ㅎㅎㅎ 맛이 미쳤어! ]팅- 경쾌한 알림음이 준호의 작업 현장을 울렸다. 하던 일을 멈추고 뒷주머니에 꽂아두었던 휴대폰을 꺼내 확인한 준호의 입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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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살 것 같아

"참, 현준이 곧 휴가 나온대. 그때 한번 만나서 진솔하게 얘기해 봐.""정말요? 언제 나온대요?"내내 기다려온 소식 앞에 이수는 상기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언제라고 알려줬는데, 메모를 안 해놨더니 잘 기억이 안 나네. 그런데 8월이라는 건 확실해. 8월 초중이었던 것 같아.""네!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사장님.""자, 이제 일하자."이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일어났다. 한층 밝아진 이수를 보니 소라는 마음이 놓였다. 그 일이 있은 후 이수를 제대로 보기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혼자서 얼마나 끙끙 앓았을까 생각이 들 때면 소라는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곤 했었다. 다행이야, 정말. 소라가 바쁜 금요일 오후 시간대를 함께해 주고 떠난 뒤 마감 업무를 마친 이수가 스태프 룸에 들어가 앞치마를 벗었다. 불을 끄려던 찰나에 문득 현준과 치던 장난이 떠올랐다.먼저 옷을 챙겨 입은 사람이 장난스레 불을 끄고 후다닥 도망쳤던 밤, 서로 먼저 나가려다 문틈에 몸이 끼어 까르르 웃음이 터졌던 순간들.이수는 그 기억 조각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현준을 곧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저, 들어왔어요."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수의 목소리가 유난히 밝고 가벼웠다."힘들었지? 오늘도 수고 많았어. 우리 딸, 기분이 좋아 보이네?""응, 좋아."옅은 미소를 머금은 이수는 재희의 팔짱을 끼고 계단 앞까지 몇 걸음 함께 걸었다."소녀, 이만 올라가겠나이다. 굿밤 되소서!"기분이 고조된 이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재희에게 장난스럽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고는 계단을 통통 뛰어 올라갔다. 어제는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셔놓고 오늘은 저렇게나 밝다. 재희는 흐뭇한 미소로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다급하게 말을 건넸다."아, 참! 홍이수! 네 친구 준호 말이야. 밥 사 주게 날 좀 잡아 봐."이수는 재희 입에서 ‘준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걸음을 멈춰 세웠다. 뒤로 몇 발자국 걸어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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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내 차례야

시간이 제법 흘러 이수와 약속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이 다가올수록 준호에게는 날짜를 체크하는 새로운 아침 루틴이 생겼다. 오전부터 설렘을 감추지 못하던 준호는 현장 일을 평소보다 서둘러 마무리했다. 오늘은 나연을 데리고 모스 문에 갈 예정이다. 나연을 데리러 집으로 향하던 길에 나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어디쯤이야? 시간 맞춰 나갈게. }"아, 나연아. 집에서 기다려. 오빠 좀 씻어야 해."{ 아침에 씻고 나간 거 아니야? }"그... 랬지? 아, 근데 현장에서 땀을 많이 흘렸더니 찝찝해. 이대로 나가면 나연이가 오빠 창피해 할 것 같은데?"정말... 진땀 나네.{ 알겠어. 조심히 와. }풉, 이수 언니한테 잘 보이고 싶으면서 내 핑계대기는. 내가 모를 줄 알고! 몇 분 뒤 집 앞에 도착한 준호는 서둘러 들어가 신속하게 샤워를 마쳤다. 머리에 왁스를 신경 써서 꼼꼼히 바르고 옷도 단정한 캐주얼룩으로 갈아입었다."오~ 오빠! 멋진데!""간만에 동생이랑 데이트하는데 이 정도는 입어줘야지, 안 그래?""그럼, 그럼!"나연이는 준호의 말이 맞다는 듯 끄덕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처음 카페 방문한 날 나연은 바로 눈치를 챘다. 오빠가 이수 언니를 좋아하는구나. 언니도 우리 오빠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그럼 언니랑 더,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준호의 진짜 의도를 다 알고 있었지만 준호가 부끄러워할까 봐 모르는 척 넘어갔다. 나연은 준호의 팔짱을 꼭 끼고 차로 향했다. "언니이~~!""나연아, 어서 와!"나연은 이수를 보자마자 달려가 품에 와락 안겼다. 이수는 웃으며 나연을 토닥였고 문가에 선 준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준호 역시 부드러운 미소로 고개를 까딱거렸다.깊은 보조개를 그리며 웃던 준호가 카페 안으로 들어서다 말고 뒤를 돌아봤다. "나연이 오늘도 너무 이쁘네! 남자친구 생긴 거 아냐?""언니... 나 우울해. 친구들 다 있는데 나만 없어... 힝. 오빠가 너무 과잉보호하는 거 같아.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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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제발 아니라고 해줘

