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밤새 내렸다.아침이 되었을 때도 공기는 축축했고, 골목 바닥에는 물이 얇게 고여 있었다. 이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미용실 문을 열었다. 비 오는 날은 이상하게 손님이 많았다. 머리를 정리하고 나면 기분도 정리된다고들 말했다.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특유의 샴푸 향과 따뜻한 공기가 맞았다. 이수는 불을 켜고, 기계 전원을 올리고, 커피를 내렸다.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그 리듬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그녀는 문 쪽을 한 번 바라봤다. 아무도 없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골목도 한산했다.‘괜한 생각이었나.’어젯밤의 번호가 머릿속을 스쳤다.평범한 예약 문자. 하지만 그 짧은 교환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 있었다.하빈이 조금 늦게 들어왔다. 우산을 접으며 말했다.“비 오니까 공기 좋네.”“응.”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컵을 건넸다.“어제 그 예약, 오늘 오지?”“응. 오후 네 시.”하빈은 별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그저 새로운 손님일 뿐이었다.오전은 분주하게 흘러갔다. 손님이 겹쳤고, 드라이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이수는 가위를 움직이며 평소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손은 안정적이었고, 말투도 부드러웠다.그런데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표정이 살짝 굳어 있다는 걸 느꼈다. 이유를 찾으려 하자 더 어색해졌다. 손님을 보내고 나서야 숨이 조금 내려왔다.“괜찮아?”하빈이 물었다.“응. 그냥 좀 피곤해서.”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피로와는 다른 종류의 긴장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선이 닿는 느낌, 누군가가 한 발짝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기분이 스며들었다.오후 세 시 반이 조금 넘었을 무렵, 문 위의 종이 울렸다.이수는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단정한 코트 차림에, 화장도 과하지 않았다. 나이는 서른 중반쯤으로 보였다.“예약하신 분 맞죠.”이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갑자기 연락드렸는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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