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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作者: 루루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고 단순한 찰과상이라는 의사의 소견에 한도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처를 치료한 뒤 한도희는 집으로 돌아갔다.

떠날 날이 가까워지면서 거실에는 크고 작은 짐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한도희는 이틀간 휴식을 취한 뒤 친한 친구들에게 이민을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도희의 친구들은 한도희를 위해 특별히 송별회를 준비했다.

송별회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다들 한도희가 떠난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아쉬워하면서 이민을 가도 자주 연락하라고 했다.

송별회는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

친구들을 배웅한 뒤 한도희는 계산을 마치고 룸으로 돌아가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뒤 옆 룸을 지나칠 때 익숙한 목소리들을 들었다.

“유찬아,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여자랑 연인이 된 기분은 어때?”

문이 살짝 열려 있었기에 한도희는 안에서 들려오는 권유찬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해도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정도랄까?”

그 대답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내 누군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한도희는?”

권유찬은 아주 잠깐 침묵했다가 무척 여유로운 말투로 대답했다.

“한도희? 나랑 속궁합이 잘 맞았지.”

“하고 싶을 때마다 부르면 바로 나오고 따로 책임질 필요도 없는 섹파라니. 진짜 부러워 죽겠네.”

또 한 번 폭소가 터졌다. 권유찬은 눈썹을 치켜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너 정채윤이랑 약혼했잖아. 앞으로 한도희는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좋게 끝내야지. 내 마음속에는 채윤이뿐이야. 채윤이 말고 다른 여자는 필요 없어.”

권유찬의 확신에 찬 대답에 사람들은 순정남이라고 하면서 권유찬을 치켜세웠다.

오직 한도희만이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쥘 뿐이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직접 들으니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

20년 넘게 이어진 우정이, 그동안 수없이 나눈 통화가, 손을 맞잡고 키스하고 관계를 가졌던 것이...

속궁합이 잘 맞았다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었다.

한도희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마음속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밖에서는 비가 내렸고, 한도희는 고개를 숙인 채 빗속을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 한도희의 앞을 막아섰다.

정채윤이 여자 네다섯 명과 함께 한도희의 앞을 가로막고 한도희를 매섭게 노려봤다.

한도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정채윤이 별안간 한도희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알겠네. 그동안 남자가 많이 고팠나 봐? 그래서 내 남자 친구랑 그렇게 오랫동안 섹파로 지낸 거야?”

악의 가득한 말에 한도희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다.

한도희가 설명하려고 했지만 정채윤은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한도희를 바라보며 비아냥댔다.

“예전 일이야 그렇다 쳐도, 유찬 오빠랑 내가 약혼까지 했는데 감히 유찬 오빠를 찾아와? 남의 남자랑 바람피우는 게 취미야?”

한도희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으나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최대한 차분히 말했다.

“나는 바람피운 적 없어. 오늘도 권유찬을 보러 온 게 아니라...”

그러나 한도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채윤이 옆에 있던 여자들에게 눈치를 줬다.

“끌고 가. 그리고 노숙자 몇 명 좀 데려와.”

여자들은 곧바로 정채윤의 의도를 깨닫고 한도희를 억지로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한도희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쳤으나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도희는 가장 안쪽에 있는 룸에 갇히게 되었다.

잠시 후 한 여자가 노숙자 한 명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정채윤은 박수를 치더니 차갑게 웃으며 남자를 위해 길을 비켜 주었다.

“언니가 요즘 아주 외로운지 돈은 필요 없다고 하니까 그냥 언니가 만족할 때까지 실컷 상대해 줘요.”

정채윤은 그렇게 말한 뒤 사람을 시켜 방문을 닫았다.

비좁은 방 안에서 추레한 몰골의 남자가 짐승처럼 눈을 번뜩이며 한도희에게 달려들었다.

한도희는 손톱으로 남자를 할퀴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남자는 한도희보다 힘이 훨씬 더 셌다. 이내 한도희가 입은 치마가 찢어지면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남자는 다급히 한도희의 다리를 거칠게 깨물기 시작했고, 남자에게서 나는 코를 찌르는 역겨운 냄새가 방안에 퍼졌다.

분노와 공포에 휩싸인 한도희는 재떨이를 들어 남자의 머리를 가격했고, 곧 쿵 소리와 함께 남자는 그대로 기절해 바닥에 쓰러졌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한도희는 곧바로 휴대폰을 챙겨서 밖으로 뛰쳐나갔고 복도에서 아직 멀리 가지 못한 정채윤을 발견했다.

한도희가 도망쳐 나오자 정채윤은 안색이 돌변하며 황급히 한도희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

다시 사람을 시켜 한도희를 끌고 가려던 정채윤은 곁눈질로 모퉁이에서 다가오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뒤로 젖히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마침 그 순간 등장한 권유찬이 그 광경을 보고 경악한 표정으로 달려와 쓰러진 정채윤을 품에 안았다.

정채윤의 몸에 생긴 상처들을 본 권유찬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한도희를 바라보았다.

“한도희! 왜 채윤이를 밀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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