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녀, 공개 구혼 시작합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30 챕터

제11화

그 말을 들은 이은은 가볍게 웃었다.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철든 유니를 보며 마음이 뿌듯하면서도 한구석은 시렸다.“괜찮아. 유니가 돈도 아닌데 모두가 좋아할 필요 없어. 엄마만 유니를 좋아하면 돼. 유니는 엄마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니까.”이은은 유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달랬다.유니는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아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환하게 웃었고,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 손을 잡고 차에 올랐다....“절대 안 돼!” 저녁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시우는 이은보다 먼저 본가에 도착했다. 오는 김에 예리에게 지분을 넘기겠다는 일까지 말했다.하지만 어머니는 바로 반대했다.문정희는 손에 들고 있던 염주를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렸다. 못마땅한 얼굴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네가 밖에서 여자를 만나는 걸 이은이가 건드리지 않으니 나도 눈감아 줬다. 그런데 어떻게 네 마음대로 그 여자에게 지분까지 줄 수 있니?”“네가 그렇게 하면 이은이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봤어? 이은이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니? 잊지 마라. 이은이가 네 아내야.”시우는 눈썹을 찌푸렸다. 어머니를 존중하긴 했지만, 어머니가 이은의 편에서 이야기할 때마다 마음이 불쾌했다.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이 들었다.“엄마, 예리는 지금 임신했고. 앞으로 아이를 낳고 나면 많은 커리어를 포기하게 될 거고. 그 정도는 받을 자격이 있어.”“자격이니 뭐니. 너희 둘은 한 사람은 아내를 배신했고, 한 사람은 남의 결혼에 끼어들었어. 사회에서 손가락질받아 마땅한 일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니, 참 업이 깊다.” 문정희는 눈을 감고 다시 염주를 빠르게 굴렸다.“내가 결정한 대로 할 거야.” 시우는 잠시 침묵한 뒤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문정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방 안은 아주 조용해졌다.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히 말했다. “더 할 말 없으면 먼저 갈게. 예리가 혼자 병원에서 산전 검사를 받고 있어서.”시우는 저녁도 먹고 싶어 하지 않았다.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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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사모님, 유니 아가씨는 제가 뒤뜰에 데려가겠습니다.” 주 집사가 복도에서 나와 이은에게 말했다.평소 문정희는 스스로 하는 걸 좋아해서 가사도우미들은 대부분 이은이 사는 별채에서 도왔다. 본가에서 식사가 있을 때만 주 집사가 가사도우미들을 데리고 와 식사 준비를 했는데, 이번도 마찬가지였다.“엄마, 집사 할머니랑 놀고 싶어.”유니도 문정희와 가까이 지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수어로 이은에게 말했다.곧 유니는 먼저 주 집사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뜻은 매우 분명했다.유니는 본가 안으로 들어가 할머니를 만나는 것보다 주 집사와 뒤뜰에 가는 편을 택했다.이은도 아이 뜻에 맡겼다.거실로 들어갔다.문정희는 이은에게 따뜻한 차를 따라 주었다. “유니가 나를 어려워하더구나. 앞으로 시간 나면 자주 데리고 와. 일단 앉아라.”이은은 김이 오르는 차를 바라보고 멍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는 문정희의 태도가 왜 달라졌는지 짐작하고 있었다.예전의 문정희는 이은과 유니에게 늘 미지근했다. 명절에도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먼저 자주 오라고 했다.“네.” 이은은 낮게 대답했다.문정희는 말수 적고 차가운 이은을 보며 답답했다. 이은이 조금만 더 먼저 나서서 부부 사이를 풀려 했다면, 시우와 이렇게까지 식지는 않았을 것이다.이후 문정희가 몇 마디 안부를 물었고, 이은은 차분히 대답했다.평소처럼 짧은 인사말이 오가고 나면 식사하고 돌아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문정희가 조심스럽게 이은에게 둘째 아이 임신 이야기를 꺼냈다.아이로 시우를 붙잡고, 부부 사이도 조금 나아지게 하려는 생각이었다.이은은 듣자마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머님, 저와 시우 씨는 당분간 둘째를 가질 계획이 없습니다.”“게다가 강예리 씨가 이미 임신했잖아요...”예리가 언급되자 문정희의 표정이 불편하게 굳었다.다행히 그때 주 집사가 와서 알렸다. “식사 준비가 됐습니다.”이은은 바늘방석에 앉아 있던 차라 그 말을 듣자 구원받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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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시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은도 유니의 손을 잡고 자리를 일어났다.