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한 날, 엄마 수첩에 재벌 남편의 이름이 있었다: Chapter 51 - Chapter 60

85 Chapters

차태오를 겨눈 미끼

[한미정 씨 녹취는 지워진 게 아니라, 아직 누군가의 보험으로 남아 있습니다.]서윤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파일 이름처럼 작아질 것 같았다.“보험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요.”전화 너머 태오가 대답했다.“윤재헌이 가진 카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차명환 회장에게 버려질 때를 대비한.”“그럼 그 녹취는 진실이 아니라 거래 물건이네요.”“지금은 그렇습니다.”서윤은 창밖의 재단 건물을 보았다.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이 누군가의 생명줄로 보관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분노보다 먼저 차갑게 들어왔다.“윤재헌을 찾죠.”“찾는다고 나오지 않을 겁니다.”“알아요. 그래서 부르려고요.”태오는 잠시 침묵했다.“어떻게 말입니까.”서윤은 강유라에게 답장을 보냈다.[윤재헌에게 전하세요. 보험을 가진 사람은 살고 싶어서 숨는 게 아니라, 가격을 올리기 위해 기다리는 거라고.]전송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강유라의 답이 왔다.[그 사람은 내 말 안 믿어요.][그럼 믿게 만들 문장을 보내요.]서윤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썼다.[차태오 본부장 대리 참석 기록과 대리 지정 요청서는 보존됐습니다. 다음은 원본 녹취입니다.]이번에는 답이 늦었다. 태오가 낮게 말했다.“윤재헌이 움직이면, 회장실도 알 겁니다.”“알아야 움직이죠.”“위험합니다.”“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여기까지 온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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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 사람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서윤은 그 문장을 보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태오는 한 번의 신호음 뒤에 받았다.“그 말, 혼자 들어가겠다는 뜻이면 끊어요.”“아닙니다.”“그럼 설명해요.”전화 너머로 차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태오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급하지 않았다.“윤재헌은 내가 당신을 막고 대신 들어올 거라고 계산했을 겁니다. 예전의 나라면 그랬을 테니까요.”서윤은 입술을 다물었다.“지금은요.”“문 앞까지만 갑니다. 권한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침입자가 됩니다. 나는 오늘, 들어가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길 겁니다.”“그리고 누가 문을 열어 주는지 보겠다는 거군요.”“맞습니다.”서윤은 곧바로 변호인에게 원본 메일을 전달했다. 장소와 시간, 발신 경로, 태오에게 보낸 답장까지 모두 묶었다. 보안 인력은 별관 주변 두 지점에 배치됐다. 서윤은 스튜디오에 남지 않았다. 대신 별관이 보이는 도로 건너편 차량 안에 앉았다.밤 열시 오십팔 분.태경메디컬재단 별관은 불이 거의 꺼져 있었다. 지하 보관실로 이어지는 직원용 출입구 위에 작은 CCTV가 깜빡였다. 태오는 검은 코트 차림으로 출입구 앞에 섰다. 손에는 회사 사원증이 없었다. 개인 신분증과 변호사에게 보낸 위치 기록만 있었다.서윤의 휴대폰으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화는 켜져 있었다.“차태오입니다. 23시, 태경메디컬재단 별관 직원용 출입구 앞. 제 내부 출입 권한은 정지된 상태입니다. 저는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그는 문에 손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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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경에 걸린 사람

윤재헌이었다.빛에 드러난 옆얼굴은 아주 짧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서윤의 차량 안 모니터에는 외부 지하 계단의 유리문과, 그 앞에서 봉투를 든 남자의 얼굴이 동시에 잡혀 있었다.태오는 출입구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확인했습니다.” 변호인의 목소리가 통화에 끼어들었다. “얼굴, 위치, 시각 모두 보존 중입니다.”윤재헌은 빛을 피하듯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비추는 출입구 CCTV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오래전부터 태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계산해 온 사람의 시선이었다.“차 본부장님.”지하 출입구 인터폰을 거친 윤재헌의 목소리가, 태오가 서 있는 1층 단말기 스피커로 흘러나왔다.“들어오지 않으면 폐기한다고 했습니다.”태오는 고개를 들었다.“폐기하십시오.”같은 대답이었다. 더 낮아졌을 뿐이었다.“한미정 씨 목소리입니다.”그 말에 서윤의 손이 무릎 위에서 멈췄다.태오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문으로 다가가지 않았다.“그 목소리를 인질로 잡은 사람의 얼굴이 먼저 남았습니다.”윤재헌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손에 든 봉투를 유리문 안쪽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일부러 카메라를 향해 봉투 겉면을 보이게 했다.[한미정 원본_1차 사본]“원본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사본입니다. 하지만 한서윤 대표가 차 본부장님을 다시 보지 못하게 만들 정도는 될 겁니다.”서윤은 이를 악물지 않았다. 눈을 감지도 않았다. 그가 원하는 반응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봉투를 회수합니까?&rd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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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번 보관함

