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먼저 가겠습니다.]서윤은 그 문장을 보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태오는 한 번의 신호음 뒤에 받았다.“그 말, 혼자 들어가겠다는 뜻이면 끊어요.”“아닙니다.”“그럼 설명해요.”전화 너머로 차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태오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급하지 않았다.“윤재헌은 내가 당신을 막고 대신 들어올 거라고 계산했을 겁니다. 예전의 나라면 그랬을 테니까요.”서윤은 입술을 다물었다.“지금은요.”“문 앞까지만 갑니다. 권한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침입자가 됩니다. 나는 오늘, 들어가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길 겁니다.”“그리고 누가 문을 열어 주는지 보겠다는 거군요.”“맞습니다.”서윤은 곧바로 변호인에게 원본 메일을 전달했다. 장소와 시간, 발신 경로, 태오에게 보낸 답장까지 모두 묶었다. 보안 인력은 별관 주변 두 지점에 배치됐다. 서윤은 스튜디오에 남지 않았다. 대신 별관이 보이는 도로 건너편 차량 안에 앉았다.밤 열시 오십팔 분.태경메디컬재단 별관은 불이 거의 꺼져 있었다. 지하 보관실로 이어지는 직원용 출입구 위에 작은 CCTV가 깜빡였다. 태오는 검은 코트 차림으로 출입구 앞에 섰다. 손에는 회사 사원증이 없었다. 개인 신분증과 변호사에게 보낸 위치 기록만 있었다.서윤의 휴대폰으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화는 켜져 있었다.“차태오입니다. 23시, 태경메디컬재단 별관 직원용 출입구 앞. 제 내부 출입 권한은 정지된 상태입니다. 저는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그는 문에 손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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