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고 내관이 흰 보자기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별궁 문을 두드렸다.월령이 빗장을 벗기고 문을 열었다. 새벽 안개가 마당 안으로 밀려들었다. 월령은 안개 속의 사람을 보았다. 늘 쓰던 옥빛 관이 아니라 색이 바랜 베 두건이 먼저 보였고, 두 손으로 받친 흰 보자기가 보였고, 그 손가락이 보자기 위에서 조금 떨리는 것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고 내관은 문턱을 넘지 않고 문밖에 서서 허리를 깊이 굽혔다."왕비마마. 소인은 오늘 궁을 나가옵니다. 선제의 능 곁에서 참봉을 하겠다고 폐하께 청하여 윤허를 받았사옵니다.""고 내관이 능으로 가십니까.""소인이 평생 모신 분이 거기 누워 계시니 소인도 거기 있어야 하옵니다. 그리고 이것을 마마께 드리라 하시던 말씀이 있었사옵니다."고 내관이 보자기를 풀었다. 윤기가 다 닳은 붓대가 나왔다. 열 해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려 반들반들해진 선제의 옥필이었다.옥필.월령의 숨이 한 번 걸렸다. 편전에서 늘 굴러가던 것이 멎은 채 흰 보자기 위에 놓여 있었다."붕어하시기 전날 폐하께서 말씀하셨사옵니다. 굴릴 손이 생기거든 그 손에 주라고요. 소인은 그 손이 어느 분인지 사흘을 생각했사옵니다.""저는 붓을 굴릴 줄 모릅니다, 고 내관.""굴리라는 말씀이 아니옵니다. 쥐고 있으라는 말씀이었사옵니다. 폐하께서는 붓을 굴리시면서 가장 어려운 일들을 보류하셨고, 마마께서는 아무것도 보류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니 붓이 마마 손에서는 다르게 쓰일 것이라 하셨사옵니다."월령이 붓을 받았다. 무게가 의외로 가벼웠다. 가벼운 것이 목에 걸렸다. 보류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그 사람이 했다는 것이, 그 사람의 보류로 한 번 죽은 저에게 왔다. 고 내관은 새 총관이 자녕궁의 문과 명부를 맡아 온 노은 내관이라는 말만 보태고, 다시 한번 절한 뒤 안개 속으로 걸어 나갔다. 옥필을 굴리지 않던 손이 이제 빈 채로 소매 속에 들어갔다. 월령은 그 등이 안개에 지워질 때까지 문을 닫지 않았다.*국상이 끝나는 마지막 곡은 정오에 곤원전에서 마쳤다.
삼경이 지나 왕부 대문에서 쇠고리 소리가 났다.두 번 치고 쉬고 한 번 치는 북경군 옛 암호였다. 서리 내린 마당에서 이를 알아듣는 사람은 열 해를 군막에서 보낸 몇뿐이었다. 강무진이 쪽문에 귀를 대었다가 방금 잠자리에서 나온 얼굴로 위지헌을 돌아보았다."왕야. 옛 군문 사람들입니다. 여섯입니다. 밖이 추운데 열어 줄까요.""열지 마라."위지헌이 마루에서 내려왔다. 흰 옷 위에 검은 겉옷을 걸쳤고, 허리에는 아무것도 차지 않았다. 대문 안쪽에서 빗장을 앞에 두고 서자 문틈으로 바깥이 보였다. 서리 위에 선 군화 여섯 쌍이 먼저 보였고, 그 위로 더운 숨이 서리로 변해 올라오는 것이 보였고, 맨 뒤에 조금 떨어져 선 발 한 쌍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다섯과 하나였다."누구냐.""왕야, 옛 북경군 일 대 오행입니다. 군문 사람 몇이 왕야를 뵙고자 왔습니다. 문 좀 열어 주십시오.""황명이 무엇인지 아느냐.""압니다. 하지만 열 해를 모신 분께 인사 한 번 못 하고 돌아서는 것은 도리가 아닙니다. 영문을 몰래 빠져나온 놈들입니다. 왕야 얼굴 한 번 보면 돌아가겠습니다."위지헌은 문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문 너머에 여섯 사람이 서 있었다. 숨소리가 하나씩 갈렸다. 둘은 늙어서 가래가 끓었고 셋은 젊어서 거칠었고, 하나는 숨을 잘게 끊어 쉬었다. 그 하나에 등 뒤가 서늘했다. 다섯의 숨은 가슴 어딘가를 눌렀고, 하나의 숨은 그 눌린 것을 식혔다."북경군 일 대에 오행이라는 이름은 없다."오행이라 한 자가 문 너머에서 숨을 죽였다.*"너희는 돌아가라."위지헌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문틈에 대고 말했다. 낮고 마른 목소리였다. 마르게 하는 데 힘이 들었다."황명으로 사병은 해산되었고, 북경군은 폐하의 군사가 되었다. 너희가 밤에 내 대문 앞에 선 것은 충심이 아니라 폐하의 영을 어긴 것이다. 내가 이 문을 여는 순간 너희는 역적이 되고, 나는 그 역적을 맞은 사람이 된다.""왕야, 그래도……""나는 열지 않는다. 문 앞에서 돌아서는 것이
