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새장에서 도망친 새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22 チャプター

제11화

평소 감정을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던 하지혁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채 다소 광폭하게 변해가고 있었다.안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소음과 찢어질 듯한 분노에 찬 고함에, 사무실 밖 비서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비서는 손에 든 서류를 내려다보며 감히 문을 두드리고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저한테 주세요.”그때 심효연이 느닷없이 나타나 비서의 손에서 서류를 건네받았다.“내가 대신 전해줄 테니 다른 업무 보러 가세요.”지옥에서 부처를 만난 듯한 비서는 심효연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며 감사를 표했다.“정말 감사합니다, 심효연 씨.”심효연은 싱긋 웃었다. 하지혁은 그녀에게 회사 내부의 어떤 장소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해 주었다.심지어 그의 사무실조차 노크도 없이 들어갈 수 있었기에, 그녀는 서류를 든 채 별생각 없이 문을 밀고 들어섰다. 그러나 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숨이 멎을 듯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하지혁의 낯빛은 흙빛으로 질려 있었고 붉게 충혈된 눈동자는 휴대폰 화면을 부서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짓이겨진 손에서 배어 나온 피는 흰 셔츠 소매를 타고 흘러내려 끔찍한 핏빛 꽃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하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자학이라도 하시는 건가요?”심효연은 애써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예전처럼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하지혁이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서슬 퍼런 칼날 같은 눈빛에 기가 죽은 심효연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어제 연회에 오지 말라는 당신의 말을 듣고 나는 얌전히 집을 지켰어요. 하지만 이건 꼭 물어야겠네요. 이미 이혼까지 한 사이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서이나를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려 했던 거죠?”심효연은 애써 태연한 척 그의 곁으로 다가가 책상 위에 서류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내가 전에 말했잖아요. 나와 함께하려면 오롯이 나에게만 전념해 달라고. 난 서이나 같은 쓰레기
続きを読む

제12화

“들어와.”하지혁은 다시 자리에 깊숙이 앉으며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피가 배어 나오는 손끝을 책상 위에 무심히 얹어 둔 채 짐짓 덤덤한 척했지만, 가슴속에는 이미 무서운 불안감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비서는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보고 잠시 굳어버렸다. 그는 곁에 서 있는 심효연을 짧게 훑고는 손에 든 자료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심효연은 사무실의 공기가 숨이 막힐 듯 더 무겁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라고 외치는 비명 같은 내면의 소리를 따라 그녀는 거의 뛰다시피 은하 그룹 로비를 탈출했다.사무실 안, 비서는 서류를 하지혁에게 조심스레 내밀고는 한마디 없이 곁으로 물러났다. 행여나 숨소리조차 섞일까 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차라리 바닥으로 꺼져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하지혁은 손에 든 자료를 뚫어질 듯 응시했다. 읽어 내려갈수록 그의 얼굴은 걷잡을 수 없이 흉하게 일그러졌고 이글거리는 핏빛 눈동자 속에는 분노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지나치게 힘을 준 손끝에서 다시 피가 배어 나와 자료 위로 떨어지며 붉게 번져 갔다.서진우는 정말 사망한 상태였다.그래서 절망에 빠진 서이나는 하지혁을 위해 한 땀 한 땀 뜨개질했던 스웨터와 목도리를 제 손으로 전량 소각했고 평생 간직하겠다던 추억 서린 선물들을 아낌없이 처분해 버렸으며 그가 소유권을 넘겼던 저택마저 완벽하게 제자리로 돌려주었다.그녀는 그의 삶에 관여했던 자신을 완전히 표백하듯 흔적을 지우고 가차 없이 그를 버리고 떠난 것이다.하지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에 사정없이 서류를 구겨 쥐었다. 관자놀이의 핏대가 터질 듯 꿈틀거렸고 전신을 뒤흔드는 분노는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듯 위태로웠다.“심효연네 가족 전부 호텔로 끌고 와. 서이나를 괴롭혔던 인간들과 담당 의사까지 전부 다.”당장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은 살벌한 기류 속에서, 비서는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며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허둥지둥 사무
続きを読む

