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Bab 111 - Bab 120

309 Bab

제111화

우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은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표정은 담담해 보였지만, 눈동자 속에는 혼란이 서려 있었다.“은하야, 모든 기억은 하나의 고립된 조각이 아니야.”“응?”“뇌는 연결된 경험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저장하기도 하니까. 힘든 일에 연결된 기억까지 함께 잃어버리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야.”은하는 갑자기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던 기억들마저 잃어버릴 만큼,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을까?“마주할 준비가 되면, 그때 마주하면 돼.”“응. 오빠.”대답은 했지만, 은하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자신이 그 기억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잃어버린 조각들이 다시 맞춰지는 게 왜 이렇게 두려운 건지.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그날, 은하는 하루 종일 침대에 몸을 붙이고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깊은 휴식. 오랜만에 느끼는 완전한 나른함이 몰려왔다.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웠고, 표정은 밝았다. ***다시 완벽한 현실로 돌아왔다.방학의 끝자락,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아침이 되면 이현, 태하, 은하 세 사람은 늘 함께 운동을 했고, 은하는 오후가 되면 미술 학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태하는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며 조용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현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여행을 다녀온 이후, 스스로 인강을 듣고 태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태하 역시 그런 모습에 놀랐었다.“너 진짜 왜 이래? 나 적응이 안돼서 미치겠어.”“뭐가. 나는 공부 좀 하면 안되냐?”“어울리는 행동을 하길 바란다.”하지만 어느새 문제집을 펼치고 펜을 든 채 인강을 듣는 이현의 모습은, 곧 태하에게도 익숙해질 정도로 달라져 버렸다.그리고 개학식 하루 전, 은하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미술 학원 원장님의 얼굴이 오늘따라 환했다.“은하야! 축하한다!”“네?”“아트 페스티벌 말이야!
Baca selengkapnya

제112화

개학 날 아침.어제까지만 해도 방학이 끝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지만, 현실은 빠르게 도착했다. 은하는 오랜만에 옷장에서 교복을 꺼내 입었다.깔끔하게 정리된 교복을 손끝으로 만지며, 문득 지난 학기 마지막 날이 떠올랐다.그때와 지금, 자신은 얼마나 달라졌을까.현관 문을 열고 나서자, 이현과 태하가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강은하~ 학교 가즈아!”“오랜만에 교복이다! 으~ 싫다!”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걸으며 학교로 향했다. 참, 많은 일이 있던 방학이었다.겨울 바다, 카페, 잃어버린 기억, 아트 페스티벌, 그리고 조금씩 변화하는 관계들.이현이 가볍게 하늘을 올려다봤다.“와, 어떻게 벌써부터 피곤하냐?”“빠르게 현실.”은하는 조용히 태하의 말을 곱씹었다.맞다, 다시 현실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은 뭐지.정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은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보란듯이 걸려 있는 이상하리 만큼 화려한 현수막에 입까지 떡 벌어졌다.[축💖2학년 3반 강은하, 아트 페스티벌 최우수상!💖축]“이게 뭐야…?”분명 자신을 축하해 주는 현수막은 맞는데 너무 크고, 너무 화려하고, 너무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하트는 또 뭐고?“아, 아저씨 진짜. 하트 좀 더 크게 해달라니까.”“그래도 눈에 확 뛰네. 형광 핑크는 역시 굿이다.”은하가 이현과 태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니들이지 또?”“당연히 우리지, 그럼 누구겠냐?”“은하야,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래도 최우수 상인데.”순간적으로 두통이 몰려와 이마를 감쌌다. 아침부터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현수막에 집중되고 있었고, 이미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은하? 저거 진짜야?”“대박, 최우수상이래!”“근데 현수막이 왜 저래? 보기만 해도 눈 아파.”“풉, 하트 뭐냐?”창피함에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상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축하를 받을 만큼의 일은 아니란 말이다.“고맙긴 한데, 다음부턴 제발 이러지
Baca selengkapnya