이은은 문정희가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고, 본가에 사람을 재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번에도 문정희는 이은과 유니 모녀를 붙잡지 않았다.오늘 저녁 식사만으로도 문정희는 시우와 이은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보았다. 관계를 풀려면 여러 해가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는 헛수고하고 싶지 않았다.겨울밤은 한층 더 추웠다. 바람은 눈발을 몰고 와 뼛속까지 스몄다.유니는 이은의 품에 웅크린 채 보송한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큰 눈만 반짝거렸다.시우는 혼자 차를 몰고 떠났다. 이은과 유니를 태워 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이은은 어쩔 수 없이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오라고 하려 했다. 하필 상황이 좋지 않았다.운전기사는 이은이 본가에서 자고 갈 줄 알고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다고 했다. 운전할 수 없었다.더구나 본가는 산허리에 지어져 있었고, 부촌 구역 안에 있었다. 집안 차량 말고는 평소 오가는 차도 드물었고 택시는 더더욱 잡기 어려웠다.결국 차를 타기 위해서는 아래까지 걸어서 내려가야 했다.이은은 잿빛으로 내려앉은 하늘을 올려다본 뒤 길게 숨을 내쉬었다. 유니를 안고 산길을 한 걸음씩 내려갔다.“엄마, 아빠는 왜 우리랑 같이 안 가? 아빠가 우리를 그렇게 싫어해?”얼마쯤 걸었을 때, 유니가 이은의 뺨을 톡톡 건드리고 수어로 물었다.유니의 맑은 얼굴에는 서운함보다 순수한 의문이 가득했다. 예쁜 눈이 불안하게 반짝였다.“아빠는 일이 있어서 그래. 가는 방향이 달라서 우리를 못 태워 준 거야.” 이은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이은은 유니가 아버지에게 나쁜 인상만 갖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설명했다.하지만 유니는 믿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아빠가 내가 말을 못 해서 싫어하는 거 알아. 나도 내가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아빠도 나를 좋아하고 엄마도 좋아할 텐데.”이은은 입술을 다물었다. 어린아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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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밖에는 눈발이 흩날렸고, 시우는 눈길 위에 서 있었다. 어깨와 머리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시우가 입을 조금 벌리자 하얀 김이 새어 나왔다.영후도 여기서 시우를 마주칠 줄은 몰랐는지, 무심코 룸미러로 이은을 보았다.이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표정은 담담했고, 품에 아이를 꼭 안은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영후는 이은이 아이를 안고 산허리에 서 있는 데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사정이 시우가 모녀를 길에 버리고 갔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 생각이 들자 영후의 마음에 이은을 향한 연민이 스쳤다. 잠깐 망설이던 영후는 그대로 액셀을 밟아 시우와 멈춰 선 차를 지나쳤다.시우를 도울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이은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본능적으로 뒤돌아 창밖을 보자, 마침 시우의 깊고 어두운 눈과 마주쳤다.차가 천천히 멀어졌고 시우의 모습도 시야에서 사라졌다.“방금 네 절친이라던 사람 아니야? 정말 안 세울 거야? 이 시간에는 견인차가 금방 올라오기도 힘들 텐데.” 조수석의 여자가 놀라 물었다.마치 이은 대신 마음속 의문을 꺼내 준 것 같았다.‘두 사람은 친구라고 하지 않았나?’‘그런데 어째서 사이가 이렇게 차가워?’“엄마, 아빠 차 고장 났어. 아빠도 우리랑 같이 내려가면 안 돼?”품에 있던 유니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수어로 물었다.방금 유니도 시우를 보았고,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이은은 입술을 다물었고, 대답하지 못했다.오래 생각한 끝에 이은이 입을 열었다. “혹시... 죄송하지만 잠깐 길가에 세워주실 수 있을까요?”“제 남편이 앞에 있어요.”영후는 호의로 모녀를 태워 주었다. 지금 영후가 시우를 돕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이은이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뿐이었다. 이은이 내려서 시우 곁에 있는 것.이 눈길에서 시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결국 곤란해지는 사람은 이은이었다.시우는 이은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도, 이은은 그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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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이은은 고개를 돌려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흐르기만 바랐다.