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오지는 않았다.하늘은 흐렸지만, 어제와는 다른 회색이었다.지연은 창문을 열어 잠깐 바깥 공기를 들였다.서늘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이제는 날씨를 이유로 마음이 먼저 흔들리지 않았다.출근길, 휴대폰은 가방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진동도, 알림도 없었다.그 침묵이 더 이상 불길하지 않다는 사실이 지연을 놀라게 했다.‘오늘도 기록이 하나 더 쌓이겠지.’그 생각은 기대가 아니라 예측에 가까웠다.오전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 메신저에 낯선 메시지가 도착했다.외부 협력사_강○○지연은 바로 읽지 않았다.발신자를 확인하고, 시간을 확인하고, 스크린샷을 먼저 찍었다.그 다음에야메시지를 열었다.-지연 씨, 업무 관련으로 잠깐 통화 가능하실까요.업무라는 단어가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지연은 메신저를 닫았다. 답하지 않았다.점심 무렵, 관리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지연 씨, 외부 협력사 명의로 연락이 간 것 같아서요.”지연은 차분히 답했다.“네, 확인했습니다.”“개인적인 접촉으로 보입니다.”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해당 계정도 접근 제한 조치하겠습니다.”지연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자기 설명 없이 상황이 처리되는 경험은 여전히 낯설었다.퇴근 후, 지연은 장미 미용실로 향했다.문을 열자 이수는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오셨어요.”이수가 말했다.“네.”지연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차분히 설명했다.이수는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모든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뒤에야 입을 열었다.“이제,”이수가 말했다.“접촉 방식이 완전히 분산되고 있어요.”“분산이요?”“전화, 문자, 회사 메일, 외부 계정.”“한 가지가 막히면 다른 통로를 쓰는 건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이건…”“누적입니다.”이수는 단정하게 말했다.“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여도, 지금은 의도가 선명해지고 있어요.”하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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