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대가는 아내로 하겠습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77 チャプター

11화

"야간 건물 청소."그 여섯 글자가 좁은 반지하 방의 눅눅한 공기를 찢고 들어왔을 때, 한결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했다. 방금 전까지 서로의 체온을 탐하며 간신히 끌어올렸던 애틋한 온기가 거짓말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다.서울 강남 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은 10층짜리 중소기업 사옥.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인적이 끊긴 거대한 콘크리트 속을 헤집으며 사람들이 쏟아낸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을 닦고, 오물이 묻은 화장실 변기를 문질러야 하는 극강의 육체노동.한결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명문대 졸업장, 그리고 한때 전 세계를 누비며 수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렸던 여행 유튜버라는 타이틀.비록 지금은 신용불량자 직전의 백수 신세로 전락했지만,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이라는 얄팍한 자부심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 그에게 '야간 청소부'라는 단어는, 남은 인생의 가치마저 완벽하게 부정당하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너… 지금 장난해?"한결의 목소리가 불규칙하게 떨려 나왔다."내가 아무리 그래도 남의 회사 화장실 변기나 닦으라고?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취업할 수 있다고 했잖아! 면접 결과 기다리는 곳도 있고,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방어기제가 발동한 짐승처럼, 한결은 본능적인 거부감과 수치심에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얼굴이 다시금 붉게 달아올랐고, 목핏대가 툭 불거졌다.청소부.그 단어가 주는 사회적 낙인이 자신의 피부에 인두처럼 지져지는 것을 그는 견딜 수가 없었다.하지만 민아는 어젯밤처럼 울거나 물러서지 않았다.그녀의 눈동자는 서늘할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조금만 더 버티면?"민아의 메마른 입술 사이로 건조한 냉기가 흘러나왔다.그녀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구겨진 티셔츠를 주워 입었다.그리고 방구석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던 낡은 서류 봉투를 집어 들어 한결의 무릎 위로 툭 던졌다.봉투 밖으로 삐져나온 붉은색 고지서들."이거 봐, 강한결. 세 달째 밀린 월세. 가스비
続きを読む

12화

밤 10시.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는 강남의 이면도로.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10층짜리 신축 오피스 빌딩은 서늘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숨 막히는 하루의 업무를 마친 직장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간.로비의 회전문 사이로, 소리 없이 스며드는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강한결과 신민아.시장통에서 사 온 헐렁하고 칙칙한 회색 청소복을 입은 두 사람은, 눈이 시리도록 반짝이는 최고급 대리석 바닥 위에 서 있었다.바닥에 거울처럼 비친 자신들의 후줄근한 몰골은, 이 화려한 공간과 끔찍할 정도로 이질적이었다.마치 무균실에 떨어진 두 마리의 바퀴벌레가 된 것만 같은 지독한 위축감.한결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업복 바지 끄트머리만 신경질적으로 만지작거렸다."새로 온 부부? 멍하게 서 있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요. 시간 없으니까."지하 2층 관리실.땀에 절은 조끼를 입은 용역 반장이 귀찮다는 듯 두 사람을 향해 턱짓을 했다.반장의 거친 손에서 그들에게 쥐어진 것은 무거운 대걸레,피부를 녹여버릴 듯 독한 냄새를 풍기는 락스 통, 그리고 뻣뻣한 붉은색 고무장갑이었다.이것이 그들의 새로운 계급장이었다.빛나는 명문대 졸업장도, 수만 명이 열광하던 유튜버의 타이틀도, 이 지하 세계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그들은 최하층 야간 노동자로 완벽하게 전락했다.각 층의 남자 화장실은 한결이, 여자 화장실은 민아가 맡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복도와 비상계단은 함께 치우는 것으로 구역이 할당되었다."우욱……!"7층 남자 화장실.한결은 세면대를 부여잡고 벌써 세 번째 헛구역질을 토해내고 있었다.화려한 빌딩의 겉모습과 달리,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배설의 공간은 인간의 가장 추악한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코끝을 마비시킬 듯 찌르는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 변기 밖으로 튄 누런 소변 자국, 그리고 세면대 하수구에 엉겨 붙은 누군가의 끈적한 가래침과 담배 꽁초들.한결은 거친 수세미를 쥐고 그것들을 박박 문질러 닦아내며,
続きを読む

