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17.”태오는 노트북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가 멈췄다.“화면을 봐도 됩니까.”서윤은 대답 대신 노트북을 그의 쪽으로 돌렸다. 태오는 손대지 않고, 통지서 하단의 분류 코드만 오래 바라봤다.“거래보증사 코드가 아닙니다.”“알아요?”“태경 내부 리스크 문서에 붙는 관리 표기입니다. 외부 기관 통지서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요.”서윤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혼인 계약 추진 문서 가장자리에서 본 기호였다. 자신의 이름 아래 붙어 있던,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처리 순서로 바꾸던 표기.“그럼 누군가 복사했다는 거네요.”“정확히는, 누군가 외부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태오는 휴대폰을 꺼내 개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낮고 짧았다.“거래보증사에 보존 요청 넣어 주세요. 한서윤 플라워 스튜디오 관련 주의 통지의 생성 시각, 입력 원문, 발신 대행 계정, 수정 이력까지요. 호텔과 납품처에는 연락하지 마십시오.”통화를 끊은 뒤에도 그는 서윤을 보지 않았다. 그녀가 허락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다시 확인하는 사람처럼.서윤이 말했다.“거래보증사는 자기들이 보낸 통지라고 할 거예요.”“그래서 통지 내용이 아니라, 통지가 만들어진 순서를 보존하는 겁니다.”그때 직원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대표님, 다른 거래처에서도 같은 메일이 왔어요. 다만 여기에는 담당자 이름이 비어 있어요.”서윤은 화면을 받아 들었다. 제목도 문구도 같았다. 그러나 첨부 파일의 속성 창에는 발신 기관과 다른 이름이 남아 있었다.TK-H EVENT OPS.태오의 눈빛이 좁아졌다.“태경호텔 행사 운영 대행 계정입니다.”“호텔이 직접 보낸 거예요?”“아니요. 호텔 직원이 쓸 계정이 아닙니다. 외부 행사 자료를 올리고, 협력사에 배포할 때만 쓰는 계정이에요.”서윤은 취소된 봄 시즌 공간 연출 계약을 떠올렸다. 계약서와 도면, 납품 목록까지 넘긴 뒤였다. 누군가는 호텔의 이름을 빌려 거래처를 끊고, 그녀의 작업 자료까지 들여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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