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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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오롯이 나를 위한 식탁

유리는 말없이 커피 잔을 받아들었고 그 안에 담긴 온기를 천천히 느꼈다.그 후로 두 사람은 오래 말하지 않았다.서로의 옆에 앉아 굳이 채우지 않아도 되는 침묵을 나눴다.어떤 감정은 말보다 침묵 속에서 더 깊이 자라나는 법이다.유리는 이 조용한 공간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연습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끼고 있었다.그 감정은 설렘도, 동경도 아니었다.단지, 자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누군가의 눈 앞에서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민우는 먼저 일어섰다.“오늘도… 좋은 시간이었어요. 유리 씨 덕분에요.”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요. 덕분에… 많이 편했어요.”민우는 짧게 인사하고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그의 뒷모습이 멀어질수록 유리는 어딘가 가볍고, 어딘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그 감정은 아직 이름이 없었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 안에는 자신조차 모르게 무너져가던 ‘마음의 균형’이 담겨 있다는 것을.집에 돌아와 그녀는 테이블 위 이현의 컵과 자신이 남긴 메모를 바라보았다.그 자리는 그대로였지만 자신의 마음은 아침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앉아 민우의 말 한 구절을 떠올렸다.“어떤 혼자 있음은 누군가와 함께 있던 시간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줘요.”유리는 지금 그 혼자 있는 시간 안에서 새로운 감정의 윤곽을 조금씩 이해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사랑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면, 그 자리에 무언가 다른 이름의 마음이 살며시 머물러도 되는 걸까.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커피 향에 남아 있는 오늘의 바람을 들이마셨다.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작은 소리 하나가 부서지듯 피어났다.'나, 지금… 흔들리고 있어.'이른 아침, 파리의 창문 틈 사이로 가느다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그 빛은 조용하고 단정하게 거실 바닥을 쓰다듬었고,부엌의 은색 손잡이에 반사되어 마치 투명한 물방울처럼 반짝이고 있었다.유리는 그 빛 속에서 조용히 눈을 떴다.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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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일

파리의 회색 하늘 아래, 이현은 혼자였다.회사 기숙사의 작고 단정한 방,희미한 형광등 아래 놓인 얇은 책상과 무채색의 침대 시트는 그의 감정과 닮아 있었다.그는 유리의 곁을 떠나온 이후 단 한 번도 연락을 먼저 하지 않았다.그것이 배려라 믿었고, 시간이 그녀에게 필요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설득했다.하지만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는 점점 자신이‘기다리고 있는’ 쪽이 아니라 ‘잊혀지고 있는’ 쪽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맞은편 베개가 비어 있는 것을 보지 않아도 그녀의 부재는 또렷했다.그는 씻고 옷을 입고, 정리된 책상에 앉아 무의미하게 노트북을 켰다.일을 하다 말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그럴 때면 문득, 유리의 작은 습관들이 떠올랐다.말없이 냅킨을 곱게 접던 손끝, 식탁을 정리한 후에도 남은 소스를 아까워하던 웃음,자신은 맛보지 않고 이현의 표정을 먼저 살피던 시선.그것들은 지금 와서 어쩌면 사랑보다 더 이현의 하루를 지탱하던 것이었다.퇴근길, 그는 습관처럼 그들이 함께 걷던 거리를 피했다.한번은 무심코 두 사람이 함께 갔던 카페 앞을 지나쳤고, 창가 자리에 혼자 앉아 있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순간 숨을 멈춘 적도 있었다.물론 그녀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가슴 속이 어딘가 찢긴 듯 저려왔다.'나는… 그녀가 없는 하루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그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랐다가 그보다 더 무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혹시, 그녀는 이미 익숙해진 건 아닐까.’밤이 되어, 그는 조용히 침대에 앉았다.핸드폰 화면에는 마지막으로 나눈 문자 대화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유리 씨, 우리 조금 떨어져 있어요.내가 당신을 더 이해하고 싶어요. 기다릴게요. 언제든.그때는 진심이었다. 지금도 진심이었다.하지만 그 진심이 더는 닿지 않을 곳에 있다는 생각이 그를 무너뜨리고 있었다.그녀가 그 진심을 받아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면 아니,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면 그건 사랑의 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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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당신이 없는 나의 방식