그때 전화벨 소리가 어색한 정적을 깨뜨렸다.시우의 전화였다.시우는 차창에 기대 느슨하게 앉아 있다가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은이 살짝 고개를 돌리자 화면에 뜬 이름이 보였다.‘예리 공주’였다.참 다정한 호칭이었다.이은은 시선을 거두었다.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시큼하게 저렸다.시우가 바람기 많은 남자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익숙해야 했다.그런데 예리에게만은 지나칠 만큼 잘했다. 마치 진짜로 마음을 준 사람처럼.“차가 길에서 고장 났어. 지금 내려가고 있어. 10분만 기다려. 우리 공주님, 기다리고 있어.” 시우는 손목시계를 보고 이은을 힐끗 본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시우의 다정함은 오직 예리에게만 향했다.이은은 숨을 죽이고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이은이 못 들은 척할 수 있어도 앞자리의 두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영후는 또 룸미러로 이은을 바라보았다. 눈썹 사이가 굳어 있었다. 걱정하는 듯했다.조수석의 여자는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말을 삼켰다.이은은 이 두 사람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뭔가 물었다면, 남편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다고 담담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시우는 일부러 그러는 사람처럼 예리와 길 내내 달콤한 말을 주고받았다.산 아래에 도착해서야 시우는 아쉬운 듯 전화를 끊었다.영후가 차를 길가에 세우고 예의상 물었다. “시우야, 집까지 바래다줄까?”이은이 거절하려던 때, 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친구야, 좋은 일도 끝까지 해야지.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병원으로 가.”이은은 시우가 예리를 만나러 가려는 걸 알았다.“그럼 저는 여기서 먼저 내릴게요. 고맙습니다.” 이은이 급히 말했다.“같이 가자.” 영후가 말하기도 전에 시우가 느릿하게 말했다. “여긴 택시도 잘 안 잡혀. 병원에 가서 너한테 할 말도 있어.”예리와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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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이은은 유니를 안고 돌아서 걸어 나갔다. 시우가 상의하겠다는 일이 예리를 집으로 들여 태교하게 하려는 것일 줄은 몰랐다.시우가 사람을 모욕하는 방식은 갈수록 새로워졌다.“오빠, 부대표님 화난 것 같아.”예리는 이은과 시우의 갈등이 더 깊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속으로 치미는 기쁨을 누르고 걱정하는 척 말했다. “빨리 따라가서 얘기해 봐. 나 오빠 집에서 태교 못 해...”시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은을 붙잡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그리고 시우가 보기엔, 이은에게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이은은 더 많은 벌을 받아야 하니까.“우리집은 전이은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내가 된다고 했으면 되는 거야. 너는 마음 놓고 들어가.” 시우는 예리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예리는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자연스럽게 시우의 허리를 끌어안고 살짝 몸을 비볐다. “오빠는 나한테 정말 잘해 줘. 그런데 나... 부대표님한테 너무 미안해.”“내가 조금만 더 일찍 오빠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병원 아래층. 영후는 시우 일가를 내려 준 뒤 곧장 떠나지 않았다.그대로 차를 세워 둔 채 병원 건물의 네온사인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조수석의 여자는 그런 영후를 보다 못해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림만큼 의미 없는 건 없어. 지금 해야 할 건 기회를 잡는 거야.”“이은 씨가 행복하지 않은 건... 우리도 봐서 알잖아. 고시우는 이은 씨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잘해 주지도 않고, 밖에서 여자나 들이고...”“민서야, 나는... 이미 기회를 잃었어.” 영후가 신민서의 말을 끊었다.신민서는 영후의 이복동생이었다. 영후보다 세 살 어렸고, 줄곧 해외에서 지냈다.하지만 영후의 일은 잘 알고 있었다. 5년 전 영후가 외국으로 떠난 것도 한 여자 때문이었다고 들었다.그 여자의 이름이 전이은이었다.민서는 영후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정말 이은 씨와 고시우의 그런 결혼이 오래갈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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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정 그렇게 이혼하고 싶으면 휘란산에 가서 네 외할머니를 찾아. 네가 우리 집안에 진 빚을 전부 갚아.” 