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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난 안 가, 선택이야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7 15:51:59

그날 이후로 이틀 동안 연락은 없었다.

서연도, 재호도. 이수는 일부러 먼저 묻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설득으로 끝낼 일이 아니었다.

선택은 당사자 몫이었다.

미용실 안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드라이기 소리, 가위 소리,

손님들의 가벼운 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수의 귀에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마치 모든 감각이 조금 예민해진 것처럼.

“생각 많지.”

하빈이 말했다.

이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상하게 조용해.”

“무슨 뜻이야.”

“사건이 끝날 때마다 남는 소리 있잖아.”

하빈은 잠시 생각했다.

“후회?”

“아니.”

이수는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바라봤다.

“사람이 무너질 뻔하다가 멈춘 소리.”

짧은 정적.

그 표현이 묘하게 정확했다.

그날 밤. 문자가 왔다.

보낸 사람, 재호.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이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하빈을 바라봤다.

“혼자 갈 거야?”

그가 물었다.

“응.”

“괜찮겠어?”

이수는 짧게 웃었다.

“이번엔 싸움 아니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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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해드립니다.   169. 머무름

    이수는 그 말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한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더 무섭지.”“왜.”“내가 또 못 보고 있는 게 있을까 봐.”그 말은 남을 향한 의심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향한 불안에 가까웠다. 사람을 믿는 순간, 자신이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오래된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바람이 세게 불어 머리카락이 얼굴을 스쳤다. 하빈이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그걸 귀 뒤로 넘겨주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손길을 피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만히 있었다. 숨이 아주 잠깐 흔들렸을 뿐, 몸을 빼지는 않았다.“나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어.”이수가 먼저 말했다.“알아.”하빈의 대답은 짧았지만 단단했다.“가끔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더 힘들어.”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럼 하지 마.”“뭐?”“괜찮은 척.”하빈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위로하려는 말투도 아니었고, 억지로 단단해 보이려는 말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처럼 꺼낸 말이었다.이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무릎 위에 얹어둔 손을 조금 움직였다.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하빈의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스치듯 닿는 정도였지만, 이번엔 바로 거두지 않았다.“편하다.”그녀가 중얼거리듯 말했다.“뭐가.”“지금.”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래서 무섭기도 해.”하빈은 웃지 않았다.“편해지면 잃을까 봐?”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하빈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잃는 건 나중 일이고, 지금은 네가 여기 있는 게 더 중요하지.”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선택이 들어 있었다. 미래를 장담하지도, 약속하지도 않으면서 지금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이수는 난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도망 안 가려고.”“응.”“노력해볼게.”하빈은 그녀를 바라봤다.“잡을 준비는 돼 있어.”그 말에 이수는 피식 웃었다.“뭘 그렇게 준비해.”“말 안 해도 알아.”“뭘.”“네 표정.”이수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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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는 곧바로 서연을 부르지 않았다.대신, 며칠을 더 지켜봤다.서연은 여전히 남편을 의심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위자료 액수를 다시 한 번 확인했고,회사 지분 구조를 물었다.급하지 않은 척했지만 조급함이 묻어났다.“이제 알았지?”하빈이 낮게 말했다.“응.”“어떻게 할 거야.”이수는 잠시 생각했다.“직접 들이대면 부정할거야.”“그럼.”“스스로 말하게 해야지.”짧은 정적.이수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며칠 뒤. 서연이 다시 미용실을 찾았다.이번엔 차분했다.“진전 있으셨어요?”이수는 미소를 지었다.“조금요.”“정말요?”눈빛이 반짝였다.기대.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남편 쪽에서 재산 정리를 먼저 준비 중인 것 같아요.”짧은 침묵.서연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죠?”“지분 일부를 이미 외부로 이전한 기록이 있어요.”거짓이었다.하지만 이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그래서 위자료 계산이 생각보다 줄어들 수 있어요.”서연의 손이 가방을 꽉 쥐었다.“그 사람이… 먼저요?”“네.”이수는 일부러 고개를 기울였다.“몰랐습니까?”서연은 말문이 막혔다.아주 잠깐. 그 짧은 틈. 이수는 그걸 기다렸다.“그럴 리 없어요.”서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그 사람은 아직… 준비 안 됐어요.”“확신하시네요.”“당연하죠.”짧은 침묵.이수는 조용히 덧붙였다.“그럼 왜 먼저 자산 이동을 시도하셨습니까.”공기가 멈췄다.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제가요?”“네.”이수는 서류를 천천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부계정으로 개통한 번호.”“위조 문자.”“호텔 동선.”하나씩. 속도를 늦춰가며.“설명하시겠어요?”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손끝이 떨렸다.처음 만났을 때의 떨림과 달랐다.이건 계산이 틀어진 사람의 떨림이었다.“그 사람도 변했어요.”그녀가 먼저 말했다.목소리는 낮았다.“돈이 생기고, 사람이 달라졌어요.”“그래서 먼저 변하셨습니까.”이수의 질문은 감정이 없었다.

  • 불륜해드립니다.   164. 관계를 끝내더라도, 망가뜨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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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의 수위는 더 이상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마시지 않아도, 시간은 잔을 비워 갔다.술집 안의 시간은 사람의 선택과 상관없이 흘렀다.진상은 물컵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물이 반쯤 남아 있었다.그는 그 반을 오래 바라봤다.채우지 않은 선택과, 비우지 않은 선택 사이에서 사람은 자주 멈춘다.“이상하죠.”그가 말했다.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충동은 아니었다.“뭐가요.”이수는 잔을 내려놓은 채로 물었다.목소리는 낮았고, 끝이 흐리지 않았다.“이런 날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말을 삼킨다기보다, 말을 고르는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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