제13화

하지혁이 손짓을 하자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사정없이 심효연의 양팔을 결박하듯 붙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좌우로 고개를 가누지 못할 만큼 양 뺨을 사정없이 휘둘렀다.얼마 안 가 그녀의 양 볼은 흉측하게 퉁퉁 부어올랐고 부러진 이빨 사이로 비릿한 선혈이 연신 입가로 새어 나왔다.도도하고 차갑던 가식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으며 웅얼거리는 소리로 애원했다.“때리지 마세요, 제발 더는 때리지 말아 주세요.”“이제 좀 알아듣겠어?”하지혁은 상석에 앉아 다리를 길게 꼬고 가볍고 빈정거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망가진 꼴을 구경했다.심효연은 몸을 사정없이 떨었다. 극심한 통증에 감히 거짓말을 지어낼 엄두도 나지 않았다.“다...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그래서 서이나를 괴롭힌 거예요. 난 당신도 날 정말 사랑하는 줄 알았고 우리 사이의 방해물을 미리 치우고 싶었을 뿐이에요!”하지혁은 기가 막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끝까지 착각하네. 넌 나한테 그저 심심풀이용 노리개에 불과해. 내가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서이나 하나뿐이야.”“그럴 리 없어요. 날 사랑하셨잖아요! 날 위해서라면 뭐든 해 주셨고, 심지어 서이나랑 이혼까지 하셨으면서...”하지만 하지혁의 살벌하고 서늘한 눈망울과 마주치자, 심효연의 어조는 갈수록 힘을 잃고 기어들어 갔다.하지혁은 단지 그 당시의 서이나가 버릇없다 여겨 가벼운 교훈을 주려 했을 뿐이었는데, 그것이 되레 이 천박한 년이 서이나에게 상처를 주는 무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이나의 그 절망 어린 원망의 눈빛이 떠오르자, 가슴이 마치 수천 마리의 개미 떼에게 사정없이 갉아 먹히는 것처럼 아려왔다. 고통이 가슴을 헤집을수록 그의 주위를 감싸는 한기는 한층 더 매서워졌다.하지혁은 더 구구절절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서류 뭉치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사모님이 당했던 고통, 이 년에게 몇 배로 돌려줘.”“싫어요, 제발 나한테 이러지 마요! 하
続きを読む

제14화

하지혁은 피폐해진 몸을 이끌고 호텔을 나섰다. 그는 호텔 연회장을 폐쇄해 버린 뒤 그자들을 그곳에 영영 가두어두었다. 그들은 이제 그 안에서 매일같이 끝없는 지옥의 고문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오직 그의 사랑하는 서이나가 그들을 용서해 줄 때까지.하지혁은 정처 없이 핸들을 돌렸다. 창밖으로 힘없이 흩날리는 눈송이는 그의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듯했고 귓가에는 서이나의 절망 섞인 목소리가 끊임없이 메아리쳤다.“지혁아, 왜 우리 아이는 구해주지 않았어?”“이 결혼 생활 동안, 난 아이를 가질 권리조차 없는 거였어?”하지혁의 심장은 갈수록 조여들 듯 아파왔다. 그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상황을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는 별안간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멈춘 채 광적으로 핸들을 내리치기 시작했다.그가 예고 없이 급정거하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차량이 추돌할 뻔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뒤차 운전자가 성난 기색으로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댔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 듯 완전히 무시했다. 차에서 내려 따지러 다가왔던 이들도 하지혁의 서슬 퍼런 살기에 짓눌려,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도망쳤다.소동을 전해 듣고 황급히 현장으로 출동한 교통경찰 역시 하지혁의 존재감에 압도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경찰은 그에게 다가가는 대신, 차 주변을 지키며 다른 차량이 안전하게 우회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쪽을 택할 뿐이었다.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얀 눈이 차체를 소복하게 덮어버릴 때까지 하지혁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어느새 그는 의식을 잃고 운전석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그 시각 서이나는 보르스크를 출발해 네 번의 비행기 환승을 거쳐 신도라의 한 외딴 소도시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하지혁의 곁에서 10년을 보냈기에 그녀는 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이전에 가본 적이 있는 곳부터 뒤지지는 않을 터였다.이곳에서라면 당분간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그녀는
続きを読む

