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주하는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가는 듯 행동했다. 그러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계산된 행동이었다. 예전처럼 편하게 대한다면, 그가 마음을 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은."애기야.""네, 주하 님."여전히 주인님이라는 호칭은 허락받지 못했지만, 도혁은 기쁘게 대답했다. 주하는 꽤 예전처럼 그를 대하고 있었다."이거 가방 좀. 아, 책도.""네."잦은 심부름만 봐도 그랬다. 그냥 심술이 아니라, 필요해서 부르는 심부름. 그게 얼마나 좋은지, 그는 신나게 가방과 책을 받아서 들었다. 하나도 무겁지가 않았다."저녁은 뭐야?"자주 묻는 말이라 미리미리 파악해 두고 있었기에 도혁은 막힘없이 대답해 냈다. 주하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준비하라고 해놓고 되돌려보내던 심술도 이제는 끝이 났다. 그녀는 평소처럼 주는 대로 먹었다. 물론, 그 사이에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녀의 취향을 제법 파악하긴 했지만.아무튼 모든 것이 거의 다 제자리였다. 주하가 편하게 대해줘서, 도혁은 그런 주하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충실하고 완벽하게 그녀의 명령에 대응했다. 혹시나 자신이 선을 넘어버렸다가 이 평화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대표님, 누님, 오셨습니까. 편하게 식사 하십시오.""네. 잘 먹을게요."두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서니 다들 척척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이것만큼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주하는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고 늘 앉던 자리로 갔다. 더 익숙하게, 도혁이 꺼내주는 의자에 앉았다. 도혁은 짧게 고갯짓으로 모두에게 인사하고 주하의 건너편으로 갔다. 옆자리가 탐났지만 감히 탐내지 않았다.조직원들은 식당을 나가며 너도나도 도혁의 표정이 좋다고 한마디씩 덧붙였다. 그렇게 말하는 걸 도혁도 주하도 몰랐다. 그들은 평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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