0618서윤은 종이 뒷면의 숫자를 오래 바라봤다. 네 자리 숫자는 너무 쉽게 열쇠처럼 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믿을 수 없었다.“비밀번호일까요.”변호인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회장실 관리 금고는 전자 인증과 물리 키가 같이 들어갑니다. 네 자리 숫자로 열리는 구조가 아닙니다.”태오도 화면 너머에서 말했다.“차명환 회장은 그런 식의 빈틈을 남기지 않습니다.”서윤은 종이를 내려놓았다.“그럼 숫자가 아니라 번호네요.”변호인이 사진을 확대했다. 종이 아래쪽, 희미하게 눌린 자국이 있었다. 잉크는 거의 지워졌지만, 빛을 비스듬히 대자 작은 글자가 떠올랐다.[임시 보관함 0618]차 안의 공기가 가라앉았다.“회장실 관리 금고로 이관되기 전, 잠깐 머무는 곳이 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회장실 문서 대기실. 금고에 넣기 전 보안 봉투와 반출물을 확인하는 공간입니다.”“그곳에도 권한이 있었어요?”“있었습니다.”그는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어제까지는.”서윤은 그 말에 눈을 들었다. 태오는 변명하지 않았다. 자신이 잃은 권한을 미련처럼 말하지도 않았다. 다만 더 이상 그 문을 열 수 없다는 사실만 정확히 놓았다.“그럼 들어갈 방법은 없네요.”“합법적으로는 회장실 요청, 감사팀 입회, 또는 문서관리 책임자의 확인이 필요합니다.”“그중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요.”“문서관리 책임자입니다. 회장실이 가장 얕잡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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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안의 목소리

“한미정 씨 목소리가 담긴 매체, 아직 회장실 금고 안에 있습니다.”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 문서관리 책임자의 숨소리만 작게 들렸다. 겁먹은 사람의 침묵이었다.서윤은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러면 그는 다시 회장실 안으로 숨을 사람이었다.태오가 낮게 말했다.“원본을 꺼내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 너머 태오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는 이제 그 금고를 열 권한도, 들어갈 명분도 없었다. 권한 없는 손이 원본을 만지는 순간, 모든 증거는 절도와 조작의 말 속에 묻힌다.“꺼내지 마세요.”문서관리 책임자가 멈칫했다.“그럼 뭘 원하십니까.”“금고 안에 있다는 기록. 그리고 앞으로 누가 열려고 하는지 남겨 주세요.”“그건… 제가 위험합니다.”“이미 위험해졌어요. 없다고 답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니까요.”상대는 대답하지 못했다.“원본을 훔쳐 달라는 게 아니에요. 지금부터 0618 관련 매체의 반출, 열람, 폐기 지시가 오면 전부 서면으로 요구하세요. 구두 지시는 받지 말고요.”태오가 덧붙였다.“그 요구도 내부 규정에 따라 기록하십시오. 당신을 지킬 방어 기록입니다.”긴 침묵 뒤, 상대가 말했다.“내일 오후 여섯 시에 정기 점검 명목으로 금고 열람 예약이 잡혀 있습니다.”“누가 예약했습니까.”“회장실 비서실 명의입니다. 실제 열람자는 비어 있습니다.”태오의 눈빛이 낮아졌다.“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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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전에 쓰인 폐기 사유