제15화

한편 국내의 한 VIP 병실, 눈을 뜬 하지혁은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몽롱한 상태에서 그는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부인한테 연락해서 내 병간호하러 오라고 해.”그 말에 비서의 전신이 눈에 띄게 크게 흔들렸다. 사색이 된 비서는 깊숙이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리는 음성으로 보고했다.“사모님은 이미 떠나고 안 계십니다.”하지혁의 흐릿하던 눈이 단숨에 맑아졌다. 지난 며칠간 있었던 기막힌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자, 그의 마음은 또다시 말할 수 없이 초조하고 어수선해졌다.서이나는 떠났다...그는 주치의들의 간곡한 만류를 단호히 뿌리치고 퇴원했다. 그리고 인부들을 시켜 별장을 전부 때려 부수고 새로 인테리어를 하게 했다. 심효연이 발을 들인 적 없던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였다.서이나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겹겹이 보냈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행방조차 찾아내지 못했다.그녀는 정말로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 듯했다.그는 매일 사무실에 넋을 잃고 앉아 그 무엇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수백억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대수롭지 않게 쓰레기통에 처넣었고, 불과 한 달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회사 자금 수십조를 고스란히 날려 먹었다.하지혁은 이제야 실감했다. 서이나가 그를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서이나 없이는 단 일 초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그는 통유리창 밖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구름의 모양마저도 어렴풋이 서이나의 웃는 얼굴을 빼닮은 듯해, 하릴없이 바라보는 그의 가슴은 갈수록 시커멓고 빈 껍데기처럼 뚫려만 갔다.하태수가 재무제표 서류를 쥐고 사무실로 들이닥쳤을 때도, 그는 여전히 창밖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하지혁! 너 지난 한 달 동안 대체 뭘 하고 다닌 게냐! 회사를 물려받기 전에 네가 장담했던 것들이 다 이 모양이란 말이냐!”하태수는 노발대발하며 서류를 하지혁에게 내던졌다.“고작 수십조일 뿐입니다. 다시 벌면 그만이죠.”하지혁이 한가롭게
続きを読む

제16화

서나.서이나의 새로운 이름이었다.하지혁은 단 한 번의 눈길만으로 그녀의 바뀐 인적 사항을 완벽하게 머릿속에 외웠다.그는 잡고 있던 멱살을 거칠게 놓고 뒤돌아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나 복도에 발을 들이자마자, 벌떼같이 몰려든 경찰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경찰들은 공공장소 난동 및 기물 파손 혐의로 그에게 수갑을 채웠고 하지혁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순순히 그들의 뒤를 따라나섰다.경찰서로 이송되는 차 안에서, 그는 곧바로 비서에게 서이나의 정보를 전송하며 당장 그녀의 행방을 샅샅이 조사하라고 무섭게 짓씹었다.하지혁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발 없는 말이 되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가 저지른 범죄에 관한 실시간 검색어는 내려올 줄을 몰랐고 이 기회를 틈탄 누군가가 과거의 비행들을 낱낱이 파헤치며 그의 추악한 과거를 만천하에 폭로했다.불법적인 수단으로 동종 경쟁사들을 짓밟고 탄압한 일, 타인을 불법 감금하고 잔혹하게 상해를 입힌 일, 부정한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며 온갖 악랄한 약탈과 강탈을 부끄럼 없이 자행한 사실들이 모두 폭로된 것이다.설상가상으로 서이나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까지 빗발쳤다. 누군가 그녀가 과거 거지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급기야 온라인에는 그녀를 겨냥한 저급하고 음란한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소문의 내용은 악의 그 자체였다. 하지혁의 장난감으로 살다 버림받은 그녀가, 앙심을 품고 그의 약점을 쥐고 야반도주했다는 식의 뻔뻔한 주장이었다.순식간에 온 인터넷이 하지혁의 추문으로 불타올랐지만, 하씨 가문은 여론 통제는커녕 방관으로 일관했다. 사람들은 이를 하씨 가문이 하지혁을 내쳤다는 결정적 신호로 받아들였다.하지혁에 대한 대중의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은 절정에 달했고 은하 그룹의 주식 가치는 대폭락하여 주주들은 곡소리를 냈다.하지만 하지혁은 이런 아수라장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유치장 안에서 묵묵히 비서가 가져올 서이나의 추적 결과만을 조용히 기다렸다.구금 사흘째 되던 날, 마침내 비서가
続きを読む

