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의 핸드백이 바뀌었다.지난주까지만 해도 백화점 세일 코너에서 샀다던 핸드백 대신, 금장 로고가 번쩍이는 한정판 플랩백이 책상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목에는 멍 자국을 가리기 위한 화려한 고급스런 스카프가 둘러져 있었고, 손목에는 롤렉스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오태환의 법인카드로 긁어낸 탐욕의 잔여물들이었다.혜진은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덧발랐다.밤마다 사장실에서 짐승처럼 찢기고 짓밟히는 고통의 대가 치고는 꽤나 달콤한 열매였다. 타 부서 직원들이 결재판을 들고 비서실로 들어올 때마다, 혜진은 턱을 치켜들고 도도한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오태환의 몸을 받아낸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알량한 권력욕이었다.“실장님, 사장님이 오늘 점심은 저랑 호텔 일식당 가시겠대요.”혜진이 민아의 책상 앞으로 다가오며 짐짓 미안한 척 입을 열었다.그 목소리 밑바닥에는 ‘이제 사장님의 전담은 나’라는 오만한 과시가 노골적으로 깔려 있었다.민아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잘 다녀와요. 사장님이 혜진 씨를 정말 각별하게 생각하시나 보네.”“다 실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제가 은혜는 꼭 갚을게요.”혜진은 교태 어린 웃음을 흘렸다.민아는 서랍에서 결재 서류철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JH 홀딩스 법인 설립 및 지분 취득 건.’두 배로 늘어난 2차 비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급조된 유령 페이퍼 컴퍼니였다.“혜진 씨. 점심 나가기 전에 이거 서명 하나만 해 줄래요?”혜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게 뭔데요?”“사장님이 특별히 지시하신 거예요. 이번에 조 의원님 쪽 비자금을 분산 관리할 새 법인인데, 대표이사로 혜진 씨 이름을 올리라고 하셨어요.”“네? 제, 제 이름을요?”혜진의 숨이 일순 멎었다.“사장님이 아무한테나 자기 돈을 맡기지 않는 건 혜진 씨도 알죠? 이제 혜진 씨를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라, 완전히 자기 사람으로 신뢰하신다는 뜻이에요.”민아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고, 설득은 매끄러웠다.“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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