오후 다섯 시 십칠 분.윤재헌이 금고를 열기까지 사십삼 분이 남아 있었다.서윤은 문서관리 책임자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연락이 잦아질수록 그가 누구와 연결됐는지 드러난다. 대신 변호인을 통해 한 문장만 보냈다.[지시받은 절차대로 하십시오. 추가 행동은 요구하지 않습니다.]태오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저 사람을 증거 운반자로 만들면 안 됩니다.”“알아요. 오늘 필요한 건 원본이 아니라, 누가 어떤 이유로 손대는지예요.”오후 다섯 시 사십팔 분. 문서관리 책임자가 내부 문서함에 열람 입회 기록을 생성했다.열람자 윤재헌.입회자 문서관리 책임자.승인 부서 회장실 비서실.그리고 열람 사유 아래에 첨부 문서 하나가 올라왔다.[노후 음성 매체 상태 점검 및 폐기 판단서]서윤은 파일 생성 시각에서 시선을 멈췄다.오후 다섯 시 십이 분.회장실이 보존 요청에 답하기도 전이었다.“금고를 열기도 전에 폐기 판단서를 만들었어요.”태오의 턱선이 단단해졌다.“점검 결과가 아니라 예정된 결론입니다.”변호인은 즉시 파일 생성 시각과 최초 작성자를 외부 보존망에 묶었다. 최초 작성 계정은 회장실 공용 계정이었다. 최종 결재란은 비어 있었지만, 폐기 사유는 이미 입력돼 있었다.[재생 불가. 장기 보관에 따른 자연 손상.]오후 다섯 시 오십구 분.문서관리 책임자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회장실 문서 대기실의 회색 금고였다. 전자 인증 단말기 아래 물리 키가 꽂혀 있었고, 금고 앞 바닥에는 흰 선이 그어져 있었다. 내부 규정상 열람자는 그 선 안에서만 매체를 확인해야 했다.정각 여섯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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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인 차명환

오후 여섯 시 육 분.[폐기 중단. 매체를 회장에게 직접 이관할 것.]서윤은 반려 문구를 다시 읽었다. 차명환은 원본을 없애지 않았다. 윤재헌의 이름으로 사라지게 두지도 않았다. 자신의 손이 닿는 곳으로 되가져가려 했다.문서관리 책임자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윤재헌 실장이 지금 바로 봉투를 들고 올라가겠다고 합니다.]서윤은 답하지 않았다. 태오가 먼저 변호인을 보았다.“막지 마십시오.”“회장 손에 넘어가도요?”서윤의 질문에 태오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막으면 원본의 위치만 다시 숨깁니다. 대신 누가 어떤 상태로 받았는지 남겨야 합니다.”변호인은 공식 회선으로 문서관리실에 통지했다.[보존 요청 대상 매체의 이동 전 봉인 번호, 인계자, 수령자, 이동 경로를 기록하십시오. 수령인이 확인되지 않으면 반출하지 마십시오.]오후 여섯 시 팔 분.윤재헌이 새 봉투를 요구했다. 문서관리 책임자는 기존 봉인의 훼손 여부부터 기록했다.[원봉인 해제 흔적 있음.][매체 외관 확인. 파손 없음.][재봉인 번호: TK-0618-02.]서윤은 마지막 문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원본은 재생 불가 상태로 확인된 것이 아니었다. 윤재헌이 쓴 폐기 사유보다, 파손 없음이라는 현장 기록이 먼저 남았다.오후 여섯 시 십 분.회장실 수행비서가 문서 대기실에 도착했다. 그는 봉투를 받으려 했지만 수령 확인서의 이름란은 비어 있었다.문서관리 책임자가 봉투를 내주지 않았다.“수령인을 기재해 주십시오.”“회장실 지시입니다.”“부서는 수령인이 아닙니다.&r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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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모르는 사본

“이번에는 강유라도 모르는 사본입니다.”윤재헌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잘린 사람이 아니라 아직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서윤은 변호인 회선의 녹음 표시를 확인했다.“사본이 있다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회장실 금고의 원본과 같은 음원입니다.”“어떻게 증명하죠.”윤재헌이 잠시 침묵했다.“원본을 처음 변환한 사람이 접니다. 회장실 이관 전에 보존용 사본을 만들었고, 보고하지 않았습니다.”태오는 끼어들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빌려 사람을 속인 남자가 전화 너머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윤재헌이 스스로 남기는 문장이었다.서윤이 물었다.“왜 이제야 말해요.”“보험은 버려지기 전에 꺼내는 게 아닙니다.”“당신은 이미 버려졌어요.”처음으로 전화 너머 호흡이 흔들렸다.그때 변호인의 노트북에 태경그룹 긴급 입장문이 떴다.[윤재헌 전략지원실장의 독단적 자료 관리 및 절차 위반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회사는 개인 일탈 여부를 조사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습니다.]서윤은 입장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윤재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개인 일탈.강유라에게 붙였던 문장이 이번에는 그에게 돌아왔다.“이제 회장은 당신이 가진 사본도 개인적으로 조작한 자료라고 할 거예요. 당신이 먼저 원본성과 보관 경위를 남기지 않으면요.”“내게 뭘 보장할 수 있습니까.”“면책도, 용서도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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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보다 먼저 도착한 요청서

