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소년 시절 진왕의 기품 있고 준수한 모습이 아닌 병상에 누운 채 숨을 몰아쉬던 영광제의 모습이었다.그는 그녀의 손을 꼭 붙든 채 말했다.“황후, 짐은 이 생에 네 사랑을 받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하지만 그때의 천요국은 이미 국고가 바닥나 있었고, 여러 성이 함락된 뒤였으며,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었다.서안하는 얼굴을 차갑게 굳힌 채 그의 손을 떼어냈다.“폐하께선 착각하고 계십니다. 제 사랑은 이미 오래전에 닳아 없어졌어요. 이제는… 더는 사랑하지 않습니다.”영광제는 격분했다.“아니다! 너는 분명 짐을 사랑했다! 짐을 우러러봤고, 의지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짐 곁을 떠나지 않았어! 헌데 왜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 인정해라! 어서 인정하란 말이다! 그러면 짐이 네 죄를 사해주겠다!”서안하는 한 걸음 물러섰다.“무능한 군주는 부인도 지키지 못하고, 자식도 지키지 못하고, 신하와 백성도 지키지 못합니다. 폐하께선 차라리 직접 일어나 보세요. 천요국이 지금 어떤 꼴이 되었는지! 그런 얼굴로 어찌 선조들을 뵈려 하십니까?”“닥쳐라! 입 다물어!”서안하는 탁자 위 주접을 집어 들고 큰 소리로 읽어 내려갔다.“막주 함락, 강성 함락, 단하 연안의 성진 전부 함락…”“읽지 마라! 안 된다! 안 돼!”지금도 그녀는 그때를 선명히 기억했다. 주접을 들고 있던 자신의 손이 얼마나 떨리고 있었는지를.군주를 향해 저토록 대드는 것은 죽을죄였다.그때 그녀는 적어도 황후 자리만큼은 폐위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영광제는 그러지 않았다.며칠 뒤, 그는 다시 그녀를 불러들였다.태의는 말했다. 황제가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고.서안하는 전각 안으로 들어가 차갑게 그를 내려다보았다.영광제는 전례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안하야, 다음 생에도 짐은 너와 부부가 되고 싶구나.”서안하는 조용히 그의 말을 끊어냈다.“다음 생엔 폐하께 시집가지 않을 겁니다.”영광제가 숨을 거둘 때까지도 그의 눈은 끝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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