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주버니, 그 품에 중독되다: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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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장

“큰형님, 무슨 일이에요?”지아는 조금 전 서영에게 억지로 잡아당겨졌던 탓에 아직도 욱신거리는 팔을 문지르며 물었다.“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서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지아를 꿰뚫어 볼 듯한 시선을 보냈다.지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뭘 물어보려고요, 형님?”서영은 두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한 차례 살핀 뒤, 다시 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대답해. 준현 씨가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것 말고, 혹시 몰래 다른 여자도 만나고 있어?”쿵.그 순간 지아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떠졌고, 심장도 전보다 훨씬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서영의 질문은 정확히 정곡을 찔렀다. 아니, 현재 준현의 삶에 존재하는 다른 여자, 바로 그 당사자에게 정확히 질문을 던진 것이나 다름없었다.“대답해!”서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재촉했다.“가만히 있는 걸 보니 있다는 거지?”지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긴장하는 것을 알아챈 서영이 그렇게 짐작했다.“음…”지아는 갑자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고, 혀가 굳어버린 것처럼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그건… 저도 정말 잘 모르겠어요, 형님.”“그럴 리가 없어.”서영이 즉시 받아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자신의 본능을 너무나 확신하고 있었다.“내가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네 표정이 달라졌잖아. 그건 있다는 뜻이지?”지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어머님께 말씀드렸던 약물 문제 말고는, 아주버님과 다른 여자에 대해서 제가 아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너 준현 씨랑 같이 일하잖아.”서영이 다시 몰아붙였다.“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돼.”“하지만 그게 사실이에요, 형님.”지아는 조용하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큰아주버님을 따라 여기저기 다니는 건 맞지만 전부 일 때문이에요. 그리고 지금까지 아주버님의 사업 파트너들은 전부 남자였어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지아는 여전히 자신을 향하고 있는 서영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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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장

“아파요… 아주버님.”지아가 희미하게 속삭였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고, 아랫배에는 날카로운 통증이 깊숙이 파고들어 온몸이 떨릴 만큼 심한 고통이 이어지고 있었다.“어디가 아픈 거야?”준현이 물었다. 목소리는 차갑게 들렸지만, 그 안에는 아무리 감추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불안이 분명하게 배어 있었다.지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고, 그저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통증을 차마 현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명희와 도현, 그리고 서영이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본 명희는 본능적으로 다급한 목소리를 높였다.“무슨 일이야?”명희가 당황한 얼굴로 물으며 곧바로 지호에게 시선을 돌렸다.“왜 그러니, 지호?”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수현에게 부축을 받고 있던 지호가 창백한 얼굴로 명희를 돌아보았다.“넘어졌어요, 어머니. 막내 동서랑 부딪혀서 같이 넘어졌어요.”명희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지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손길로 며느리의 배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괜찮은 거지?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그러고는 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도현, 네 아내를 살펴봐. 아기가 괜찮은지 꼭 확인하고.”도현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인 뒤 곧장 지호에게 다가갔고, 수현의 품에서 그녀를 넘겨받았다. 지호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은 채 도현에게 안겨 방으로 옮겨졌다.명희 역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그 뒤를 따라갔다.수현은 잠시 지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눈길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남편으로서의 걱정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그대로 지호와 도현의 뒤를 따라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곳에는 준현과 서영만 남았다.서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준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큰 비밀을 품고 있는 여자에게 저 남자가 얼마나 깊이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지 지켜보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는 그들을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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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장

“지호는 어떻게 됐어, 도현?”명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표정에는 아직도 손주가 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역력하게 드러나 있었다.도현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먼저 귀에 걸고 있던 청진기를 빼서 목에 가지런히 걸어둔 다음, 그제야 어머니를 차분하게 바라보았다.“걱정하실 필요 없어요.”도현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지호의 상태는 안정적이에요. 아기도 괜찮고요.”명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넘어졌을 때.”도현이 전문적인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배나 골반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지는 않았어요. 몸의 반사 신경도 충분히 잘 작용해서 주로 몸의 측면과 팔 쪽에 충격이 갔고, 그래서 임신에는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은 겁니다.”도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모두가 자신의 설명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했다.“그렇다고 해도 지호는 당분간 충분히 쉬면서 상태를 지켜보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위험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어요.”명희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잔뜩 굳어 있던 얼굴도 조금 누그러졌다.“그렇다면 나중에라도 병원에 가서 정말 괜찮은지 확실하게 검사를 받아보자꾸나.”도현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먼저 의료 가방을 정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명희에게 시선을 두었다가, 이내 수현과 서영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도현의 시선이 수현에게 멈췄다.“너는 아직 여기서 뭐 하고 있어?”그가 차갑게 물었다.수현은 무겁게 침을 삼켰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지호를 바라보았지만, 지호는 오히려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작은형수님 상태가 걱정돼서... 임신 중이잖아요. 그리고… 형수님을 넘어지게 만든 사람이 내 아내였으니까. 지아가 부주의했던 것에 대해 미안하기도 하고, 사과도 하려고 했어요.”도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지만, 그것은 미소가 아니었다.“네 아내도 밖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얼굴이 창백해지고 배에 경련이 일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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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장