이은이 오래도록 말이 없자 시우는 다시 이은의 외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외할머니는 이은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그 이유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시우가 밖에서 방탕하게 굴고 자신을 모욕해도 이은은 참았다.외할머니는 늘 전씨 집안이 고씨 집안에 빚을 졌다고 말했다.예전의 고씨 집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전씨 집안도 없었다고.이은은 전씨 집안을 대신해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시우도 이은이 쉽게 이혼하지 못하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거리낌없이 무례하게 선을 넘을 수 있었다.이번 다툼에서도 결국 이은이 졌다.예리는 뜻대로 고씨 집안에 들어왔다.‘고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겠다는 재벌가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이었다.예리는 시우가 언젠가 반드시 이은과 이혼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다음 날 아침.이은은 일찍 일어났다. 유니를 빨리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근처 아파트를 둘러본 뒤 회사로 갈 생각이었다.이은은 유니와 함께 따로 나가 살기로 마음먹었다.“사모님, 유니 아가씨, 아침 식사 준비됐습니다.” 한 집사는 1층 계단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모녀가 내려오자 곧장 다가와 말했다.“고마워요. 오늘은 유니랑 밖에서 먹을게요.” 이은은 예리를 피하고 싶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리의 달콤한 목소리가 앞쪽 거실에서 흘러왔다. “오빠, 부대표님이 나를 반기지 않는 것 같아. 차라리 밖에 집을 구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부대표님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아.”시우는 그때 경제지를 보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잡지를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이은은 유니의 손을 잡고 고개를 곧게 든 채 거실로 걸어갔다. 식탁 옆을 지나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이은은 오늘 따뜻한 흰색 니트에 회색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가늘고 곧은 몸매는 평범한 옷차림에도 차가운 분위기를 가리지 못했다.이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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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이은은 인서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무척 뜻밖이라고 느꼈다.인서는 얼굴을 다친 뒤 성격이 크게 변했다고 들었다. 예민해지고 의심이 많아졌으며, 병실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병실 문도 나서지 않던 사람이 왜 갑자기 퇴원해 회사까지 찾아왔는지... 이은은 이해하기 어려웠다.“알았어. 지금 갈게. 장인서 씨에게 기다려 달라고 해.” 이은은 잠깐 망설이다 곧 승낙했다. 한동안 다른 일에 매달리느라 인서를 챙기지 못했다.이제 인서가 먼저 찾아왔으니, 이은도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다.인서는 이은이 직접 발굴해 데뷔시킨 배우였다.전화를 끊은 뒤, 이은은 먼저 차를 몰아 유니를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 가는 길에 아이를 위해 따뜻한 김밥과 두유를 샀다.그런데 유치원에 도착한 유니는 따뜻한 김밥과 두유를 들고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예쁜 큰 눈으로 이은을 바라보기만 했다.“왜 그래?” 이은은 유니의 풀이 죽은 기색을 느끼고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랑 아빠, 정말 이혼해?”유니가 수어로 물었다.이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상황만 보면 시우는 이혼을 생각하는 듯했다.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은 보통 부부의 결혼과 달랐다. 얽힌 것이 너무 많았다. 이혼하더라도 단칼에 무 자르듯 모든 것을 갑자기 끝낼 수는 없었다.“나 때문이야?”유니는 영리했다. 시우가 했던 말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말을 못 하니까 아빠가 싫어하고, 할머니도 싫어한다.자신이 엄마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그래서 아빠가 엄마까지 미워하게 되었다고.“아니야. 엄마와 아빠 사이의 문제야. 유니와는 상관없어.” 이은은 허리를 숙여 유니를 꼭 끌어안았다.“아빠와 엄마가 어떻게 되든, 유니는 모두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믿어야 해. 우리 예쁜 딸, 얼른 유치원 들어가.”말을 마친 이은은 유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제야 유니는 다시 웃음을 되찾고 이은에게 손을 흔든 뒤 유치원으로 들어갔다.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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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날 병원에서 강예리가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걸 봤어요. 