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인님...!""누구 마음대로 그렇게 불러?"주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본가에 사는 사람은 도혁과 주하를 포함해서 총 55명. 기찬을 뺀 54명이 모두 모였다. 그러나 말하는 건 도혁과 주하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하도 도혁도,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 도혁은 그녀가 자신에게 다시 반말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날 어찌나 시리게 존댓말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사실 이 공간에 다시 발을 디뎌주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에게는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주하의 시선이 짧게 아래로 향하자, 도혁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따라 내려갔다. 얼마 전에 마당에 신발을 놓고 가버린 탓인지, 주하의 발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낡은 슬리퍼가 걸려 있었다.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주하를 저런 꼴로 돌아다니게 했다는 죄책감이 그를 찔러댔다. "죄, 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제가..."주하는 사과하는 도혁을 그제야 쳐다보았다. 기찬이 말한 대로 도혁은 제대로 밥도 먹지 않은 얼굴이었다. 몇 주 만에 살이 제법 빠져서 안 그래도 날렵한 턱선이 날카롭게 보였다. 그렇다고 볼품없어진 건 아니었고 조금 사연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쩐지 처연해 보이기도 했다. 늘 능글맞던 얼굴에 한치의 웃음기도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몰랐다."반성은 좀 했고?"주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태연한지 가늠해 보며 물었다. 도혁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하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감히 단 한 걸음도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네, 네... 많이, 많이 했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후회하고, 또, 주인... 아니, 그러니까..."도혁은 호칭을 고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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