제17화

신도라의 한적한 소도시.서이나가 이곳에 정착한 지도 벌써 석 달이 흘렀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이곳의 고요한 삶에 스며들었고 인근 주민들과도 서서히 친분을 쌓아가고 있었다.첫날 살갑게 박수를 쳐 주었던 제이 또한 우리나라 사람으로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이곳에 정착한 케이스였다. 그에게는 혼혈 여동생인 제윤이 있었다.이제 막 열 살이 된 제윤은 뽀얗고 깨끗한 피부에 웃을 때마다 양 볼에 깊게 패는 보조개가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아이는 바이올린을 무척 좋아해서, 서이나가 연주할 때마다 황홀한 표정으로 넋을 잃고 감상하곤 했다.서이나는 제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제이는 매일 레슨 시간을 핑계 삼아 은근슬쩍 그들의 곁을 지켰다.서이나를 바라보는 제이의 눈빛은 갈수록 묘하게 깊어졌으며 가끔은 연주하는 그녀를 멍하니 넋 놓고 바라보기도 했다.서이나가 시선을 느끼고 쳐다볼 때마다,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수롭지 않은 핑계를 대고 황급히 자리를 비우곤 했다.제이는 하지혁과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 온몸에 건강한 생기가 넘쳐흘렀고 마치 따스한 햇살처럼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그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가슴 가득 안도감이 밀려왔다. 제이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겉치레로 그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었고 그가 느닷없이 자신을 외면할까 봐 불안에 떨 이유도 없었으며 더더욱 전처럼 전전긍긍하며 스스로를 가혹하게 억누를 일도 없었다.여느 날처럼 제윤의 바이올린 지도를 마친 날, 제이가 커피 두 잔을 타들고 다가와 서이나에게 한 잔을 건넸다.“서나 씨, 혹시 바이올린 연습실이나 공방을 열어볼 생각 없어요? 마을 중심가에 상가 임대가 하나 났는데, 서나 씨한테 아주 딱일 것 같아서요.”서이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해외로 챙겨온 돈은 예전에 하지혁의 곁에서 투자 기법을 배워 개인적으로 벌어들인 재산이었다. 하지혁이 이혼 보상금 명목으로 주었던 200억은 단 한 푼도 손대지 않고 고스란히 놔
続きを読む

제18화

서이나는 제이의 등 뒤에서 걸어 나와 하지혁과 똑바로 마주 섰다.하지혁의 가슴이 돌연 무자비하게 쑤셔왔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공포와 더불어 짙은 혐오감만이 서려 있을 뿐, 단 한 자락의 애정조차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의 뇌리에 한없이 끔찍하고 두려운 가정이 떠올랐다. 평생 자신의 소유라 믿었던 꼬맹이가 이제 자신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잔인한 현실이었다.아닐 것이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그저 단단히 화가 났을 뿐이리라.하지혁은 평생 단 한 번도 굽힌 적 없던 오만함을 꺾고 한풀 꺾인 어조로 애원하듯 말했다.“얘기 좀 하자.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서이나는 가만히 제이를 바라보았다. 눈빛만으로 그녀의 의중을 간파한 제이는 제윤의 손을 잡고 조용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바로 문밖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부르세요.”서이나는 고마움을 가득 담아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그녀가 딴 남자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에 하지혁은 음산하게 안색을 굳혔다.마침내 방 안에는 서이나와 하지혁,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하 대표, 날 찾아온 용건이 뭐야?”서이나의 태도는 얇은 얼음처럼 투명하고 시려 왔다.하지혁은 가슴속을 짓누르는 무거운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쳤다.“날 그렇게 남 대하듯 부르지 마. 지난 일은 내가 정말 백번 천번 잘못했어. 심효연이 너한테 저지른 만행들도 전부 알아냈고 지금은 널 대신해 그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게 해줬단 말이야.”하지혁은 심효연의 온 가족이 어떻게 파멸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서이나를 조롱하며 비웃던 사교계 인간들이 얼마나 가혹한 대가를 치렀는지 하나하나 낱낱이 읊조렸다.“자기야, 네가 항상 아기를 원했잖아. 우리 집으로 돌아가면 당장 아이부터 가지자. 원하는 만큼 몇 명이든 다 낳아줄게.”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때, 하지혁의 안색이 흥분으로 가늘게 젖어 들었다.“네가 나랑 돌아가겠다고만 약속해 주면, 네가 뭘 하든 이제 절대 막지 않을게. 앞으로 내 인생에 여자는 오직 너 하나
続きを読む

