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번 사건은 처음으로, 자신이 의도적으로 가해자의 설계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선 그을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그리고 기록 남길 거야.”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건 이제 상담이 아니라 사건이네.”이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사건이야.”장미 미용실에 들어온 의뢰 중 처음으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상대해야 하는 사건. 구조는 뒤집혔고, 선택은 무거워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균열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남은 건, 그 균열이 어디까지 번질지 지켜보는 일이었다.이수는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사건이 이제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순간부터, 마음의 무게가 달라졌다. 그동안 장미 미용실로 들어왔던 의뢰들은 대부분 피해자의 탈출을 돕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상대를 밀어내기 위해 계산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 계산이 성공한다면, 한 사람의 인생이 억울한 낙인과 함께 기울 수 있었다.하빈은 노트북을 펼쳐두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여자의 상담 내용, 남편의 진술, 자산 변동 시점, 최근 투자 유치 발표 날짜까지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보니 흐름이 선명해졌다. 투자 발표 직후, 여자의 상담이 시작되었고, 외도 의심은 그 이후에 등장했다.“시점이 너무 정확해.”하빈이 낮게 말했다.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투자 발표가 나고, 회사 가치가 오르고, 그다음 상담이 시작됐어.”“감정이 식었다는 말은 그 이후에 붙은 설명이겠지.”이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여자가 정말로 외도 증거를 만들 계획이라면, 다음 단계는 의심을 외부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친구나 지인에게 이야기를 흘리거나, 일부러 상황을 연출해 오해를 키우는 방식이 될 수 있었다.그 예상은 오래가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며칠 뒤, 남편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무거웠다.“회사에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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