아침 일찍 고 내관이 별궁 대문 밖에서 허리를 굽혔다.월령은 안쪽 빗장을 벗기지 않고 문틈으로 대화를 받았다. 간밤에 잡은 궁인을 어찌할지 위명서에게 아뢰어 두었기 때문이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것을 차례로 보았다. 숙인 흰 머리가 먼저 보였고, 옥필을 쥐지 않은 빈 두 손이 보였고, 서리에 젖은 신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손끝이 찼다. 그 신이 젖어서 오는 날은 늘 나쁜 날이었다."왕비마마. 폐하께서 어명을 내리셨사옵니다. 궁인의 일은 내명부의 일이므로 국청이 아니라 생모 마마께서 처결하신다 하옵니다.""국청은 열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입니까.""섭정이 파해졌으니 국청을 열 수 있는 분은 폐하뿐이시옵니다. 폐하께서는 궁인 하나를 위해 국청을 여는 것이 지나치다 보셨사옵니다.""그 궁인이 아이 요에 바늘을 밀어 둔 일을 말씀드렸습니까.""아뢰었사옵니다. 폐하께서는 한참 말씀이 없으시다가 어머니께 맡기겠다 하셨사옵니다."고 내관의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월령은 문틈으로 그의 빈 소매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맡긴다는 말이 맡기지 않겠다는 말보다 더 단단히 문을 닫는다는 것을 이 사람도 알고 있었다. 명치가 식었다. 한참 말씀이 없으셨다는 그 한참이 무엇이었는지 월령은 알 것 같았고, 알 것 같은 것이 더 찼다.*숙비가 별궁 뒷마당에 온 것은 정오 무렵이었다.문상궁이 먹빛 소매 위에 쟁반을 받쳐 들고 두 걸음 뒤를 따랐다. 쟁반 위의 검은 사발에서 단내가 났다. 자녕궁 찻방의 단내와 같은 냄새였다. 그 냄새가 코에 닿자 월령의 등 뒤가 얼었다. 초비가 묶어 둔 궁인이 뒤채 마루 아래에 꿇려 있었고, 방어멈은 봄을 안고 본채 창 안으로 물러났다.숙비는 월령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궁인 앞에 섰다. 병풍 없는 얼굴이 낮 햇빛에 그대로 드러났다."월령도 이리 나와서 보아라. 안에 숨어서 듣는 것보다 낫다.""예, 마마."월령이 마루 끝으로 나와 섰다. 숙비가 궁인을 내려다보았다."자녕궁 법도로 묻는다. 궁 밖 손에 이름을 판 궁인은 어찌
벽 속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별궁에 든 지 열흘이 넘은 밤이었다. 월령은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심지를 낮춘 등잔이 먼저 보였고, 오른쪽 귀를 위로 하고 자는 아이의 뒤통수가 보였고, 그 너머 요의 왼쪽에 선 흙벽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아이가 듣지 못하는 쪽으로 벽을 세워 두었는데, 그 벽 안쪽에서 쥐가 갉는 것과는 다른 규칙적인 소리가 났다. 월령의 숨이 멎었다.월령은 숨을 죽이고 아이 위로 몸을 기울여 벽에 손바닥을 댔다. 흙벽이 차가웠고, 손바닥 밑에서 아주 미세한 떨림이 오갔다. 사람이 안쪽에서 무엇인가를 천천히 밀고 있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 내렸다. 겁이었다. 제 겁이 아니라 아이의 자리에서 나는 겁이었고, 그것이 제 것보다 컸다.벽 틈이 손가락 한 마디쯤 벌어져 있었다. 높이가 아이의 왼쪽 귀와 같았다. 그 틈으로 바늘 끝이 반 치쯤 비어져 나와 등잔빛에 검게 번들거렸다.바늘 끝.월령의 손이 떨렸고,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들어야 했다.월령은 아이를 소리 나지 않게 두 팔로 들어 올려 방 한가운데로 옮겼다. 아이가 잠결에 어미 가슴에 오른쪽 귀를 댔다. 그 작은 숨이 살아 있다는 것을 손바닥으로 세고 나서야 월령은 바늘 끝에 손수건을 씌우고 목소리를 죽여 창 쪽에 대고 불렀다."초비."지붕에서 기와 한 장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살 너머로 초비의 눈이 나타났다."마마님, 부르셨어요.""벽 뒤에 사람이 있어. 이 벽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아느냐.""뒤채예요. 본채 뒤에 붙은 광인데 문이 못으로 막혀 있어요. 제가 낮에 한 번 보았는데 못이 새것이었어요.""새 못인 줄 알면서 왜 말하지 않았느냐.""별궁을 손본다고 사람들이 드나들었으니 고친 줄 알았어요. 사람 숨소리는 안 들렸고요. 죄송해요, 마마님.""죄송할 것 없어. 지금 열면 된다."*초비가 뒤채 문을 발로 걷어차자 새 못이 박힌 문짝이 안쪽으로 꺾였다.방어멈이 청아의 어깨를 짚고 등잔을 들었다. 월령은 등잔 빛이 닿는 순서로 보았다
