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은 그날 아침, 호텔의 창가에 앉아 있었다.창문을 반쯤 열어둔 채 묵은 와인처럼 무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며,테이블 위 노트 한 권과 펜을 천천히 꺼냈다.이틀 전부터 쓰려 했던 편지였다.그는 수없이 첫 문장을 떠올렸고, 그보다 더 많이 지웠다.“유리 씨, 잘 지내요?”그는 그 문장을 처음에 썼다가 금세 지워버렸다.‘잘 지내요’라는 말은 이미 그가 묻지 않아도 답을 알고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유리는 잘 지내고 있었다.그것이 그에게는 무겁고, 서글프고, 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유리 씨, 이 도시는 여전히 아름다워요.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그 풍경 안에 당신이 없는 것이 가장 선명하게 다가와요.그는 고개를 살짝 떨궜다.그 문장은 감정을 묘사하기보다 그리움을 드러내는 문장이었고,그리움은 지금의 이현에게 허락되지 않은 종류의 감정 같았다.유리는 그를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그것은 결과였고, 선택이었고, 시간이 만든 아주 명확한 결론이었다.그는 다시 펜을 들어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우리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죠.나는 당신의 눈동자에서 마지막 마음을 읽을 수 없었고,당신은 내 침묵 속에서 어떤 확신도 찾지 못했을 거예요.그래서 아마, 끝까지 조심스러웠던 거겠죠.끝까지 외면했고, 끝까지 머뭇거렸고, 결국, 당신의 등을 잡지 못했어요.그는 문장을 멈추고, 오래도록 그 구절만 바라보았다.‘당신의 등을 잡지 못했다.’그 말은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하지 못한 고백이었다.그는 그녀를 믿지 못했고, 믿고 싶으면서도계속해서 과거와 타인의 그림자에 유리를 가둬두었다.그 모든 시간이 그녀를 지치게 했고, 결국엔 떠나게 만들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유리가 떠난 이유는 단지 어떤 여자의 귀환 때문이 아니었다.진짜 이유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 오랜 시간 동안이었다.그는 다음 문장을 조심스레 이어갔다.유리 씨, 나는 당신의 식탁이 왜 그토록 따뜻했는지를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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