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역시 이현과의 거리에서 숨을 쉬고 싶다고 느낀 적이 최근 들어 너무 자주 있었기에.“그래요.”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우리… 잠깐, 서로에게서 벗어나 있어봐요.”그 말은 이별이 아니었지만 사랑의 끝에 가까운 말이었다.그날 밤, 서로 다른 방에서 두 사람은 조용히 이불을 덮었다.이현은 손끝으로 휴대폰을 쥔 채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보낼 말을 떠올렸다.그러나 어떤 말도 지금의 그녀에게 닿을 수 없을 거란 걸 알기에 그는 끝내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유리는 베개를 껴안은 채 자신이 한 말을 되뇌었다.“우리… 떨어져 있어요.”그 말은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들렸지만그 속에 담긴 진심은 그녀의 심장을 천천히 조이고 있었다.며칠 후, 이현은 짐을 싸고 있었다.“당분간 회사 기숙사에 있을게요.”그는 조용히 말했다.유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무 말 없이 그가 챙긴 셔츠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그들의 손끝은 가끔 마주쳤지만 이제는 서로를 붙잡지 않았다. 이현이 현관문 앞에 섰을 때, 그녀는 마지막으로 말했다.“고마웠어요. 지금까지… 곁에 있어줘서.”그 말에 이현은 작게 웃었다.“…내가 더 고마워요. 그 곁에 있을 수 있어서.”그리고 그는 조용히 돌아섰다.문이 닫히고, 그 자리에 혼자 남은 유리는 현관 바닥에 주저앉았다.긴장이 풀린 어깨, 멍해진 시선, 무언가를 참는 듯한 입술.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거창한 말 없이, 비난도 없이, 눈물도 없이.단지, 마주 보던 두 사람이 서서히 등을 돌리는 방식으로.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사랑은… 이렇게도 끝나는구나.”그리고 그 말 끝에 조용히 무너져내린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은 아직 그녀 안에 없었다.이현이 떠난 집은 그리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그의 옷 몇 벌이 빠져나간 옷장,책상 위에 놓였던 노트북 자리가 텅 비어 있다는 것 외엔, 소파도 그대로 화병의 꽃도 시들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하지만 유리는 안다. 그의 부재는 공간의 모양을 바꾸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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