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30분.침대 위, 한결은 며칠 동안의 극심한 피로를 이기지 못한 채 깊은 수면에 빠져 있었다.아무것도 모른 채 고르게 숨을 내쉬는 남편의 옆에서, 민아는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옷걸이에 걸려 있던 코트를 조용히 걸치고, 짐이 든 자신의 가방을 챙겼다.침대 머리맡에서 잠든 한결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민아의 가슴 한구석에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자신을 위해 청소부로 구르고, 한때는 목숨을 걸고 거대한 카르텔과 함께 맞서 싸우던 남자.남편을 향한 마지막 미련과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방 안 구석에 피어난 검은 곰팡이와 코끝을 찌르는 눅눅한 먼지 냄새를 들이마시는 순간, 민아의 눈동자는 다시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평생 쫓기며 가난의 밑바닥을 전전하는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오태환이 약속한 거대한 자본과 권력, 그리고 그 사내가 주었던 압도적인 지배의 세계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미안해, 오빠… 그래도 오빠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꼭 사장님께 부탁할게.'민아는 스스로를 기만하는 마지막 합리화를 뇌리에 새기며 조심스럽게 방 문고리를 돌렸다.끼익거리는 작은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어두운 복도 속으로 사라졌다.잠시 후.싸늘한 한기에 한결이 퍼뜩 눈을 떴다.옆자리를 더듬던 그의 손끝에 닿은 것은 온기 없는 차가운 침대 시트뿐이었다.“…민아야?”잠에 취한 목소리로 아내를 불렀지만, 방 안에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한결은 벌떡 몸을 일으켜 화장실 문을 열어보았다.텅 비어 있었다.코트도, 민아의 가방도 보이지 않았다.순간, 등줄기를 타고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한 공포가 솟구쳤다.한결은 허겁지겁 바닥에 놓인 노트북을 열어젖혔다.푸른빛을 내뿜던 모니터 화면 한가운데에, 시뻘건 경고 문구가 섬뜩하게 박혀 있었다.[Master Session Terminated : Unauthorized Access Detected][Account Ac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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