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84

84 챕터

81. 함께 걸어도 괜찮다는 확신

“…유리 씨입니다. 같이 살고 있고, 내가 지키는 사람입니다.”그 말은 소개이자 경계였고, 동시에 선언이었다.유리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 시선 속에서 눈을 피하지 않았다.함께 나온 음식이 놓이고, 와인이 돌고, 형이 무심한 듯 건넨 말 한마디.“요리하신다면서요? 우리 이현이는 입맛이 까다로워서 버텨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유리는 웃으며 대답했다.“요리보다 더 어려운 건 이현 씨 마음이었어요. 입맛은… 오히려 쉬운 편이었고요.”순간, 짧은 정적이 돌았고 이현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들었죠, 형? 내가 이렇게 살고 있어요.”그 말에 누구도 더 이상 덧붙이지 않았다.자리에서 나오는 길, 엘리베이터 안 유리는 조용히 말했다.“…나, 잘했어요?”이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바라보다 짧게 대답했다.“아니. 예쁘게 했어요.”그 말은 외모에 대한 찬사도, 지나가는 농담도 아니었다.그녀가 자신의 세계 안에 스스로 서려고 애썼던 그 마음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그날 밤, 유리는 처음으로 ‘이현의 사람’이 아니라 ‘이현과 함께하는 사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그 자리는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걸어 들어간 자리였다.이제 그녀는 이현 곁에서 당당히 걷는 사람이었다.이현은 그날,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았다.꽃도, 반지도, 촛불도 없었다.그저, 햇살이 길어지고 따뜻한 바람이 처음 커튼을 밀고 들어오던 오후.유리가 만든 콩나물국을 조용히 먹고 난 뒤,식탁 위에 놓인 물컵을 가볍게 돌리던 순간.그때 그는 입을 열었다.“…유리 씨.”“네.” 유리는 물수건을 개다가 손을 멈췄다.“…이렇게 같이 있는 거, 너무 좋아요. 편하고, 익숙하고, 이젠 안 그러면 불안할 만큼.” 그 말은 늘 해오던 그의 고백 같았다.그러나 이어진 문장은 처음이었다.“그래서… 우리, 이걸 좀 더 정식으로 이어가보면 어떨까 싶어요.”유리는 손을 멈춘 채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이에요?”이현은 식탁에 손을 올린 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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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내 방식대로 말하면

유리는 그날, 빨래를 널고 돌아와 가만히 앉아 있었다.이현은 부엌에서 토스트를 굽고 있었고, 향긋한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지고 있었다.마당에 햇빛이 퍼지듯 느릿하고 평화로운 시간.그 조용한 틈에 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현 씨.”“네?”이현은 식빵을 뒤집으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나… 결혼이라는 거, 진짜 오래 싫어했어요.”그 말은 아무 예고 없이 그날 아침의 공기 위에 조용히 떨어졌다.이현은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유리는 그를 바라보지 않은 채 계속 말했다.“누군가에게 책임지고, 누군가에게 예외 없이 설명해야 하고,법적인 이름으로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거 나는 그게 너무 숨 막혔어요.”“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나로 남지 못할까 봐, 그게 더 무서웠고요.”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그녀의 말이 끝까지 흘러가도록 기다렸다.유리는 긴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당신이랑은, 뭔가를 묶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오래 같이 살고 있는 느낌이니까.”“그럼, 꼭 말로 내지르지 않아도 결혼이라는 것도 내가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그녀는 작게 웃었다.“그래서 오늘 아침에 세탁기 돌리면서 생각했어요.만약 결혼을 한다면, 당신이랑 같이 세탁망 사러 다니고, 수건 바꾸는 얘기 하면서 그게 우리만의 약속 같으면 그게 진짜 좋은 결혼 같다고.”그 말은 “결혼하자”는 대답이 아니었지만,“당신과 함께 걷겠다”는 가장 유리다운 방식의 대답이었다.이현은 그녀 쪽으로 천천히 걸어와 조용히 물었다.“…그럼, 우리 지금부터 결혼이라는 단어, 조금씩 일상에 섞어도 될까요?”유리는 잠시 웃었다.“…그 단어, 조금씩 써봐요. 하지만 너무 자주 쓰진 말아요.”“대신, 당신 옆에 있는 일은 매일매일 할게요.”그 말은 계약보다 더 단단하고 서약보다 더 부드러운 그녀만의 사랑이었다.그날, 이현은 처음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확신 하나를 품었다.이 사람과라면, 이 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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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호칭의 일상화

