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궁극적인 목적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13

113 챕터

제111화

우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은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표정은 담담해 보였지만, 눈동자 속에는 혼란이 서려 있었다.“은하야, 모든 기억은 하나의 고립된 조각이 아니야.”“응?”“뇌는 연결된 경험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저장하기도 하니까. 힘든 일에 연결된 기억까지 함께 잃어버리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야.”은하는 갑자기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던 기억들마저 잃어버릴 만큼,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을까?“마주할 준비가 되면, 그때 마주하면 돼.”“응. 오빠.”대답은 했지만, 은하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자신이 그 기억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잃어버린 조각들이 다시 맞춰지는 게 왜 이렇게 두려운 건지.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그날, 은하는 하루 종일 침대에 몸을 붙이고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깊은 휴식. 오랜만에 느끼는 완전한 나른함이 몰려왔다.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웠고, 표정은 밝았다. ***다시 완벽한 현실로 돌아왔다.방학의 끝자락,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아침이 되면 이현, 태하, 은하 세 사람은 늘 함께 운동을 했고, 은하는 오후가 되면 미술 학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태하는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며 조용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현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여행을 다녀온 이후, 스스로 인강을 듣고 태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태하 역시 그런 모습에 놀랐었다.“너 진짜 왜 이래? 나 적응이 안돼서 미치겠어.”“뭐가. 나는 공부 좀 하면 안되냐?”“어울리는 행동을 하길 바란다.”하지만 어느새 문제집을 펼치고 펜을 든 채 인강을 듣는 이현의 모습은, 곧 태하에게도 익숙해질 정도로 달라져 버렸다.그리고 개학식 하루 전, 은하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미술 학원 원장님의 얼굴이 오늘따라 환했다.“은하야! 축하한다!”“네?”“아트 페스티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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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개학 날 아침.어제까지만 해도 방학이 끝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지만, 현실은 빠르게 도착했다. 은하는 오랜만에 옷장에서 교복을 꺼내 입었다.깔끔하게 정리된 교복을 손끝으로 만지며, 문득 지난 학기 마지막 날이 떠올랐다.그때와 지금, 자신은 얼마나 달라졌을까.현관 문을 열고 나서자, 이현과 태하가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강은하~ 학교 가즈아!”“오랜만에 교복이다! 으~ 싫다!”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걸으며 학교로 향했다. 참, 많은 일이 있던 방학이었다.겨울 바다, 카페, 잃어버린 기억, 아트 페스티벌, 그리고 조금씩 변화하는 관계들.이현이 가볍게 하늘을 올려다봤다.“와, 어떻게 벌써부터 피곤하냐?”“빠르게 현실.”은하는 조용히 태하의 말을 곱씹었다.맞다, 다시 현실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은 뭐지.정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은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보란듯이 걸려 있는 이상하리 만큼 화려한 현수막에 입까지 떡 벌어졌다.[축💖2학년 3반 강은하, 아트 페스티벌 최우수상!💖축]“이게 뭐야…?”분명 자신을 축하해 주는 현수막은 맞는데 너무 크고, 너무 화려하고, 너무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하트는 또 뭐고?“아, 아저씨 진짜. 하트 좀 더 크게 해달라니까.”“그래도 눈에 확 뛰네. 형광 핑크는 역시 굿이다.”은하가 이현과 태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니들이지 또?”“당연히 우리지, 그럼 누구겠냐?”“은하야,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래도 최우수 상인데.”순간적으로 두통이 몰려와 이마를 감쌌다. 아침부터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현수막에 집중되고 있었고, 이미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은하? 저거 진짜야?”“대박, 최우수상이래!”“근데 현수막이 왜 저래? 보기만 해도 눈 아파.”“풉, 하트 뭐냐?”창피함에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상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축하를 받을 만큼의 일은 아니란 말이다.“고맙긴 한데, 다음부턴 제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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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은하는 순간 입이 다물렸다.또 그들과 같은 반이 된다? 그건 분명 편안하고 익숙한 선택이었다. 함께 라면 분명 지금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변하지 않는 환경. 그건 안전하고, 무엇보다 불안하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었다.하지만, 자신만 따로 불러 이런 걸 묻는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 내가 다른 아이들이랑 다르니까? 아프니까? 물론,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거겠지.문제는 은하에게는 지금, 선생님의 질문 자체였다. 마치 혼자서는 학교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거라고 가정하는 것처럼 들려버렸다.‘나는… 아직도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사람일까?’무엇이 정답일까.지금처럼 편안함 속에 머무르는 게 맞는걸까, 아니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볼까.한참을 고민하던 은하의 입이 열렸다.“선생님. 배려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만 이런 선택을 할 권리는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은하야.”“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반 배정을 받고 싶어요.”“정말 그렇게 생각하니?”“네.”더 이상 자신을 예외로 두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건 좋지만, ‘특별한 배려’를 받으면서 까지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다른 반이 되더라도 그들과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단단한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까? “좋아. 그럼 선생님도 은하 생각을 존중할게.”“네. 감사합니다.”짧은 면담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기 위해 교실로 돌아가자 이현과 태하가 애타게 은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강은하. 무슨 일이야?”“담임 쌤이 왜 부르신 거야? 혹시 현수막 때문에 그래?”은하는 그들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아니. 반 배정 때문에.”“반 배정? 왜?”“선생님이… 우리 네 명을 같은 반으로 해줄 수 있다고 하셨어.”이현의 눈이 반짝였다.“대박, 담임 쌤 쩐다. 센스 무엇?”“근데… 굳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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