제113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은하는 순간 입이 다물렸다.또 그들과 같은 반이 된다? 그건 분명 편안하고 익숙한 선택이었다. 함께 라면 분명 지금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변하지 않는 환경. 그건 안전하고, 무엇보다 불안하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었다.하지만, 자신만 따로 불러 이런 걸 묻는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 내가 다른 아이들이랑 다르니까? 아프니까? 물론,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거겠지.문제는 은하에게는 지금, 선생님의 질문 자체였다. 마치 혼자서는 학교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거라고 가정하는 것처럼 들려버렸다.‘나는… 아직도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사람일까?’무엇이 정답일까.지금처럼 편안함 속에 머무르는 게 맞는걸까, 아니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볼까.한참을 고민하던 은하의 입이 열렸다.“선생님. 배려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만 이런 선택을 할 권리는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은하야.”“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반 배정을 받고 싶어요.”“정말 그렇게 생각하니?”“네.”더 이상 자신을 예외로 두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건 좋지만, ‘특별한 배려’를 받으면서 까지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다른 반이 되더라도 그들과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단단한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까? “좋아. 그럼 선생님도 은하 생각을 존중할게.”“네. 감사합니다.”짧은 면담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기 위해 교실로 돌아가자 이현과 태하가 애타게 은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강은하. 무슨 일이야?”“담임 쌤이 왜 부르신 거야? 혹시 현수막 때문에 그래?”은하는 그들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아니. 반 배정 때문에.”“반 배정? 왜?”“선생님이… 우리 네 명을 같은 반으로 해줄 수 있다고 하셨어.”이현의 눈이 반짝였다.“대박, 담임 쌤 쩐다. 센스 무엇?”“근데… 굳이 그렇게
Baca selengkapnya

제114화

학기 초, 학교생활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전히 함께 등교하고, 여전히 함께 점심을 먹었다.매일 아침 은하가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익숙하게 기다리고 있는 태하와 이현의 모습도 한결같았다.민희와 이현은 비록 반은 달랐지만, 점심시간이면 반가운 얼굴로 달려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민희는 점심을 먹으면서도 가끔 불만을 토로했지만 말이다.“같은 반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반은 죄다 재미없는 애들만 모아 놓은 것 같다니까?”“좋은 기회 아니냐? 이참에 새로운 애들이랑도 친해져 봐.”“됐거든? 난 니들이랑 있는 게 제일 편하다고.”민희의 푸념에도 불구하고, 네 사람의 관계는 여전했다. 바뀐 것 같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그리고 이현의 여동생, 가희 역시 송화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다.하지만 평소 이현과 친하지 않았던 탓에, 그리 큰 변화는 없는 듯 보였다.***한 달쯤 지났을 무렵, 교실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그날 아침, 담임 선생님은 조용한 목소리로 교실 앞에 한 학생을 불러 세웠다.“오늘부터 함께 지낼 전학생이다. 다들 잘 지내길 바란다.”“안녕… 나는 윤서연이야. 잘 부탁해.”짧은 단발머리에 꽤나 귀엽게 생긴 얼굴이었다.하지만 낮게 숙인 시선과 조용한 목소리. 말수가 유독 없어 보였다. 곧바로 수업이 시작되었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는 학생은 없었지만, 은하는 유독 서연이를 자주 쳐다보았다. 어딘가 낯익은 모습, 예전의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이상한 느낌. 은하는 이 학교에 전학을 왔던 순간을 문득 떠올렸다.낯선 환경에서 아무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준 민희. 그때부터 학교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싶었다.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연에게 다가갔다.“안녕. 나는 강은하야. 윤서연 이라고 했지?”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든 서연.눈빛에는 당황스러움과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은하는 조용히 기다렸다.
Baca selengkapnya