제19화

하지혁은 서이나의 작업실에 우두커니 한 시간 동안 서 있다가, 비로소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그의 내면에서는 서이나를 강제로라도 데려올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보내줄 것인가를 두고 끊임없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예전의 그였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납치하듯 그녀를 끌고 갔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곁에만 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으니까.하지만 지금의 그는 달랐다. 바보처럼 서이나가 예전처럼 제 발로, 사랑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원하기 시작한 것이다.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충돌하며 굉음을 냈고 그 소음에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결국 그는 술집을 찾아 테이블 가득 독한 술을 채워놓고는, 쉼 없이 잔을 비워댔다.뜨거운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지만, 가슴 속 깊이 침전된 먹먹한 우울은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잔이 비어갈수록 심장의 통증은 더 선명해질 뿐이었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붉어진 눈시울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대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걸까... 분명 우리는 서로의 전부였고 이나는 단 한 걸음도 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던 여자였는데. 그런데 왜, 도대체 왜 그녀를 이토록 처참하게 망가뜨려 떠나보내고 만 것일까.’십 년 전, 하지혁은 길거리에서 방계 형제들이 보낸 무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경찰이 출동했다고 거짓 외침을 질러 그를 위기에서 구해주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서이나였다.당시 그녀가 걸치고 있던 옷은 누더기처럼 낡고 해졌었지만, 이상하리만치 깨끗했다.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던 맑은 눈동자, 단 한 번의 눈 맞춤이었지만 그는 그녀를 똑똑히 기억했다.“거지가 이렇게 깔끔해서 누가 돈을 준대? ”그가 짓궂게 놀려대자 그녀는 턱을 당당하게 치켜세우며 불쾌하다는 듯 받아쳤다.“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 난 내 방식대로 배를 채울 수 있으니까 신경 꺼. 오히려 얼굴이 피떡이 될 정도로 두들겨 맞은 주제에
続きを読む

제20화

“하 대표님,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서이나가 나랑 같이 안 가겠대.”하지혁의 목소리는 너무나 가냘파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비서의 반응은 덤덤했다. 모든 것이 이미 그의 예상 범위 내에 있었던 것처럼 그는 대꾸 없이 그저 침묵을 지키며 곁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하지혁은 그런 비서를 흘깃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평생 타인에게 지시만 내리던 하지혁이 처음으로 조언을 구하자 비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예를 갖추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가 드리는 말씀이 다소 귀에 거슬리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대표님 곁을 지키며 두 분이 겪어온 그 모진 풍파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비서는 말을 고르며 슬그머니 하지혁의 표정을 살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줄 알았던 남자가 조용히 침묵하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두 분은 한때 세상이 흔들릴 만큼 뜨거운 사랑을 하셨고 온갖 쓰나미 같은 시련을 함께 이겨내셨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잔잔하고 평화로워야 할 일상의 무료함과 그 속의 어둠을 견뎌내지 못하셨죠. 서이나 씨는 결심을 굳히고 떠난 것이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대표님께서 원하신다면 억지로라도 붙잡아 와 감금해 둘 수는 있습니다.”비서가 눈을 내리깔며 진지하게 속삭였다.“하지만 그렇게 하시면 그분은 대표님의 배신을 평생토록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하지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이나가 스스로 원해서 돌아오길 바라.”비서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제안했다.“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십시오. 서이나 씨가 대표님을 향해 다시금 마음을 열고 스스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것 그 외에는 그분을 온전히 되찾을 방법은 없습니다.”그 제안에 하지혁은 돌연 힘을 얻은 듯 활기를 되찾았다. 그는 즉시 퇴원
続きを読む
前へ
123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