13화

지독한 락스 냄새가 이제는 피부 모공을 뚫고 들어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만 같았다.야간 노동이 이틀, 사흘째로 접어들며,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고통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 영혼을 갉아먹는 극도의 정신적 피폐함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빛이 차단된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시간.인간의 생체 리듬을 완벽하게 거스르는 이 끔찍한 노동은 뇌의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마비시켰다.체내에 겹겹이 쌓인 피로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한결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었다. "아, 진짜 씨발! 왜 자꾸 걸레에서 냄새가 나고 지랄이야!"복도 한가운데서 한결이 죄 없는 대걸레를 바닥에 집어 던지며 욕설을 내뱉었다.벌써 오늘만 세 번째 짜증이었다.저만치 떨어져서 묵묵히 유리창의 얼룩을 닦고 있던 민아의 어깨가 움찔거렸다.민아 역시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독한 세제에 손끝이 허물어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폭발 직전의 활화산 같은 한결의 눈치를 보며 묵묵히 제 몫의 노동을 감내할 뿐이었다.오히려 한결이 짜증을 내며 놓치고 간 구역의 쓰레기들까지 그녀가 조용히 뒤따라가며 필사적으로 메우고 있는 형국이었다.하지만 이 거대하고 차가운 자본의 공간은, 밑바닥으로 전락한 자들에게 알량한 짜증을 부릴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가장 피로가 극에 달해 눈꺼풀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는 새벽 4시."하아… 하아……."한결은 각 층의 탕비실에서 모아 온 엄청난 무게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질질 끌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직장인들이 마시고 버린 수백 잔의 커피 찌꺼기와 액체들이 뒤섞여, 봉투는 젖은 진흙을 담은 것처럼 기괴하게 무거웠다.손가락의 악력이 한계에 다다른 순간.지익- 콰득!마찰을 견디지 못한 얇은 비닐봉투의 밑동이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허무하게 찢어져 버렸다."아…!"찰나의 비명이 새어 나오기도 전에, 봉투 안에 갇혀 있던 시커먼 커피 찌꺼기와 썩은 물, 정체 모를 끈적한 오물들이 눈이 시리도록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왈칵 쏟아져 내렸다.마치 하얀 도화지 위
続きを読む

14화

일주일.시간은 이제 두 사람에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살갗을 도려내며 지나가는 형벌과도 같았다.새벽의 차가운 빌딩 안에서 두 사람은 철저히 유령이 되어갔다.서로의 눈을 마주치지도, 입을 열어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퀴퀴한 락스 냄새와 피로가 켜켜이 쌓인 침묵만이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언어였다.한결은 완전히 체념한 듯했다.초점 없는 탁한 눈빛으로, 마치 입력된 명령어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처럼 묵묵히 대걸레를 밀고 또 밀었다.그의 어깨는 형편없이 굽어 있었고, 과거의 자부심은 바닥에 짓눌린 껌딱지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서서히 마모되어 갔다.반면 민아는 특유의 꼼꼼함과 악착같은 성실함으로 이 지옥 같은 노동에 무섭게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아무리 더러운 오물이 튀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닦아내는 그녀의 독기는, 이내 용역 반장의 눈에 띄게 되었다."어린 새댁이 얼굴만 예쁜 줄 알았더니, 아주 독하게 일 잘하네. 빈틈이 없어."반장은 민아의 야무진 손끝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이내 묵직한 열쇠 꾸러미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오늘부터 꼭대기 10층 사장실 전담은 자기가 해. 거긴 아무나 못 들어가는 VIP 구역이니까, 티끌 하나 없이 각별히 신경 써서 치워야 돼. 알았지?"그것은 단순한 구역 변경이 아니었다.이 거대한 자본의 성채에서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공간이자, 훗날 그녀의 영혼을 통째로 집어삼킬 타락의 무대로 향하는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10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공기부터가 아래층과는 완벽하게 달랐다.숨을 헐떡이며 무거운 청소 카트를 끌고 온 민아는, 복도 끝에 우뚝 버티고 선 육중한 마호가니 원목 문 앞에 섰다.차가운 금속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헉' 하고 짧은 숨을 들이켰다.압도적인 자본의 공간.그것은 단순히 넓고 깨끗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발소리조차 완벽하게 흡수해 버리는 최고급 페르시안 카펫, 한눈에 보아도 수천만 원을 호가할 듯
続きを読む