제115화

학원으로 향하는 길, 민희가 서연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너는 왜 야자 안해? 3학년이잖아.”“그냥… 혼자는 자신 없어서.”“나도. 근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공부는 잘해?”“그냥… 너희도… 야자는 안 하는 거야?”“응. 은하는 미술 학원 다니고, 이현이랑 태하는 독서실에서 공부해. 우린 매일 학원으로 같이 가면 되겠다. 그치?”“…응.”은하 역시 서연이를 향해 따뜻한 말을 전했다.“나도 2학년 말에 전학 왔어. 그때, 민희가 먼저 손 내밀어줘서 친해졌고.”“그랬구나….”“어렵거나 힘든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알겠지?”“…응.”누구보다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의 서연이가 은하의 눈에는 귀엽고도 안쓰러워보였다.***몇 시간 후, 미술 학원이 끝난 저녁. 거리는 한산했고, 가로등 불빛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이현이 은하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야, 그 전학생 말이야. 엄청 조용하지 않냐?”태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말수가 유독 적더라.”잠시후, 은하의 대답은 덤덤했다.“나도 그랬었잖아.”“그러네. 강은하 처음 전학 왔을 때랑 비슷한 것 같긴 하네.”은하는 살짝 머쓱해졌다. “그래서 더 챙겨주고 싶어. 나도 누군가 먼저 다가와 줬던 게 고마웠으니까.”태하는 때를 놓치지 않고 이현을 놀리기 시작했다.“백이현은 그때 엄청 못살게 굴었었잖아.”“야! 정태하!”“왜? 맞잖아. 은하 처음 전학 왔을 때, 제일 먼저 건드린 게 너잖아.”“내가 언제! 그리고 그건 시비가 아니라… 그냥 관심 정도였달까?”은하의 머릿속에 지난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를 미워했던 순간들, 그와 친해지기 시작한 계기들. 이상하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생각해보면, 작년에 별에 별 일이 다 있었네”그때만 해도 이들과 이렇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줄 몰랐다. 동시에 자신이 또 다른 누군가를 챙겨주게 되리라곤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 또 한 명 인연이 생기기 시작한 순간, 은하는 서연이를 떠올리며 생각했다.'서
Baca selengkapnya

제116화

은하는 순간 망설였다.어떻게 말해야 하지? 그래도 오빠인데, 동생 일에 대해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결국 방금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그게… 가희가 친구들한테 둘러싸여 있었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니까 다들 얼버무리면서 도망치듯 흩어졌고. 아무래도 일반적은 대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이현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일단, 고맙다 강은하.”그는 그 말 만을 내뱉은 뒤 빠르게 자리를 떠났고, 은하는 말없이 옆에 서있던 서연을 바라보았다.“백이현 동생 이었나봐. 우리도 교실로 돌아가자.”“그, 은하야….”서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작고, 더 조심스러웠다.은하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응?”“너 진짜 대단해… 나라면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아….”은하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서연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서연이는 어쩌면, 누군가를 향해 먼저 다가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혹은, 다가가려 했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던 사람일 수도 있었고. 자신 역시 과거에는 그랬으니까.“아니야. 나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 했어.”“응?”“그냥…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달라진 것 같아. 너도 이제 우리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얼른 가자. 수업 늦겠다.”***청소 시간이 되자, 이현은 곧장 여동생 가희의 반을 찾았다.그의 등장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누구야? 엄청 잘 생겼다.”“몰라? 3학년 백이현 선배잖아.”“대박.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여긴 왜 온 거지?”이현의 귀에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그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가희를 만나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물어 보는 것. 도무지 신경이 쓰여 참을 수가 있어야지 원.마침내 1학년 5반 교실 앞에 도착했다.문이 열리자, 웃고 떠들던 학생들의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이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심한 표정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리고, 가희와 눈이 마
Baca selengkapnya

