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각자의 일상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태하는 늘 그렇듯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하는데에 보냈다.이현은 가끔 태하의 옆에서 공부를 하다, 이내 답답한 듯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TV를 봤다.은하는 아침 운동이 끝나면 점심을 먹고, 곧바로 미술학원으로 향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은하에게 원장님이 다가왔다.“은하야, 페스티벌 준비는 잘 하고 있니?”“그, 그럭저럭요.”“혹시, 주제는 정해졌고?”은하는 괜스레 손끝만 만지작거렸다.주제가 자유 창작이라 부담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아직… 고민 중이에요.”“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찾아봐. 그래도, 은하가 가장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게 좋겠지?”“네.”은하는 원장님의 말을 되새기며, 붓을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여전히 하얀 캔버스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미술 학원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 오늘도 태하와 이현은 은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강은하!”“끝났어?”첫눈이 내렸던 날 이후로, 거리는 어느새 완벽한 겨울 분위기로 변해 있었다.“야, 대회 준비는 잘 하고 있냐?”“몰라.”“우리가 도와줄게.”“뭘?”“우리가 모델 해줄게.”태하와 은하는 황당하다는 듯 이현을 바라보았다.“뭔 소리냐 또.”“모델은 굳이 안 해줘도 될 것 같은데.”“잘 생각해봐. 비주얼이 이렇게나 훌륭한데, 몰입감부터 상당하지 않겠어?”은하는 결국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됐어. 그나마 있던 영감도 사라지겠어.”순간, 태하가 갑자기 주제를 바꿔 물었다.“우리 오늘, 집에서 치킨 시켜 먹으면서 영화나 볼까?”금세 분위기가 달라졌고, 이현이 신이 난듯 방방 뛰었다.“오 정태하 굿! 요즘 OTT에 신작 엄청 올라왔더라.”“얼른 허락부터 맡으러 가자.”“콜! 우리의 우주 형님이 반대하실 리가 없잖아?”이제야 은하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혹시 내 의견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