가서 따지려고 했는데, 복도 밖에서 장 실장이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어요.”“‘3천만 원이면 네 입을 막기에 충분하다’, ‘다시는 회사에 와서 예리를 귀찮게 하지 말라’, 이런 식이었어요!” 인서는 서둘러 앞뒤 사정을 설명했다.이은은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자세히 들었다. 머릿속에는 그날 주차장에서 마주친 남자가 떠올랐다.여자의 직감이 두 일이 서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볼게.” 이은은 인서를 달랬다. 속으로는 예리의 뱃속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당장이라도 알고 싶었다.두 사람은 대략 10분쯤 이야기했다.인서가 나갈 때, 마침 송준이 커피를 들고 사무실 문 앞까지 왔다.인서가 급히 떠나는 것을 본 송준은 천천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조심스럽게 떠보듯 물었다. “장인서 씨가 왜 저렇게 급하게 갔습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이은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팔을 소파 위에 걸친 채 손끝으로 천천히 소파를 두드렸다.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송준은 이은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알고 화제를 돌렸다. “방금 탕비실에서 장 실장을 만났습니다. 몇 마디 나눴는데, 말투를 보니 회사를 옮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음...”이은은 차갑게 대답했다.이은은 장진의 성격을 잘 알았다. 장진은 자기 사람을 끔찍이 챙기는 편이었고, 맡은 일에는 책임감이 강한 치프매니저였다.그리고 회사에 불만이 있다면 대체로 예리의 일 때문일 것이다.예리가 임신한 뒤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다. 얼마 전 송준도 예리의 여러 일정을 비슷한 급의 배우들에게 나누자고 보고한 적이 있었다.이은은 동의했다.힘들게 따낸 일들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니, 장진이 불만을 품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하지만 불가피한 일이었다.협력사 중 예리의 상황에 맞춰 계속 기다려 줄 곳은 없었다.“그 사람이 알아서 하게 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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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시우는 예리의 손을 뿌리치고 굳은 표정으로 이은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오빠...” 예리가 본능적으로 불렀다.하지만 시우는 돌아보지 않았다.영후의 등장은 잠잠하던 상황에 불씨를 던진 것과 같았다.시우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가 단번에 타올랐다.이어 이은의 손목을 세게 잡아 거칠게 끌어당겼다.이은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뭐 하는 거야?”영후는 본능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시우의 음산한 눈빛에 발걸음을 멈췄다.영후는 자신이 끼어들면 시우가 오히려 이은을 더 괴롭힐 거라는 걸 알았다.어쩔 수 없이 영후는 시우가 이은을 데리고 가는 모습을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옆에 있던 예리도 급히 따라갔다. 영후 곁을 지나칠 때, 예리는 무심코 그를 한 번 훑어보았다.‘이 의사... 전이은과의 사이에는 분명 예전부터 무언가 있었지.’‘그렇지 않다면 고시우가 둘이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화낼 리 없을 거야.’예리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영후와 이은의 관계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지잉- 지잉-따라가던 중 예리의 전화가 울렸다.장진이었다.처음에는 받지 않으려 했지만, 급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예리는 곧바로 전화받았다.바로 그 판단 하나로 예리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장진은 인서가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예리가 전에 일반인 남자와 잤고, 아이가 고 대표의 아이가 아닐 수 있다고 떠들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헛소리하지 말라고 해. 그 계집애, 다시 만나면 입을 찢어 놓을 거야!”예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장진의 말이 예리를 무너뜨렸다.[장인서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야. 두 달 전 밤에 네가 술에 취했었고, 방문이 잠기지 않았어. 그 남자가 어쩌다 방으로 들어갔고, 너희는...]머릿속에서 벼락이 떨어진 듯했다.뒤의 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예리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핏기가 모두 빠져나갔다.‘말도 안 돼...’[예리야, 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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