제117화

욕설이 섞인 말투에 학생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희를 둘러싸며 놀려대던 당당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웃기는 새끼들이네? 부모 덕 좀 보는 게 뭐 어때서? 그게 왜 그렇게 만만해 보일까? 그렇게 깔보면 니들이 뭐라도 되는 냥 대단하네 느껴지나본데, 제대로 현실 깨닫게 해주기 전에 알아서들 멈춰라.”이로써 모든게 확실해졌다. 백이현과 백가희는 남매사이고, 지금 모든 걸 알게 된 백이현은 분노했다는 것. “병신들. 결국 부러워서 떠는 꼴깝들이면서.”교실 안은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이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여유롭게 걸어 나갔다.그제야 학생들은 긴장된 한숨을 내쉬었다.가희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가방을 챙겼고, 한 학생이 망설이는 듯 하더니 쭈뼛쭈뼛 다가왔다.“백가희.”가희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여전히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그러자 다른 학생도 따라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우리는 그냥… 깊게 생각 안 하고 했던 말이었어.”“지금 생각해 보니까,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다 싶네…. 미안해.”입을 꾹 다물었던 가희는 가방을 챙겨 들고 나서야 대답했다.“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뭐가 달라져?”“….”“하던 대로 해. 우리 오빠가 백이현이라서 갑자기들 이러는 거야?”학생들은 입을 다물었고, 가희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한 번 더 차분하게 말했다.“앞으로 그냥 나한테 신경 꺼.”진심 어린 사과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만약 맞다고 해도 상처를 준 것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학생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교실 밖을 나선 가희는 생각했다.더 이상, 스스로 작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다음날 아침, 1교시가 시작되기 전.매점으로 향한 이현과 태하는 손에 닿는 대로 간식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그렇게 간식을 한 보따리 사 들고, 1학년 5반으로 향하는 두 사람.
Baca selengkapnya

제118화

그날 오후, 이현에게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간식 고마워. 근데 태하 오빠는 더 잘생겨졌더라🩷]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이현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곧장 태하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전했다.“야 정태하.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다.”“왜?”“백가희가, 너 더 잘생겨졌대.”“그게 뭐? 사실이잖아.”“일단 사과부터 받아. 미리 사과할게. 진심으로 다시 한번 미안하다.”“뭐라는 거야 도대체.”이현은 영문을 몰라하는 태하의 어깨를 두 손으로 꽉 부여잡고는, 마치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다.“진짜 미안해. 혹시라도 너무 힘이 들 땐, 우리 우정을 한 번만 떠올려 줘라.”“미친놈인가.”태하는 이현이 이상하게 굴었던 이유를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하교길, 가희가 자신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고, 환한 미소까지 장착한 채로.그 모습을 지켜본 이현은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를 떠났고, 태하는 이현이 떠나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설마 나한테 오는 건가? 왜? 아니, 표정이 왜… 왜 이렇게 소름 돋지.’정확하게 태하의 앞에 멈춰선 가희가 태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태하오빠앙~!”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 이현이 말했던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가희의 표정은 여전히 무서우리만큼 해맑았다.“어…어… 가희야, 아까 간식은 잘 먹었어?”“응. 오빠 생각 하면서 다 먹었지!”“…그. 그랬구나. 이왕이면 나 말고, 이현이 생각하면서 먹지 그랬어.”가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불쾌하다는 듯.“미쳤어? 근데 어디 가 오빠?”“이현이랑 독서실 가려고.”그 말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던 태하의 눈동자가 당황한듯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 바로 옆에 있던 백이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니까.분명 이 상황을 피해 도망간 게 틀림없었다.‘하… 이 치사한 자식.’가희는 여전히 반짝이는 눈으로 태하에게서
Baca selengkapnya

