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훈은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을 꺼냈다.손이 가볍게 떨렸다.술 때문은 아니었다.확신 때문이었다.의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하지만 어제 헬스장 앞에서 본 장면,비를 맞으며 통화를 받던 이수의 얼굴,그리고 그 직후 나타난 남자.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지금 가는 중.’그 한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태훈은 소파에 앉아 화면을 켰다.SNS, 메시지, 사진.이수의 이름을 검색했다.별다른 흔적은 없었다.그 부재가 오히려 불안을 키웠다.“숨겼네.”누군가를 의심하는 순간, 상대의 결백은 중요하지 않다.중요한 건 스스로가 납득할 이야기다.태훈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헬스장.같은 시간.같은 공간.그 남자.그는 기억을 짜 맞췄다.“있네.”다음 날, 그는 헬스장에 일찍 갔다.러닝머신 위에서 운동하는 척하면서계속 출입문을 주시했고, 이수가 들어왔다.평소처럼 담담한 얼굴로 그가 다가갔다.“오늘도 오셨네요.”“네.”“어제.”그가 말을 멈췄다.“어제 뭐요?”“그 남자.”이수는 잠시 멈칫했다가 웃었다.“지인이에요.”짧은 대답.그 웃음이 태훈을 자극했다.“친한가 보네요.”“그냥.”“그냥이 뭐예요.”이수는 물병을 들고 말했다.“왜요. 질투라도 하세요?”그 한 문장이 선을 건드렸다.태훈의 눈이 변했다.“아니요.”“그런데 왜 자꾸 물어요?”이수는 다시 러닝머신 위로 올라갔다.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여기까지.’그녀는 계산했다.태훈의 눈이 이미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 자극이 필요했다.태훈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질투는 분노보다 조용하게 타오른다.그리고 그 조용함이 더 위험하다.저녁 시간, 태훈은 일부러 이수를 주차장에서 기다렸다.“집에 가요?”그가 말했다.“오늘은 차 안 가져왔어요.”“그럼 태워줄게요.”이수는 잠시 망설이는 척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수석 문이 닫히는 순간, 태훈의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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