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이 동그랗게 커졌고, 아직 몸에 힘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어버렸다.“이… 임신을 했다고요?”지아가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아주버님… 장난치시는 거… 아니죠?”준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깊은 감정이 배어 있는 작은 미소가 얼굴에 번졌지만, 그보다 먼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농담 아니야.”준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임신 한 달 정도 됐다고 하더라. 좀 위험하긴 했지만…”준현의 목소리가 울컥 막혔다.“아기는 살릴 수 있었어.” 지아는 몇 초 동안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가 이내 참아 왔던 흐느낌을 터뜨렸다. 이번에 흘리는 눈물은 통증 때문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한꺼번에 터져 나온 감정 때문이었다.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배를 조심스럽게 만진 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기가… 있다고요?”지아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제 배 속에?”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 아이야.”그 말을 들은 지아의 울음은 더욱 커졌다. 지아는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심하게 떨었다.마음속에 남아 있던 모든 상처와 그동안 느껴 왔던 모든 공허함, 그리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응답 받지 못했던 모든 기도가 마치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저는… 저는 절대로 임신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지아는 끊어지는 흐느낌 사이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뒤, 지아의 배를 다치게 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지아가 자신의 가슴에 기대어 마음껏 울 수 있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이제 너 혼자가 아니야.”준현이 굳은 의지를 담아 속삭였다.“이번에는… 내가 약속할게. 내가 너를 지킬 거야. 그리고 이 아이도.”“정말 고마워요, 아주버님…”지아가 아직 울음을 그치지 못한 채 나지막이 대답했다.준현은 천천히 품을 풀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지아의 뺨을 타고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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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장

“내가 도와줄게.” 준현이 짧게 말했다.그는 곧바로 지아의 몸을 받쳐 그녀가 반쯤 기대어 앉을 수 있도록 도와준 뒤, 등 뒤에 베개를 가지런히 받쳐 주었다.준현의 움직임에는 망설임 하나 없이 능숙하고 재빠른 데다 세심함까지 배어 있었다. 마치 진심으로 지아를 걱정해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배 속에서 자신의 친혈육이 자라고 있기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다정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준현은 따뜻한 수프 한 그릇과 밥 한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벽시계는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상생활 속의 지아라면 이미 깊이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억지로라도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준현은 침대 옆에 앉았다.“입 벌려.”무뚝뚝한 명령이었지만, 그 목소리에는 매서움보다는 오히려 걱정이 더 짙게 묻어 있었다.지아는 자신의 입술 앞까지 내밀어진 숟가락을 망설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아주버님… 저... 갑자기 입맛이 별로 없어요.”준현은 손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시선이 더욱 단단해졌다.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한 단호한 의지가 담긴 눈빛이었다.“이제 너 혼자 먹는 게 아니야.”준현이 조용히 말했다.“내 아이가 그 안에 있잖아.”그 말에 지아의 가슴은 따뜻해지면서도 동시에 답답하게 조여 왔다. 결국 지아는 그의 말을 따르듯 입을 벌려 한 숟가락을 받아먹었고, 눈가에는 다시 눈물이 맺혔다.준현은 한 숟가락씩 참을성 있게 지아에게 음식을 먹여 주었다. 쓸데없는 말은 하나도 없었고, 그저 무겁지만 이상할 만큼 안심이 되는 침묵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천천히.”지아가 조금 메스꺼워하자 준현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등을 쓸어 주며 말했다.“속이 울렁거리면 말해.”지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버님이 아까 저를 병원에 데려오지 않았으면 아마…”준현이 곧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그 말은 이제 하지 마.”준현이 지아를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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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장