15화

새벽 5시 30분.거대한 자본의 성채가 밤새 게걸스럽게 삼켰던 이물질들을 마침내 도로 토해내는 시간.지옥 같던 철야 청소 노동이 끝나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두 사람의 몰골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초겨울을 향해 치닫는 매서운 새벽 공기가 땀과 독한 공업용 락스에 찌들어버린 얇고 조잡한 작업복 틈새를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체내에 한계치까지 차오른 육체 노동은, 시멘트 바닥에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뼈와 연골을 날카롭게 깎아내는 듯한 생리적인 고통을 뇌수로 쏘아 보냈다.한때 이국적인 휴양지의 눈부신 해변에서 밤이 새도록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영원한 사랑을 속삭였던 두 사람의 찬란했던 낭만은, 서울의 차갑고 매정한 새벽 아스팔트 위에서 형체도 없이 바스러지고 있었다.첫차를 타기 위해 빌딩 앞 정류장에 선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떤 자그마한 대화도, 서로를 향한 온기도 존재하지 않았다.얼어붙은 손을 맞잡아 주거나 지친 어깨를 감싸 안을 아주 작은 여력조차 그들의 육체에는 남아있지 않았다.사랑, 헌신, 배려라는 숭고한 감정의 조각들은 당장 전신의 관절을 짓누르는 파괴적인 통증과 수면 부족이 불러온 압도적인 피로 앞에서 한낱 사치스럽고 무의미한 허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예전 같았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가 자신의 겉옷과 어깨를 내어주며 매서운 새벽바람을 막아주었을 한결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자신의 두 다리를 지탱하는 것조차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버거웠다.한결의 초점 잃고 탁해진 눈동자가, 정류장 표지판에 등을 기댄 채 위태롭게 꾸벅거리는 민아의 창백한 얼굴에 가닿았다.'내가…… 과연 저 여자를 평생 책임질 수 있을까.'극한의 육체적 고통은 인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장 먼저 잔인하게 갉아먹는다.한결의 머릿속에서 희망과 애정을 관장하던 호르몬들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그 빈자리를 빈틈없이 채운 피로가 그의 이성과 감정을 차갑게 마비시켰다.사랑하는 아내를 끝까지 지켜
続きを読む

16화

며칠 후. 짙은 어둠이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푸르스름한 새벽 시간.강남 한복판에 우뚝 솟은 거대한 오피스 빌딩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한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그 무거운 적막을 깨고, 최고급 세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했다.예정된 일정보다 이틀이나 일찍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오태환 사장이었다.55세.수백억 대의 자산을 굴리며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남자.그는 이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에서 오랫동안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군림해 온, 늙고 노련한 포식자였다.하지만 그의 외모는 늙은이가 아니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어깨는 떡 벌어져 있었고,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돋보였다. 하지만 오늘은 공항에서 바로 돌아온 터라 피로가 옅게 묻어나는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1층 로비에 내린 오태환.그의 날렵한 구두 굽 소리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낮고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완벽하게 통제된, 티끌 하나 없이 매끄러운 공간.곧장 10층의 전용 사장실로 향하려던 오태환의 발걸음이 돌연 우뚝 멈춰 섰다.텅 빈 1층 대리석 로비의 한가운데.이 고요하고 차가운 건물 안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원초적이고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생경한 피사체 하나가 그의 시야를 강렬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칙칙하고 헐렁한 회색 청소복.그 형편없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대리석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날카로운 스크래퍼를 쥐고 굳어버린 껌딱지를 신경질적으로 긁어내고 있었다.밤샘 철야 노동으로 땀에 흠뻑 젖은 얇은 작업복은 이미 직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축축하게 젖은 잿빛 천은 그녀의 좁은 등과 잘록한 허리선에 기묘하고도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지익, 지익.차가운 금속 칼날이 대리석을 긁어내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가쁜 숨을 헐떡일 때마다 기립근을 따라 깊게 파인 등허리의 골, 그리고 터질 듯 풍만한 골반으로 이어지는 관능적인 굴곡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났
続きを読む

