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나고 난 파리의 첫 아침은, 의외로 조용했다.사람의 부재란, 유난히도 생활 속 구석진 곳에서 느껴지는 법이다.이를테면 조용히 물을 데우는 주전자 옆에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부엌,창가 커튼 사이로 스미는 햇빛이 한 방향으로만 기울어진 채 굳어 있는 식탁,그리고 그가 좋아하던 티백 하나가, 찬장 구석에 그대로 남겨져 있는 광경 따위에서.유리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 조용히 주방으로 향했다.가벼운 소음조차 그녀의 발끝에 붙은 먼지처럼 느껴질 만큼, 공간은 고요했다. 무언가를 끓이고 싶었다.그저 국물 하나라도 만들고 싶었다. 소리를 내고 싶었다.자신의 마음이 멈춰있지 않다는 증거를,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냄비에 물을 올렸다.민우가 마지막으로 남긴 다시팩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물 위에 띄웠다.물은 서서히 온도를 올리고, 다시는 천천히 그 안에서 숨을 쉬기 시작했다.무언가가 익어가는 냄새는 언제나 사람을 다독이는 힘이 있다.그건 마음의 표면을 덮고 있던 조용한 불안까지 덜어주는 힘이었다.식탁 위에는 된장국, 계란말이, 그리고 김치 한 접시가 놓였다.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누군가와 나눌 것도 없는 한 끼였지만,그녀는 아주 정성스럽게 식탁을 정리했다.숟가락과 젓가락의 각도를 맞추고, 국그릇이 기울지 않도록 물 수평까지 맞춰가며.그건 더 이상 외로움의 몸짓이 아니었다.삶을 가만히 다독이는 방식이었고, 그녀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위로의 기술이었다.유리는 조용히 앉아, 식탁에 손을 모았다.기도처럼, 혹은 기억을 더듬듯.그녀는 눈을 감고 오랫동안 익숙했던 온기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민우의 목소리, 웃음, 다정한 눈빛,그리고 그가 그려준 식사의 온도.그 온기들은 지금 식탁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었고, 비록 함께하지 않지만그는 여전히 그녀의 하루를 지탱하고 있었다.국 한 숟갈을 입에 넣었을 때,그 국물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부드러웠다. 민우의 다시팩에, 자신의 손끝이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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