“임신?”준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 말을 되풀이했다. 놀라움과 안쓰러움, 그리고 어딘가 씁쓸한 비웃음이 뒤섞인 감정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한쪽 눈썹이 차갑게 치켜 올라갔다.“그런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들은 거지?”지아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준현의 표정은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굳어 있었다.그런 반응에 지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혼란스러웠고 망설여졌으며, 이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은선 이모랑 경희 이모한테 들었어요.”지아가 조용히 대답했다.“어젯밤에… 요리하는 걸 도와주려고 부엌에 갔다가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거든요.”지아는 고개를 숙였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들이 서로를 꼭 움켜쥐었다.“그런데…”“그런데 뭐?”준현이 낮고 재촉하는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지아는 다시 얼굴을 들어 준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호흡이 조금씩 가빠졌다.“제가 이 일 때문에…”말끝이 흐려졌다. 목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요…”준현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왜 그렇게 느껴지는데?”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지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할지, 아니면 혼자 마음속에 묻어 두어야 할지 망설이는 듯했다.“점점 제 자신이 싫어졌어요. 저는 계속 임신을 못하고 있는데 큰형님은 임신을 했으니까… 질투가 났나 봐요.”지아가 결국 입을 열었다.“그래서 급하게 나가다가… 실수로 작은형님과 부딪힌 거예요.”지아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때의 기억이 뺨을 세게 후려치는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수현에게 밀쳐졌던 순간, 차갑게 느껴졌던 바닥, 배를 가르는 듯했던 통증, 그리고 모든 것을 눈앞에서 앗아갈 것만 같았던 극심한 공포까지.만약 준현이 조금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오늘의 지아는 자신의 몸 안에서 작은 생명이 힘겹게 버텨 냈다는 사실조차 영영 알지 못했을지도 몰랐다.“그러니까 네 부주의 때문에 네 뱃속의 아이가 위험해질 뻔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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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장

“오빠…”지아가 나지막하게 불렀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힌 채 자신 앞에 서 있는 수현을 바라보았다. 차갑고 매정한 얼굴에는 조금의 연민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수현이 지아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를 향했고, 턱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너는 정말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지겹지 않아?”낮지만 짓누르듯 무거운 목소리였다.“네가 저지르는 그 모든 부주의한 행동이 매번 나를 가장 수치스러운 상황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지아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그녀는 흐느낌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네 부주의 때문에 형수님이 아이를 잃을 뻔했어.”수현은 망설임 없이 말을 이어 갔다.“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나는 작은 형과 형수 앞에서 실패한 남편으로 서 있어야 했어. 가정을 제대로 꾸려나가지 못했고, 아내를 지키지도 못한 남편으로.”“오빠는 나한테 화내도 돼.”지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나를 미워해도 돼.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그렇게 밀쳐도 되는 건 아니잖아. 어젯밤에는 나도 넘어졌어. 나도 아팠다고. 그런데 지금은…”지아가 침대 가장자리를 붙잡은 손을 떨며 말을 이었다.“방금 병원에서 나온 날 이렇게 또 밀쳤잖아.”수현이 짧게 코웃음을 쳤다.“난 상관없어.”그가 차갑게 말을 잘랐다.“네가 아픈 건 내 알 바 아니야. 네가 죽는다고 해도 나랑은 아무 상관없어.”지아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가슴이 꽉 조여 오는 것 같았다.“그럼 작은형님은?”지아가 나지막하게 물었다.“형님도 넘어졌잖아. 모두가 걱정해주고 돌봐줬어. 그런데 난?”수현의 입이 잠시 벌어졌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매달리듯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다시 차갑게 굳어졌다.“형수님은 임신했어.”수현이 짧게 대답했다.“그리고 내 형의 아내고.”그 말은 칼날처럼 지아의 가슴을 찔렀다.“그럼 난?”지아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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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장

