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고개를 들어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간절한 부탁이 담겨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지아는 원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이 문제만큼은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준현은 아내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쉰 뒤, 애써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지아는 지금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어머니.”준현이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님께서 어젯밤에 돌아가셨어요. 적어도 지금은 아이의 성별부터 따지실 게 아니라, 먼저 조의를 표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명희는 장남을 향해 날카롭게 눈을 가늘게 떴다.“나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은 것뿐이야. 두 번이나 실망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준현의 턱이 굳어졌다.“그러니까 먼저 위로의 말부터 건네시라고 하는 겁니다.”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이런 상황에서 다른 문제까지 들먹이며 사람을 몰아붙이지 마세요.”준현은 잠시 지아를 힐끗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과 퉁퉁 부은 눈, 임신으로 무거워진 몸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지아는 지금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유일하게 남아 있던 가족을 잃었잖아요. 임신 중이라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고, 호르몬 변화 때문에 예민해져 있기도 합니다. 제발 아내의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지 말아 주세요.”준현은 목소리를 한층 낮추었다. 규찬과 미란에게 들리지 않도록 거의 속삭이듯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게다가 지아의 아이는 남자아이예요. 어머니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 아내는 거짓말을 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아니니까요.”지금까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수현이 마침내 다가와 어머니의 팔을 붙잡았다.“이제 그만 집에 가시는 게 좋겠어요. 어머니 몸 상태도 좋지 않잖아요. 벌써 밤이 깊었는데 아직 식사도 안 하셨고, 약도 안 드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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