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292 챕터

201. 여행은 계속된다

작은 마을의 저녁은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생각보다 더 깊었다.하루 종일 비추던 햇살이 서서히 사그라지며 하늘에는 바다색에 가까운 남청빛이 번져 있었고,민우와 유리는 언덕 아래 작은 길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바람은 차가웠지만, 서로의 어깨 사이엔 서서히 다가온 온기가 있었다.말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이제는 익숙해졌고,서로의 숨소리만으로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조용한 평화가 두 사람 사이에 감돌고 있었다.민우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내일이면… 돌아가네요.”유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생각보다 빨리 지나갔어요. 여긴 시간도 공기도… 다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그녀의 말에 민우는 작은 웃음을 보였다.“유리 씨 덕분에 더 조용히 흐른 것 같아요. 그 조용함이… 저한텐 고맙고요.”그 말은 어떤 기대도 없었지만, 유리는 그 안에 조용히 담긴 감정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여전히 유리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대신 그녀가 스스로 다가올 수 있을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이었다.그건 이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이현은 사랑하는 방식이 강했고, 그 강함은 어느 순간 유리를 아프게 했다.하지만 민우는, 그녀가 흔들릴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두는 사람이었다.유리는 무릎 위에 손을 모은 채 낮게 말했다.“…저, 그동안 계속 생각했어요. 이 여행이 끝나면 다시 혼자일 수도 있다는 거요.”민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처음엔 그게 익숙했어요. 그게 제 자리라고 믿었고…그게 저를 지켜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거든요.”그녀의 말에 민우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대신, 그녀가 끝까지 말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렸다.“그런데 민우 씨랑 있는 이 며칠 동안…그 조용함이 꼭 외로움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함께 있어도 숨이 편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요.”유리는 조용히 그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의 눈은 여전히 조용한 물처럼 고요했고,그 고요함 안에서 자신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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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피렌체의 편지

이현은 그날 아침, 호텔의 창가에 앉아 있었다.창문을 반쯤 열어둔 채 묵은 와인처럼 무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며,테이블 위 노트 한 권과 펜을 천천히 꺼냈다.이틀 전부터 쓰려 했던 편지였다.그는 수없이 첫 문장을 떠올렸고, 그보다 더 많이 지웠다.“유리 씨, 잘 지내요?”그는 그 문장을 처음에 썼다가 금세 지워버렸다.‘잘 지내요’라는 말은 이미 그가 묻지 않아도 답을 알고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유리는 잘 지내고 있었다.그것이 그에게는 무겁고, 서글프고, 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유리 씨, 이 도시는 여전히 아름다워요.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그 풍경 안에 당신이 없는 것이 가장 선명하게 다가와요.그는 고개를 살짝 떨궜다.그 문장은 감정을 묘사하기보다 그리움을 드러내는 문장이었고,그리움은 지금의 이현에게 허락되지 않은 종류의 감정 같았다.유리는 그를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그것은 결과였고, 선택이었고, 시간이 만든 아주 명확한 결론이었다.그는 다시 펜을 들어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우리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죠.나는 당신의 눈동자에서 마지막 마음을 읽을 수 없었고,당신은 내 침묵 속에서 어떤 확신도 찾지 못했을 거예요.그래서 아마, 끝까지 조심스러웠던 거겠죠.끝까지 외면했고, 끝까지 머뭇거렸고, 결국, 당신의 등을 잡지 못했어요.그는 문장을 멈추고, 오래도록 그 구절만 바라보았다.‘당신의 등을 잡지 못했다.’그 말은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하지 못한 고백이었다.그는 그녀를 믿지 못했고, 믿고 싶으면서도계속해서 과거와 타인의 그림자에 유리를 가둬두었다.그 모든 시간이 그녀를 지치게 했고, 결국엔 떠나게 만들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유리가 떠난 이유는 단지 어떤 여자의 귀환 때문이 아니었다.진짜 이유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 오랜 시간 동안이었다.그는 다음 문장을 조심스레 이어갔다.유리 씨, 나는 당신의 식탁이 왜 그토록 따뜻했는지를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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