서윤은 시동을 걸었지만 곧바로 출발하지 않았다.“주소부터 공유하세요.”변호인이 C-19의 계약 정보를 확인했다. 창고 건물은 외부 기록물 보관업체가 운영하고 있었다. C-19는 재단 명의 구역이었지만, 보관물 인계 책임자로는 윤재헌 개인이 등록돼 있었다.서윤이 말했다.“보존 요청을 운영업체에도 보내요. 윤재헌 진술과 검증본 식별 번호까지 첨부해서요.”“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알아요. 대신 지금 문을 열어 주면 그 업체도 증거 훼손 과정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죠.”변호인이 요청서를 전송했다.[보관구역 C-19 긴급 출입 보류 요청]그제야 차량이 움직였다. 보안 차량이 앞섰고, 서윤의 차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태오는 다른 차량에서 변호인과 통화를 유지했다. 그는 서윤의 차에 타겠다고 하지 않았다.밤 열한 시 사십이 분.운영 책임자에게서 회신이 왔다.[권리관계 확인 전까지 C-19 출입을 임시 보류합니다.]회장실 인력이 도착하기 구 분 전이었다.창고 앞 도로로 검은 승합차 두 대가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회장실 감사팀 명함과 재단 인감이 찍힌 공문을 내밀었다.운영 책임자는 철문을 열지 않았다.“조금 전 분쟁 보존 요청이 접수됐습니다. 양쪽 확인 전에는 출입시킬 수 없습니다.”감사팀 남자가 목소리를 낮췄다.“보관 계약 당사자는 태경장학재단입니다.”“등록된 인계 책임자와 권리 주장이 충돌합니다.”서윤은 차량 안에서 그 장면을 촬영했다. 직접 나서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싸움이 아니라, 누가 어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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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들으라는 말

운영 책임자는 저장 장치를 곧바로 재생 장비에 연결하지 않았다.“반출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분쟁 증거의 훼손 위험이 확인됐으니, 현장에서 동일 사본을 만들고 식별값을 남길 수는 있습니다.”감사팀 남자가 반대하려 했지만 변호인이 먼저 말했다.“원본은 이곳에 재봉인합니다. 복제 과정은 전부 촬영하고, 사본 한 점은 제3자 보관으로 넘기겠습니다.”서윤은 주차선 밖에 선 태오를 바라봤다.어머니는 그에게도 끝까지 들으라고 했다.그 말의 의미를 대신 정하고 싶지 않았다.“차태오 씨도 제 쪽 입회자로 들어오게 해 주세요.”태오는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확실합니까.”“엄마가 남긴 말이에요. 하지만 들어온 뒤 어떤 말을 할지는 내가 정합니다.”“알겠습니다.”그는 그제야 선을 넘어왔다.저장 장치는 운영사의 격리 장비에 연결됐다. 동일한 복제본 두 점이 만들어졌고 생성 시각과 해시값이 기록됐다. 한 점은 외부 변호인의 제3자 보관 봉투에 들어갔고, 다른 한 점만 재생 장비에 연결됐다. 원래 저장 장치는 새 봉인 번호 C19-02와 함께 다시 장부에 묶였다. 감사팀에도 같은 해시값과 복제 영상 접수증이 전달됐다.이제 어느 한쪽도 음원을 바꾼 뒤 같은 사본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재생 버튼이 눌렸다.낮은 잡음 뒤로 한미정의 목소리가 들렸다.“차태오 본부장은 지금 본사 이사회에 있습니다.”윤재헌이 대답했다.“본부장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일입니다.”“이름으로 진행되는 일과, 그 사람이 선택한 일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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