17화

오태환 사장은 그날 이후, 고의로 새벽 일찍 출근하여 신민아의 동선을 살피기 시작했다. 55세의 수백억 대 자산가이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사업가인 그가, 일개 야간 청소 용역 노동자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수십 년간 지켜온 자신의 견고한 아침 루틴을 깨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평소라면 자택의 피트니스 룸에서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기사 딸린 세단으로 여유롭게 출근했을 그였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이미 이성적인 통제를 벗어난 서늘하고도 집요한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며칠 전 새벽, 해외 출장에서 예정보다 일찍 귀국해 들어선 텅 빈 사옥 로비에서 그녀를 처음 목격한 순간부터였다. 고요한 건물 안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강렬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하나의 피사체.하지만 오 사장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짐승처럼 직접 사냥감을 쫓으며 땀을 흘리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그는 비서실을 통해 자신의 방에서도 건물 내부의 모든 CCTV를 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거대한 사옥의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관장하는 권력자의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CCTV 화면은, 신민아 부부의 위태로운 관계와 밑바닥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완벽한 도구가 되었다.오 사장은 두툼한 최고급 시가를 입에 물고 천천히 불을 붙였다. 최고급 시가를 태우며 사장실 모니터를 응시하는 오 사장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존재하지 않았다.푸르스름한 새벽빛이 감도는 저조도의 화면 속에서, 신민아는 묵묵히 긴 복도의 바닥을 닦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음소거 상태의 화면이었기에, 그녀의 육체적 고단함은 더욱 비극적이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반복적으로 대걸레를 밀고 당기는 그녀의 표정에는 오직 짙은 피로감과 삶에 대한 체념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그렇게 한참 동안 모니터 속 그녀의 처절한 노동을 관음하던 중, 화면 위로 낯선 파동이 일었다. 이내 오 사장의 시선이 화면 구석에서 대걸레를 들고 신경질적으로 걸어오는 젊은 남자
続きを読む

18화

신민아는 건물 하층부의 여자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무거운 대걸레와 세제 통을 챙겨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 극강의 육체노동은 이미 그녀의 몸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인 상태였다. 헐렁하고 칙칙한 회색 청소복은 밤샘 노동으로 흘린 땀에 젖어 무겁게 늘어져 있었고 , 독한 락스 물에 짓무른 갸름한 손끝은 감각이 무뎌진 채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달하며 부드러운 기계음을 냈다. 두꺼운 마호가니 문을 열고 들어선 거대한 사장실 구역은, 아래층의 차갑고 메마른 공기와는 근본적인 밀도부터가 달랐다. 최고급 페르시안 카펫이 발소리를 완벽하게 흡수했고, 은은한 간접 조명은 고가의 미술품과 웅장한 가죽 소파를 우아하게 비추고 있었다. 신민아는 이곳에 발을 들일 때마다 자신의 후줄근한 행색과 압도적인 부의 공간이 만들어내는 지독한 이질감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경비 반장의 모욕적인 고함소리나 남편 강한결의 날 선 짜증이 닿지 않는 유일한 이 고립된 공간은 그녀에게 아주 짧은 도피처가 되어주기도 했다.사장실 내부에 아무도 없다고 확신한 신민아는 긴장으로 굳어있던 어깨를 작게 늘어뜨렸다. 묵직한 정적이 주는 기묘한 안도감 속에서, 그녀는 세제 묻은 걸레를 들고 넓은 마호가니 책상과 진열장 유리를 조심스럽게 닦아내기 시작했다. 피로에 지친 뇌리가 긴장을 놓은 탓일까. 과거 파리의 스위트룸에서나 어울렸을 법한, 혹은 산토리니의 햇살 아래서 남편과 함께 부르던 가벼운 콧노래가 그녀도 모르게 메마른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그러다 테이블 아래를 청소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던 그녀의 시선에 낯선 금속성의 광택이 걸려들었다. 가죽 소파 테이블 아래, 짙은 색 카펫 위로 떨어져 있는 묵직한 금빛의 물건. 고가의 파텍 필립 시계였다. 여행 유튜버로 활동하며 나름대로 화려한 세계를 엿보았던 그녀의 눈에, 그 시계가 지닌 천문학적인 가치는 단숨에 읽혔다. 자신이 평생 변기를 닦고 락스 냄새를 맡아
続きを読む