제119화

태하는 의자에 털썩 주저 앉으며 이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백이현, 이제 어떡할 거야? 백가희 기세가 장난이 아니던데?”“정 서방. 나도 미처 이런 일은 예상하지 못했네. 허허허.”태하가 결국 헛웃음을 터트렸다. 웃겨서가 아니라, 진짜로 어이가 없었다. “그래 그건 인정. 그러니까 이제 대책을 좀 말해 봐.”“이건 난이도가 너무 높은데… 아직은 관심이니까 일단 진정부터 하자고. 정 서방.”“여자친구 있냐고 대놓고 묻던데?”이현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싹 사라졌다.“뭐라고?”“그리고, 있어도 상관 없다 던데?”“와 씨… 이거 진짜 일 났네.”이현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들은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눈앞에서 빠르게 현실 부정과 충격이 교차해, 저도 모르게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정태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도와 줄 방법이 없겠다.”“캐릭터가 너무 확실해. 나 진짜 식은 땀 났다니 까.”“잘 들어. 일단 빠져나갈 방법은 딱 하나야.”“뭔데? 빨리 말 해.”“네가 이민을 가거나, 백가희가 이민을 가거나.”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이민이 방법이라면 없다는 말이랑 똑같은 거잖아.“아, 하나 더 있다.”“뭐!”“세상이 멸망하거나.”“….”***그날 저녁, 은하의 집.네 사람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주제는 하나였다. 바로 오늘 벌어진 '백가희 사태'.이현이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까지 멘탈이 다 나가는 것 같다.”태하의 목소리엔 오늘 따라 힘이 없었다.“백이현… 네 동생이잖아….”우주는 둘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어댔다. 애들이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또 뭐가 이렇게 심각한 건지.“그러니까, 이현이 동생 가희가 태하한테 관심이 생겼다고?”“형님. 단순한 관심이 아닙니다. 제 동생은 진짜 또라이에요.”은하 역시 자꾸만 히죽거렸고, 우주는 여전히 재미 있어 죽겠다는 눈치였다.“태하는 어떻게 할 거야? 가희가 계속 대쉬하면?”“아… 우주 형님…”“정 서방
Baca selengkapnya

제120화

태하는 뇌 정지가 온듯한 표정으로 굳어버렸고, 은하는 가희가 귀엽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듣던 데로 백이현 동생 답네.”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창피했던 이현은 이 자리를 피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태하야…. 우리 먼저 가도 될까? 자습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네?”“…야. 백이현.”태하의 눈빛은 확실했다. 가기만 해, 가만 안 둬.하지만 가희는 정 반대였다. 이제야 좀 말이 통하네, 마음에 드네.“잘 생각했어. 방해하지 말고 좀 꺼져 줄래?”“백가희, 까불지 말고 우리 태하 살살 다뤄라.”은하와 빠르게 눈빛을 교환한 이현은 결국 자리를 떠났고, 남겨진 태하는 절망적인 얼굴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너네 진짜… 가는 거냐…?”그 순간. 가희가 태하의 옆에 찰싹 달라 붙어 팔짱을 끼었다.“태하 오빠앙. 나 교실까지 데려다 주떼용, 네엥?”“…그. 그래. 일단 가자.”태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가희가 계속 팔짱을 낀 채 입꼬리를 씰룩거린다는 것.더 심각한 문제는 주변 시선이었다. 교실로 향하는 복도 사이, 지나가는 학생들은 두 사람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뭐야?”“저거 백가희 아니야?”“옆에 정태하 선배 맞지?”“와, 커플 탄생?”웅성거림은 이미 퍼져가고 있었다.태하는 진심으로 땀이 나는 기분이 들었지만, 가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여전히 해맑게 웃어댔다.“오빠, 우리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걸음을 뚝 멈춘 태하가 진심으로 정색하며 가희를 바라봤다.“가희야.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 “맞아. 아직은 아니지이!”너무도 당당한 대답에, 태하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말려들면 안 된다. 이대로 어물쩡 넘어가다가는 진짜로 일이 커질 것만 같았다.“아니? 앞으로도.”“…오빠아!”“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어. 나한테 너는 친구 동생일 뿐이야.”예상보다 훨씬 단호한 말투, 장난스럽게 웃던 가희의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1011121314
...
31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