문상궁이 선 자리에는 늘 자녕궁의 냄새가 남았다.향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먹빛 소매에서도 머리에서도 향내가 나지 않았는데, 그가 지나간 마당에는 병풍 뒤 찻방에서 맡던 단내가 한참 머물렀다. 월령은 마루에서 그 사람을 보았다. 먹빛 소매가 먼저 보였고, 아무 기색 없는 얼굴이 보였고, 그 뒤에 선 궁인의 두 팔에 안긴 질그릇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손끝이 찼다. 별궁 마당 한가운데에서 문상궁이 월령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왕비마마. 이 별궁의 살림을 소인이 맡게 되었사옵니다. 자녕궁에서 정한 일이옵니다.""그렇습니까. 오래 몸이 불편하셨다 들었는데 이리 일어나셨군요.""한 달 반 문이 닫혀 있었으니 소인도 문 밖에서 몸이 굳었사옵니다. 풀리고 나니 맡은 일이 늘었고요."문상궁의 얼굴에는 아무 기색이 없었다. 월령은 이 얼굴을 열여섯 살에 처음 보았다. 그때도 이 사람은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고 병풍 곁에서 손님의 잔을 세었다. 그 얼굴이 이 별궁 마당에서 같은 높이로 월령을 마주 보고 있었다. 등 뒤가 서늘했다. 겁이었고, 열여섯의 겁이 두 생을 건너 같은 얼굴 앞에서 났다.방어멈이 마루에서 빗자루를 든 채 끼어들었다."저, 상궁마마님. 이 별궁 부엌이 제 일터라서요. 살림을 맡으시는 건 좋은데 부엌 물건에 손 대시는 건 제게 먼저 일러 주시면 좋겠어요.""어멈의 부엌이니 어멈의 법을 따르겠사옵니다. 다만 소인은 살림을 보러 온 것이니 부엌부터 둘러보게 해 주시옵소서."방어멈이 입술을 삐죽였으나 길을 비켜 주었다.*별궁 부엌은 마당 뒤편의 낮은 흙벽 건물이었다.문상궁은 아궁이도 솥도 건드리지 않고 한쪽 구석의 물 항아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어른 허리까지 오는 항아리였고, 뚜껑 위에 먼지가 두껍게 앉아 있었다. 그는 뒤따라온 궁인에게 눈짓했다. 궁인이 새 항아리를 들고 들어왔다. 한 번도 물이 담기지 않은 질그릇이었다."묵은 항아리는 치우고, 이것을 쓰시옵소서.""물을 새로 길어다 채워 주면 그만이지 항아리까지 바꿀
조서는 아침 일찍 왕부 대문으로 들어왔다.국상 중 섭정왕비였던 사람은 곤원전 옛 별궁에서 근신한다는 열두 자였다. 숙비가 빈전 앞에서 흘린 말이 열흘을 돌아 종이가 되어 돌아왔다. 월령은 그것을 보았다. 흠 없는 글씨가 먼저 보였고, 별궁이라는 두 자가 보였고, 그 아래 찍힌 새 황제의 붉은 인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등 뒤가 얼었다. 전생에 이 두 자가 적힌 종이를 받던 날의 손이 돌아왔다.위지헌은 조서를 읽고 나서 마루 기둥에 한쪽 어깨를 기댔다. 기대는 사람이 아니었다."내가 폐하께 가서 거두게 하겠다. 못 거두면 네가 문을 나서지 않아도 되게 하마.""안 거두셔도 돼요, 부군."월령은 봄의 저고리 끈을 매 주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가면 폐하께서 부군의 청을 들어주셔야 하는 자리에 서시고, 들어주지 않으시면 부군이 청한 것만 남아요. 저는 이 조서를 받는 쪽이 더 나아요.""별궁이다."위지헌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겹 낮았다. 쉰 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는 이 이름이 월령에게 어떤 문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을 어떻게 다룰지는 월령이 정할 일이었고, 그가 막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막지 않는 데 힘이 들었다. 