19화

고요한 사장실 안, 55세의 노련한 사업가이자 수백억 대 자산가인 오태환 사장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창가에 다가가 강남의 빌딩 숲을 내려다보았다.수많은 사람들이 개미처럼 얽혀 살아가는 이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그에게 인간이란 그저 적절한 값어치를 매겨 부릴 수 있는 소모품이거나, 때로는 흥미를 돋우는 유희의 대상에 불과했다.며칠 전, 자신의 공간을 침범했던 그 위태롭고 아름다운 피사체, 신민아.그녀의 얇고 파르르 떨리던 어깨와,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찰나의 순간 흔들리던 그 절박한 눈동자가 오 사장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독한 락스 냄새와 퀴퀴한 반지하의 곰팡이 냄새에 절여진 채, 생전 처음 맡아보는 거대한 자본의 향기 앞에서 본능적으로 동요하던 그녀의 모습은 오 사장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서늘한 정복욕을 완벽하게 일깨워 놓았다.하지만 오 사장은 짐승처럼 직접 피 냄새를 맡으며 뛰어다니는 하수가 아니었다.그는 인내심이 강했고, 사냥감을 완벽하게 옭아매기 위해서는 그들이 디딜 땅부터 모조리 붕괴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오 사장이 본격적인 함정을 파기 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심복을 통해 신민아 부부의 뒷조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는 곧 가장 강력한 힘이고, 타인의 비참한 과거와 숨기고 싶은 치부는 자본가에게 있어 가장 다루기 쉬운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노크 소리와 함께 사장실의 문이 열렸다. 사장실로 호출된 비서 윤 실장이 소리 없는 걸음으로 다가와 두툼한 서류 봉투 하나를 오 사장의 책상 위에 정중하게 올려놓았다. 윤 실장은 오랫동안 오 사장의 수족이 되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정보들을 물어온 유능한 사냥개였다."지시하신 강한결, 신민아 부부에 관한 자료입니다. 금융권 대출 이력과 과거 행적,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망까지 전부 취합했습니다."오 사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윤 실장을 물러나게 했다. 문
続きを読む

20화

건물 1층.강한결은 핏발 선 눈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묵직한 대걸레를 밀고 있었다.비가 오는 날의 로비 청소는 평소보다 세 배 이상의 체력을 요구했다.닦아도 닦아도 끝없이 번지는 흙탕물 자국과, 습기 때문에 좀처럼 마르지 않는 대리석 바닥은 그의 얼마 남지 않은 인내심을 바닥까지 긁어내고 있었다.헐렁한 회색 작업복은 땀과 빗물에 절어 축축하게 늘어져 있었고, 코끝에는 비릿한 흙냄새와 물비린내, 그리고 역겨운 쓰레기통의 악취가 뒤엉켜 맴돌았다."씨발… 진짜 개 같네."한결은 욱신거리는 허리를 펴며 낮게 욕설을 짓씹었다.대걸레 자루를 쥔 두 손은 이미 물집이 터지고 굳은살이 박여 엉망이었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편두통이 그의 시야를 어지럽게 흔들었다.그가 속으로 원망을 쏟아내며 비참하게 바닥을 기고 있는 그 시각, 건물 꼭대기 10층의 공기는 아래층의 그 처절한 지옥과는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었다.10층 사장실 구역 복도.신민아는 세제가 가득 담긴 무거운 플라스틱 물통을 양손으로 힘겹게 들어 올린 채 복도를 걷고 있었다.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마에 맺힌 식은땀과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잔머리는 그녀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었다.오늘따라 복도의 최고급 대리석 바닥은 유난히 미끄러웠다. 장마철 특유의 미세한 습기가 바닥 표면에 얇은 수막을 형성한 탓이었다.10층의 고요함 속에서 오직 그녀가 끌고 가는 카트 바퀴 소리와, 물통 안에서 세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민아는 평소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이 거대한 사옥의 심장부이자 최고 권력자의 공간인 이곳에서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육체의 한계는 이성의 통제를 손쉽게 배신했다.사장실 문 앞을 불과 몇 걸음 앞둔 지점.피로에 지친 민아의 발끝이 대리석 바닥의 미세한 물기에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었다."아앗
続きを読む
前へ
123456
...
8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