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조금 늦었다.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공기가 눅눅했다.미용실 간판 불이 꺼지기 직전의 시간.골목은 한산했고, 건너편 편의점 불빛만 희미하게 새어나왔다.남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엔진은 끈 상태였다.운전석 창문을 아주 조금 내린 채, 그는 간판을 바라보고 있었다.장미 미용실.낯선 이름.낯선 삶.그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문. 유리창. 안쪽 의자. 거울.그리고, 문이 열렸고, 이수가 나왔다.앞치마를 벗으며, 머리를 묶은 고무줄을 풀고 있었다.지친 표정. 그러나 무너지지 않은 얼굴.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시선만 따라갈 뿐.이수는 문을 잠그고,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확인했다.잠깐, 고개가 들렸다.골목을 스치는 바람 때문인지 이유 없는 기척 때문인지.차 안의 남자와 눈이 마주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그 방향을 스쳐갔다.남자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익숙한 버릇. 익숙한 걸음.“……”말은 없었다.대신 아주 짧게 숨을 내쉬었다.찾은 게 아니다. 이미 알고 있었다.오늘은 확인일 뿐. 하빈이 미용실 안에서 나왔다.“늦었네.”그가 말하며 이수 옆에 섰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란히 걸었다.거리도, 속도도 익숙했다.남자의 시선이 그 간격에 잠시 머물렀다.하빈이 무언가 말했고, 이수가 작게 웃었다.그 웃음이 차 안까지 닿지는 않았지만 보였다.남자의 턱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손이 핸들을 쥐었다가 천천히 풀렸다.질투는 아니었다.분노도 아니었다.계산.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사진을 찍지 않았다.녹음도 하지 않았다.그저 화면을 켰다가 껐다.아직은 아니다.두 사람이 골목 끝으로 사라지자 남자는 시동을 걸었다.차는 천천히 움직였다.골목을 빠져나가기 직전, 그는 한 번 더 백미러로 간판을 봤다.불 꺼진 장미 미용실.“…….”아주 낮게, 거의 숨처럼.“이제야.”그 한 마디. 찾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움직일 시간이라는 의미. 차는 골목을 벗어났다.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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