“형님!”수현은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형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준현은 느긋한 동작으로 넥타이를 고쳐 맨 뒤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차갑고 공허하면서도 위압적인 시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격렬한 분노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이거 봤나?”준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는 담담하기만 했다.그는 책상 위에 놓인 아이패드를 집어 들어 전원을 켠 뒤, 건네주지는 않은 채 수현이 볼 수 있도록 화면을 내밀었다.수현은 화면을 힐끗 바라보았다. 얼굴이 굳어졌다.“형님, 내가 설명할…”준현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서두르는 기색 하나 없이 차분하게 다가온 그의 발걸음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느새 한 뼘도 채 남지 않았다.“아무것도 설명할 필요 없어.”준현이 낮게 말했다.“내가 이미 보고 판단했으니까.”수현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쾅!두 번째였다.거센 주먹이 경고 한마디 없이 수현의 턱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시끄럽게 분노를 드러내지도 않은 채, 그저 묵직한 일격 하나가 날아들었다.수현의 몸이 다시 뒤로 튕겨 나가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넓은 서재 안으로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준현은 여전히 그 위에 서 있었다. 호흡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한쪽 손은 몸 옆에서 굳게 주먹을 쥔 채였으며 다른 손에는 아이패드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다시는.”준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제수씨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마라.”수현은 고통에 신음하며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턱을 타고 번지는 통증에 움직임을 멈췄다.준현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날카로운 시선이 수현을 단단히 옭아맸다.“한 번만 더 내가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네 형으로서가 아니라.”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이어졌다.“이 가문의 수장으로서 내가 직접 널 끝장내겠다.”그 말을 남긴 준현은 몸을 돌려 책상 위에 놓인 자동차 열쇠를 집어 들고는 다시 뒤돌아보지 않은 채 서재를 빠져나갔다.넓은 서재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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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장

명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호는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테이블 가장자리를 움켜쥐었고, 서영과 수현 역시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진수현.” 준현이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네가 제수씨를 밀어서 넘어뜨리는 바람에 그 아이의 목숨이 위험해질 뻔했어.”“지아를 밀었다고?”명희가 천천히 되물었다. 그 두 단어에는 날카로운 의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더욱 차갑게 굳어져 조금도 망설임 없이 준현을 찔러 들어갔다.“지아가 부주의했던 거야.”명희가 차갑게 말을 이었다.“상황을 네 멋대로 뒤집지 마라, 준현. 어젯밤에는 지아가 지호와 부딪친 거잖아. 둘 다 같이 넘어졌고. 그런데 왜 네 동생만 탓하는 거야?”준현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치 지금까지 가슴 한구석에 걸려 있던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어머니께서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셔도 됩니다.”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단호했다.“그리고 수현이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젯밤 CCTV 영상을 틀어드리겠습니다.”명희의 시선이 막내아들에게로 옮겨갔다. 이제 그녀의 눈에는 조금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정말 그런 거니, 수현?”차갑게 물었다.그러나 충격을 받은 것은 명희만이 아니었다.서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못했고, 지호는 마치 발밑의 땅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휘청이는 느낌을 받았다. ‘임신’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지아가 임신했다.그렇다면… 그 아이는 수현의 아이인 건가?지호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배에 손을 가져갔다. 아직 임신한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정도였다. 머릿속이 어지럽게 뒤엉켰다.설마 수현이 자신과 같은 시기에 지아에게도 손을 댄 것일까?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거실을 빠져나갔다.수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호의 머릿속에서 지금 무슨 생각이 휘몰아치고 있는지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대답해.”명희가 다시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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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장

수현의 머리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 턱이 굳게 굳어졌고, 다시 터진 입술 한쪽에서 흘러나온 피 때문에 혀끝에는 비릿한 쇠 맛이 감돌았다.지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손은 분노와 고통, 그리고 두려움 사이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 이름 부르지 마.”지호가 날카롭게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강한 압박감이 실려 있었다.“너한테 그럴 권리 없어.”수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지호를 바라보았다. 눈을 가늘게 뜬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아니라, 여자의 얼굴에 서린 증오를 보고 받은 충격이 어려 있었다. “대체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야?”지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위험하게 들렸다.“지아가 임신했어. 그리고 나도 임신했고.”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 달.”지호가 무겁게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내 임신 주수가 한 달을 조금 넘었어. 그러니까 지금 대답해.”그녀가 한 걸음 다가섰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느새 한 뼘도 채 남지 않았다.“네가 나랑 잔 날, 너 지아랑도 잔 거야?”“헛소리하지 마.”마침내 수현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억눌려 있었다.“지아가 임신한 줄 몰랐어.”“그건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잖아!”지호가 소리쳤다. 눈가가 붉어졌고 눈물이 차올랐지만, 끝내 떨어지지는 않았다.“내가 묻는 건 네가 지아에게 손을 댔냐고, 안 댔냐고!”수현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지호가 작게 웃었다. 씁쓸한 웃음이었다.“역시 사실이었네.”그녀가 속삭였다.“나는 뭐야? 네가 내 뱃속에 네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뭐야?”“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닥쳐!”지호가 침실 문을 가리켰다.“나가.”수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지호…”“나가!”지호가 더 큰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내가 너를 더 미워하기 전에. 그리고 내 뱃속의 아이까지 너 같은 아버지를 뒀다는 혐오감을 느끼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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