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설친 건 미정뿐만이 아니었다.위층 작은 방에 불이 꺼진 지 오래였지만, 이수는 거실 소파에 앉은 채 그대로였다.하빈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고, 둘 사이에는 식지 않은 머그컵 하나가 놓여 있었다.“자는 것 같아.”하빈이 낮게 말했다.“응.”이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허공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미정이 미용실 위층에서 밤을 보내는 건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그러나 돌이켜보면, 이수는 이미 이런 밤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침착했다.“이번 건,”하빈이 말을 꺼냈다.“생각보다 깊어.”“알아.”“불륜으로 바로 가기 어려워.”“응.”이수는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천천히 두드렸다.“저 사람은,”그녀가 말했다.“술이 핑계야.”“본질은?”“통제.”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술은 기폭제고, 폭력은 결과고, 통제는 습관이지.”이수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그래도,”하빈이 덧붙였다.“불륜 설계는 필요해.”이수의 눈이 천천히 움직였다.“왜.”“법적으로 가장 빠르니까.”그 말은 차갑지만 현실적이었다.이수는 잠시 눈을 감았다.“저 사람,”그녀가 낮게 말했다.“다른 여자 있을 가능성 있어.”“확신이야?”“아니.”“그럼.”“촉.”이수는 웃지 않았다.“의심이 과한 사람은 대개 자기 그림자를 숨기고 있어.”하빈은 팔짱을 풀었다.“확인부터 하자.”“응.”“회사 동선, 카드 내역, 주말 이동 패턴.”이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그리고,”하빈이 그녀를 바라봤다.“네가 직접 접근하진 마.”이수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왜.”“이수야.”그는 한 번 숨을 고르고 말했다.“저 사람 눈빛, 어제 봤지.”“봤어.”“그거… 정상 아니야.”“정상인 사람을 상대하는 일 아니잖아.”“그건 알아.”하빈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근데 넌.”“뭐.”“그 눈을 보면 너도 흔들릴거야.”이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하빈이 말하는 ‘흔들림’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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