잠시 후, 황급히 자리를 피했던 이수가 스태프 룸에서 나왔다. 손에는 이수의 셔츠가 들려있었다. "어... 어디 가게...?" 준호의 얼굴에 어둠이 내리고 이수를 향한 눈빛엔 절망이 가득했다. "구준호, 나 대신 홀 좀 잠깐 맡아줘!" 아... 역시 봤구나... 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이수의 손목을 잡았다. "가지 마!" 당황한 이수는 준호의 떨리는 눈동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눈썹을 들어 올렸다. "......?" "따라가려는 거 아냐?" "따라가다니? 아, 아니, 일단 나중에 얘기해. 나 나연이랑 어디 좀 다녀올게." "아, 어. 어. 다녀와." 남현준을 본 건 아닌 거 같았다. 마음이 놓였다. 왜 이렇게 찌질하냐, 정말 없어 보인다. 한순간에 이수가 남현준을 따라나설까 봐 쫄아서는... 하, 씨. "나연아, 언니랑 어디 좀 가자." 나연을 보며 싱긋 웃은 이수는 손목을 잡고 끌었다. 카페 뒷문으로 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나연아, 첫 생리인 거지? 축하해! 일단 들어가서 이거 하고 나와. 생리대 하는 법 알지? 그리고 이 셔츠로 엉덩이 쪽을 가려야 할 것 같아." "힉!" 나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허리를 비틀고 손으로 바지 허릿단을 당기며 엉덩이를 살폈다. "잘 보이진 않아서 괜찮을 것 같아. 그래도 일단 셔츠로 가려." "힝- 고마워, 언니." 화장실 쪽으로 나갔던 두 사람이 다시 모스 문 정문으로 들어섰을 때, 준호는 직감했다. 나연의 허리에 둘러진 이수의 셔츠와 한 손에 들린 검은 봉투, 그리고 장미꽃. 동생에게 소중한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마침 케이크도 있겠다, 우리 파티하자!" 다른 손님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낮은 목소리로 축하 노래를 부르고 소리 없는 박수를 쳤다. 이수는 휴대폰을 들어 다 함께 셀카를 찍고 남매의 다정한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참, 아까 얘기는 뭐였어? 뭘 따라가?" "아냐, 아냐. 잠시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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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재희와 준호의 만남

드디어 준호가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왔다. 오늘은 이수와 함께 이수의 어머니를 만나는 날이다. 일찍이 일을 시작한 탓에 현장에서 경험한 연령대 별 맞춤 대응법이 장착된 준호였다. 시원시원하고 일 잘하는 준호는 현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될 놈들은 싹부터 다르다고, 협력업체 사장들뿐 아니라 인부들도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른 준호는 근사하게 준비를 하고 나왔다. 오늘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재희를 완벽하게 제 편으로 만드는 것. 차에 탄 준호는 백미러를 통해 자기 최면을 걸듯 중얼거린 뒤 이수를 먼저 픽업하러 모스 문으로 차를 몰았다. "사장님, 저 갈게요." 현준이 휴가 나온 날 분명, 이수 보러 간댔는데 왜 아무 말이 없을까. "이수야, 잠깐만."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소라가 이수를 불러 세웠다. "현준이 휴가 나온 거 알고 있지? 대화해 봤어?" "네? 현준이 휴가 나왔어요?" 놀란 이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소라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이었다. "휴가 첫날 너 보러 간 줄 알았는데...? 연락도 없었나 보네... 괜찮다면 네가 먼저 연락 한 번 해 봐." "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이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모스 문을 나왔다. 왜, 연락을 안 했지...? 내가 아직 화난 줄 알고 조심스러웠나...? 빵, 빵. 경적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이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준호가 동승석 창문을 열고 이수를 불렀다. 생각에 빠져 입술을 비죽거리던 이수가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일단 약속이 있으니 연락은 밤에 하는 걸로 미뤄두고 차에 올랐다. "보니까 나오기 전에 사장님이랑 대화하던데..." "아… 현준이 휴가 나왔대." 준호는 언젠가 이수가 알게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현준과 마주쳤던 것이 이틀 전이니, 사실 예상보다 늦게 알게 된 것이었다. 준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투로 침착하게 물었다. "아, 그렇구나… 넌 모르고 있었나 봐?" "응... 연락이 없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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