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결정문은 생각보다 얇았다.A4 한 장.법원 직인 하나.조항 몇 줄.그 종이 한 장이 한 사람의 움직임을 묶는다고 생각하니,이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100미터.”미정이 낮게 읽었다.“연락 금지.”그녀의 손끝이 종이를 잡은 채 미세하게 떨렸다.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울지 않으려고 버티는 사람의 숨이었다.하빈이 말했다.“이건 시작이에요.”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현실이었다.“위반하면 바로 형사 사건으로 갑니다. 이번엔 기록이 남았으니까요.”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고개는 확신보다는, 체념에 가까웠다.“그 사람…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이수는 그 말을 듣고 한순간 눈을 감았다.이 문장. 너무 익숙했다.“술만 안 마시면 괜찮아요.”그 말도. 하빈이 조용히 물었다.“그럼 술 마시면요.”미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 짧은 침묵 안에 끌려가던 밤,잡힌 손목, 닫힌 공간이 다 들어 있었다.“무서웠어요.”결국 그 말이 나왔다.이수는 고개를 들었다.“그럼 답은 나왔어요.”미정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겁이 아니라, 자기 입으로 처음 인정한 안도감 때문이었다.며칠 동안 태훈은 조용했다.문자도, 전화도 없었다.그 고요가 오히려 더 불안했다.“무너진 사람은,”이수가 말했다.“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자존심이 큰 사람일수록.”“응.”태훈은 통지서를 받았다고 했다.종이를 구기지 않았고, 찢지도 않았고, 그저 오래 바라봤다고.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이수는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분노보다는 공허가 더 오래 간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저녁 시간, 미용실 문을 닫고 나왔을 때, 공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조용했다.너무 조용했다.이수는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예전 같으면, 이 지점에서 계산이 시작됐을 것이다.위험도. 거리. 개입 여부. 지금은 계산보다 감각이 먼저였다.“하빈.”“응.”“조용해지면… 더 불안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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