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저녁, 세 사람은 다시 그 외진 찻집에 모였다.인사는 형식적이었다. 윤은선을 바라보는 신민아의 눈빛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녀 역시 신민아의 눈빛이 달려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창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고,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 불빛만이 좁은 골목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가게 안은 손님이라곤 그들 셋뿐이었다.오래된 원목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지만, 그 온기는 세 사람 사이에 깔린 차갑고 무거운 공기를 조금도 녹이지 못했다.벽시계 초침 소리만이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윤은선은 평소보다 더 굳은 표정으로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한동안 창밖 어둠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안으로 돌렸다.한결은 옆자리에서 초조하게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손톱 끝이 이미 짧아질 정도로 물어뜯은 흔적이 보였다.신민아는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지만, 찻잔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윤은선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말씀해 보세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신민아는 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상체를 바로 했다.그녀는 감정 없이, 사실만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시작했다.오태환이 참석했던 비공개 라운지 모임의 분위기, 그 자리에 앉아 있던 거물들의 얼굴과 직함, 그들이 나눈 대화의 내용, Project Black Dragon이라는 이름이 직접 언급된 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태환이 한결에게 비자금 운반을 맡기겠다고 한 이야기까지.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마치 남의 일을 객관적으로 보고하는 사람처럼 들렸다.그러나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한결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갔고, 윤은선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찻집 안이 길게 조용해졌다.윤은선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손가락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규칙적으로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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