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식당 문은 평소처럼 열리지 않았다.주방 조명도 꺼져 있었고, 문 옆엔 작은 메모 하나가 붙어 있었다.오늘 하루, 국 대신 서로의 손을 데우는 시간으로 쉽니다.유리는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이현이 조용히 건넨 따뜻한 차 한 잔,그리고 그 옆에 놓인 작은 쪽지.“오늘은 국 대신, 당신과 점심을 먹고 싶어요.”“무슨 날이에요?”이현은 대답 대신 유리의 가방을 챙겨 들었다.“아무 날 아니에요. 그래서 더 같이 있고 싶은 날이에요.”도심으로 향하는 길. 버스 안, 유리는 이현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이런 시간, 너무 오랜만이에요.”“당신이 식당 시작하고 나서 평일 낮에 나오는 건 처음이죠?”“응. 햇빛이 이렇게 부드럽게 떨어지는 줄 몰랐어요.”이현은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당신 손등엔 항상 국물이 닿아 있었잖아요. 오늘은 햇살이 닿게 하고 싶었어요.”도착한 곳은 둘이 처음 함께 밥을 먹었던 작은 골목 식당 거리였다.그때의 국, 그때의 테이블,그리고 서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그날의 공기가 살짝 겹쳐지는 느낌.“여기… 우리가 처음 같이 밥 먹은 식당이네요.”“응. 그날 당신이 국을 반쯤 남기고 몰래 쪽지 접어 넣었잖아요.”“기억해요?”“다음에 내가 끓여드릴게요. 그 쪽지, 아직 내 수첩 안에 있어요.”오늘 점심은 다른 식당에서가 아니라,근처 공원 벤치에서 이현이 싸온 도시락으로 준비됐다.연근조림, 달걀장, 그리고 유자가 살짝 스민 무생채.그리고 따뜻하게 보온병에 담긴 맑은 미역국.“내가 끓였어요. 조금 싱거워도 괜찮아요?”“당신이 국을 끓이면 내가 무조건 다 먹죠.”한 숟갈을 떠넣은 유리는 입 안 가득 퍼지는 맛에 가볍게 눈을 감았다.“…진짜 괜찮아요. 조용하고, 고맙고, 당신 마음 맛이에요.”식사를 마친 후, 둘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바람은 천천히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고, 햇빛은 유리의 머리카락에 작은 윤기를 남겼다.이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가끔 당신이 조금 멀어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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