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사실확인서는 세 장이었다.첫 장에는 한기석이 먼저 채무 조정을 요청했다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장에는 한미정의 응급 상황을 알지 못했다는 문장이 있었다. 마지막 장에는 모든 합의가 자발적이었다는 확인란과 서명 칸이 비어 있었다.서윤은 아버지에게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 변호인을 통해 짧은 지시만 보냈다.[서명하거나 문구를 고치지 마십시오. 봉투, 전달자 명함, 방문 시각이 찍힌 현관 기록을 함께 보내십시오.]곧이어 한기석에게 답장이 왔다.[이걸 보내면 내 책임도 그대로 남는 거냐.]서윤은 직접 답했다.[네.]이번에는 대답이 늦었다.새벽 세 시 십칠 분. 봉투 앞뒤와 방문자 명함, 공동현관 화면을 촬영한 영상이 도착했다. 명함에는 태경그룹 회장실 법무지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상 속 방문 시각은 새벽 두 시 사 분이었다.봉투 뒷면에는 더 선명한 문장이 찍혀 있었다.[금일 오전 6시까지 자필 서명 후 회수 예정.]변호인이 말했다.“초안 작성, 심야 전달, 회수 기한까지 연결됐습니다.”“아버지가 안 썼다는 사실만 남겨 주세요. 착한 선택을 했다고 쓰지는 말고요.”한기석은 서명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과거의 서명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외부 변호인 직원이 한기석의 집에 도착해 봉투 상태와 원본을 연속 촬영한 뒤 인수했다. 한기석은 자료 인계 확인서에만 서명했다. 과거를 지우는 면책서가 아니라, 오늘 무엇을 넘겼는지 남기는 서명이었다.사실확인서와 전달 영상은 원본 음원의 해시값, 마지막 이십삼 초와 함께 별도 보존 절차에 들어갔다. 어머니가 서윤에게 남긴 말은 제외했다. 차명환의 지시와 한기석의 진술만 묶였다.새벽 다섯 시 사십 분.태경그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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