유리의 웃음, 유리의 손끝, 유리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들.그는 이제 그녀가 스스로를 위해 떠난 것이라는 걸 안다. 그녀가 새로운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잠시 자신의 품에서 물러섰다는 것도 안다.하지만, 그녀가 웃고 있는 풍경에 더 이상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이현을 천천히 무너뜨리고 있었다.그는 조용히 침대 옆 메모지에 펜을 들었다.유리 씨. 묻지 않을게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언제부터 당신 곁에 있었는지.다만 한 가지만, 부디 잊지 말아줘요.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당신과 함께였다는 걸.그리고 그 시간이 나에게는 아직도 살아 있는 현재라는 걸. 그는 그 메모를 찢어 서랍 깊숙이 넣었다.결국 그 말도 전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어떤 감정은 소리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없던 것이 되지는 않는다.이현은 말하지 못한 감정의 무게를 안은 채 천천히 스스로를 향한 이해의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선택하지 않은 마음들이 이별을 만드는 날이 있다.그리고 그날은 언제나 늦게 온다.파리의 겨울은 생각보다 더 느리고 조용했다.사람들이 분주하게 지나가는 광장과는 달리 유리가 머무는 골목은 늘 한 박자 늦은 시간 속을 걷고 있었다.그 늦은 박자 속에서 유리는 자신을 재정비하고 있었다.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또렷하지 않았지만확실한 것은 이현이 없는 삶이 그녀의 일상 안에서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날 오후, 유리는 바람이 잔잔한 루브르 인근의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몇 장의 엽서를 손에 쥔 채, 그녀는 오래전 이현과 함께 다녀갔던 장소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첫 번째, 생미셸 다리. 그날, 당신은 내 손을 처음 잡았죠.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던 건 그 손이 너무 따뜻해서였어요.’‘두 번째, 몽마르트 골목. 작은 가게 앞에서 웃으며 먹었던 파운드케이크.내가 만들었을 때보다 맛있다고 말했던 그날 당신의 거짓말이 고마웠어요.’그녀는 적다 멈추고, 잠시 엽서를 무릎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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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은 바람

파리의 오후는 햇살도, 그림자도 모두 부드러웠다.차가운 바람 사이로 볕이 스며들며 사람들의 어깨를 적셨고,잎이 진 나무들 사이엔 조금 이른 새들이 머물다 날아갔다.유리는 작은 공원의 나무 벤치에 앉아 민우가 건넨 따뜻한 코코아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그녀의 손끝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온기를 통해 조금씩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기분이었다.민우는 무심한 듯 옆에 앉아 있었고,그 둘 사이에는 굳이 무언가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여백이 흐르고 있었다.그 침묵이 유리에게는 오히려 가장 솔직하고 편안한 말처럼 느껴졌다.“혹시…”민우가 말문을 열었다.“다음 주 주말, 시간 괜찮으세요?”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민우는 조심스럽지만 의외로 흔들림 없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남프랑스에… 아주 작은 바닷가 마을이 있어요. 제가 예전에 머물던 곳인데, 그냥… 같이 가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그 제안은 어떤 맥락도 요구하지 않았다.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 특별한 의미를 가져야만 한다는 부담도 없었고,유리가 거절해도 그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침착하게 받아들일 사람이란 걸 유리는 알고 있었다.“꼭 여행이라기보단… 잠깐 머물러보는 거예요. 다른 공기 속에서 다른 마음으로.”민우의 말은 늘 그렇듯 부드러웠다.유리는 그 말에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잔을 두 손에 감싼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푸른 하늘 아래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그 바람이 유리의 뺨을 지나 머리카락을 흔들며 마치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 가볍게 지나갔다.그날 저녁, 유리는 혼자 부엌에 앉아 작은 오렌지를 천천히 깎고 있었다.귤보다 조금 단단한 껍질, 손끝에 남는 시트러스 향기.그녀는 그 향을 들이마시며 민우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남프랑스의 바닷가. 잠시 머물러보자는 말.그건 어떤 고백도 아니었고, 어떤 약속도 아니었지만 묘하게 가슴을 두드리는 무언가가 있었다.그는 그녀를 데려가려는 게 아니었다.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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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그곳에서 피어나는 온도

기차는 느릿하고 조용하게 남쪽으로 달렸다.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점점 도시의 윤곽을 잃고부드러운 초록빛 들판과 작은 마을들의 풍경으로 바뀌어갔다.유리는 창가 자리에 앉아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언덕의 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민우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듯했지만 그의 시선은 종종 창밖 너머 그녀에게 닿고 있었다.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두 사람 사이엔 불편하지 않은 침묵이 흘렀다.그 침묵은 조심스러운 예의가 아니라, 스스로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인정과도 같았다.유리는 그 조용한 흐름 속에서 자신의 호흡이 한결 편안해졌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도착한 마을은 생폴드방스였다.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요한 절벽 위,돌담 사이로 라벤더 향이 희미하게 퍼지고, 햇살은 유난히 따뜻하고 부드러웠다.민우는 여행가방 대신 작은 백팩 하나를 들고 있었고,유리는 베이지색 스카프를 어깨에 둘러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살짝 눌렀다.“생각보다 조용하네요,”그녀가 말했다.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파리와는 전혀 다르죠. 여긴 시간을 오래 묵히는 곳 같아요.”그 말에 유리는 작게 웃었다.“오래 묵히는 시간… 그게 참 필요한 요즘이었어요, 저에게는.”게스트하우스는 작고 아담했다.나무로 된 창틀, 하얀 린넨 커튼, 테라스엔 작은 식탁과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짐을 풀고 잠시 쉬자며 들어선 방에서 유리는 침대 옆에 놓인 작은 꽃병에 시선을 두었다.하얀 들꽃이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 있었고, 그 무심한 아름다움이 이상할 정도로 마음을 가볍게 했다.민우는 방금 사온 바게트와 과일을 꺼내며 말했다.“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해요. 내일 시장에 가면, 좋은 해산물과 와인을 고를 수 있을 거예요.”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처음 보는 공간, 처음 쓰는 조리도구, 하지만 묘하게 익숙한 감각.그녀는 조심스럽게 채소를 썰기 시작했다.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테라스엔 바람이 불고 해는 천천히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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