오른손이 기둥을 쥐었다."압니다. 그래서 제가 갈래요. 부르러 오기 전에 제 발로요."방어멈이 짐 꾸러미를 든 채 마루 끝에서 혀를 찼다."아씨, 별궁이면 오래 비워 둔 데 아니에요? 먼지가 한 치는 앉았을 텐데 아기를 거기서 재우자고요.""어멈이 있으니 한 치는 사흘이면 치워.""사흘이 뭐예요. 이틀이에요."청아가 약 봉지를 안고 따라 나오며 눈을 크게 떴다."마마님, 저도 가요. 제가 안 가면 누가 마마님 차를 우려요."월령은 대답 대신 웃었다. 오랜만에 소리가 나는 웃음이었다. 웃는데 가슴 밑바닥은 찼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그 문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전생과 다른 유일한 것이었고, 그 다른 것 하나로 가는 길이었다.*궁문 앞의 돌문턱까지 위지헌이 따라왔다.문턱을 넘으면 그는 종실 아우의 몸으로 허
심서윤은 그 밤 잠들지 못했다.자녕궁에서 받은 작은 붓은 베개맡에 놓여 있었다. 흰 붓대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떠 보였고, 끝에 매인 금실은 등잔불이 사라진 뒤에도 혼자 빛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였다.서윤은 옆으로 누웠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방 안은 조용했다. 창밖에서는 밤새 젖은 살구꽃잎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멀리 행랑채 쪽에서는 늦게 돌아온 하인이 물동이를 내려놓는 낮은 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그런 소리들이 집의 숨처럼 느껴졌을 것이다.오늘은 모든 소리가 자신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았다. 마마께서 다시 부르실까
태후의 초대장은 향이 없었다.그 사실이 먼저 심가를 조용하게 만들었다.아침 부엌에서는 멥쌀 씻는 물소리가 나고, 무쇠솥 가장자리에는 지난밤 끓여 둔 닭죽의 기름이 얇게 굳어 있었다. 행랑 쪽에서는 하인들이 장작을 패며 낮은 농담을 주고받았고, 마구간에서는 젖은 짚을 갈아내는 냄새가 느리게 흘러왔다.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그런데 검은 칠을 한 죽간 하나가 대문을 넘자, 집 안의 모든 소리가 반 박자씩 늦어졌다.칼을 갈던 호위가 손을 멈췄고, 죽을 푸던 계집종은 국자의 끝을 솥 가장자리에 대고 오래 움직이지 못했다. 살
아침빛은 얇았다.밤새 창을 열어 두었기 때문인지 방 안에는 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연꽃 향도, 난향도, 사람의 판단을 늦추던 희미한 쓴내도 모두 빠져나가고 없었다.대신 창가에는 말린 살구꽃 한 줌이 놓여 있었다.누가 두고 갔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청아는 그것을 보자마자 얼굴이 묘하게 굳었다. 웃음을 참는 얼굴과 울음을 참는 얼굴이 이상하게 닮을 수 있다는 것을, 월령은 그때 처음 알았다."왕부에서 보낸 거예요."청아는 아주 작게 말했다.왕부.그 두 글자만으로도 방 안의 공기가 다시 낮아지는 듯했다. 월령은
심가의 아침은 낮은 소리들로 가득했다.지하 창고가 비었다는 말은 아직 누구의 입에서도 크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물동이가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내려앉고, 회랑을 쓸던 하인의 빗자루가 같은 자리에서 두 번 멈추고, 부엌의 계집종들이 죽 솥을 젓다 말고 서로의 눈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큰 집의 소문은 늘 사람보다 먼저 일어난다.쌀을 씻는 물소리,말에게 여물을 붓는 소리,행랑채 문고리가 바람도 없는데 달그락거리는 소리.그 작은 것들이 밤사이 심가에 무엇이 지나갔는지 먼저 알렸다.안에서 잠긴 문.끊어지지 않은 밧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