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이현은 일찍 돌아왔다.손에는 작은 초콜릿 상자가 들려 있었다.“오늘 미팅이 잘 돼서요. 축하할 겸, 우리 둘이 좋아하던 거 사 왔어요.”유리는 초콜릿을 받아들고 작게 미소 지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오래 머물지 못했다.식사 후, 두 사람은 거실에서 조용히 와인을 마셨다.이현은 유리의 손등을 감싸며 말했다.“요즘 우리, 자주 서로를 놓치는 기분이에요. 가까이 있는데도 멀게 느껴져요.”그 말에 유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는 지금 그녀를 바라보며, 붙잡으려 애쓰고 있었다.그 마음이 너무 선명해서 그녀는 도리어 숨이 막혔다.“그럴지도 몰라요.”유리는 조용히 말했다.“그게 나 때문이라는 거… 알아요.”“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이현의 말은 한없이 부드러웠다.그 다정함이, 이제는 유리에게 상처였다.그날 밤. 유리는 처음으로 ‘이현 없는 삶’을 상상했다.그를 놓아주는 상상. 그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는 선택.그 상상은 차갑고, 아프고, 하지만 아주 조금, 해방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이불 속에서 조용히, 오래도록 울었다.그 울음은 어떤 말보다 정직한 자신의 고백이었다.파리의 겨울 햇살은 어제보다도 더 맑았다.하지만 그 빛이 부엌에 들이칠 때, 유리는 그것이 차갑다고 느꼈다.빛은 따뜻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자신은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그날 아침, 식탁엔 따뜻한 수프와 갓 구운 바게트가 놓여 있었다.이현이 준비한 식사였다.그는 정성스럽게 접시를 정리하고 작은 꽃병에 라넌큘러스를 꽂아두었다.겨울에도 꺾이지 않고 피어나는 꽃,그는 그것이 유리를 닮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유리는 그 식탁 앞에 앉지 않았다.“식사하세요. 금방 식겠어요.”이현이 부드럽게 말했지만, 유리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손끝만 테이블을 쓸고 있었다.“…입맛이 없어요. 잠깐만, 이따 먹을게요.”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고, 그 조용함 속엔 어딘가 무거운 것이 고여 있었다.이현은 조용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