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빛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린 뒤 백옥 관으로 가볍게 고정해 두었고, 이마에는 맑은 푸른빛 보석이 박힌 말액(抹額: 이마에 두르는 전통 장식 띠로, 옥이나 보석 등을 장식해 귀족들이 관 대신 착용하던 장신구)이 드리워져 있었다.그는 병든 달빛처럼 창백한 얼굴에, 먹으로 그린 듯 선명한 눈썹을 지니고 있었다.그의 온몸에서 안팎으로 은은히 배어 나오는 것은, 병색마저 품위로 바꾸어버릴 듯한 귀한 기품이었다..서운기는 태어나서 지금껏 이토록 화려한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부 당초령이 손수 골라준 것이었다.저 사람이 바로 자신의 친오라버니였다.어릴 적부터 온 소실에게 학대를 당하고, 짓눌린 채 살아오며, 맞고 또 맞아 겨우 목숨만 붙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뛰어난 풍모만은 끝내 감춰지지 않았다.서운민 그 인간이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한다 한들, 제 오라버니 발끝 하나 따라가지 못했다.서안하가 멀리서 서운기를 향해 웃어 보이자, 서운기 역시 조용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두 사람이 가까워진 건 최근 며칠 사이의 일이 아니었다.2년 전, 서안하가 처음 후작부로 돌아왔을 당시 많은 이들, 심지어 서운민조차 그녀를 얕보고 비웃었다.그 와중에도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선의를 보였다. 서운기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다.그는 몰래 그녀에게 말을 걸어주었고, 후작부 안의 규율과 처신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덕분에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위태롭던 시간 속에서도, 서안하는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후작부 이방에는 모두 다섯 아들이 있었다.열여섯의 서운민과 서운기를 제외하면, 아래로 열세 살 서운재, 여덟 살 서운택, 그리고 가장 어린 서운율은 이제 겨우 돌이 지난 아이였다.그 시각, 여러 소실들은 아들들을 데리고 해당원의 만화청에 모여 있었다.모두 마음속이 불안으로 뒤숭숭했다.아침 일찍 서안하가 사람을 보내 해당원으로 오라 전했을 때부터, 다들 이미 눈치는 채고 있었다.정실부인이 적자를 하나 골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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