그날 밤, 서로의 이름이 처음으로 하나의 서류 안에 나란히 적혔고,그 글자보다 더 단단하게 그들은 서로의 삶 안에 묵직한 자리로 남았다.빨래를 널고 들어온 유리는 슬리퍼를 벗어놓고 주방 쪽으로 조용히 걸어갔다.싱크대 앞엔 이현이 서 있었다.손에는 감자를 깎고 있었고, 입가에는 익숙한 조용한 집중이 담겨 있었다.유리는 그의 옆에 선 채 작게 말했다.“왜 갑자기 감자조림이에요?”이현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칼질을 멈추지도 않은 채 답했다.“부인이 어제 단무지 하나 남기고 다 먹은 걸 봤거든요.”유리는 그 말에 손을 멈췄다.“…지금 뭐라 그랬어요?”그제야 이현이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부인.”그 말은 사전에도, 서류에도 존재하지만 두 사람의 일상 속에서는 처음으로 사용된 단어였다.유리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단어, 이상하게 안 어색하네요.”“원래 어색한 단어일 텐데 그냥… 지금은 딱 맞는 것 같아요.”이현은 진지하게 대답했다.“그 말,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불러도 된다는 게 이상하게 뿌듯해서.”유리는 싱크대에 기대어 말했다.“이현 씨가 이제 그런 이름 붙여도 되는 사람이란 게, 나도 괜찮아서 그래요.”그들의 웃음은 어떤 선언도, 기념도 없이 그저 조용히 생활의 틈으로 스며들었다.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유리는 이현의 옆에 다가가 작게 말했다.“그럼 나도 한번 불러볼까요.”이현이 고개를 들었다.“…뭐라고요?”유리는 살짝 기대듯 말했다.“남편.”그 말은 조금은 낯설었지만, 그 낯섦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이현은 작게 웃었다.“이름은 버리는 거예요?”“가끔은 이름보다 그런 게 더 따뜻하잖아요.”유리는 조용히 그의 어깨를 툭 쳤다.“그러니까 책임지세요. 감자조림도, 이 말도.”그 밤, ‘남편’과 ‘부인’이라는 단어가 처음 그들의 대화 속에 자리했고,그 이름들이 조금씩 서로를 부르는 방식이 되어가고 있었다.말은 이름을 만들고, 이름은 관계를 다듬는다.그리고 유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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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나란히 걷는 풍경

그 말에 유리는 순간 눈이 시큰해졌다. 그는 늘 그래왔다.자신보다 그녀의 주변과 속도를 먼저 살피고 단 한 번도 억지로 서두르지 않았다.언니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커피잔을 들었다.“…유리가 예전엔 누구를 데려오면 꼭 뭔가 포장해서 설명했거든.‘이 사람이 왜 괜찮은지’ ‘왜 믿어도 되는지’ 막 설명하느라 눈빛이 흔들렸었는데.”“오늘은, 네가 설명하지 않아서 더 믿음 가.”그 말은 언니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축복이었다.유리는 그 말을 듣고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고마워요, 언니.”이현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그 순간, 유리는 처음으로 가족에게 누군가를 보여주는 일이 무언가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같이 나누는 일’이란 걸 느꼈다.그날 밤, 집에 돌아온 유리는 식탁 위에 이현이 사둔 감귤을 깎으며 작게 말했다.“…우리 엄마는 아직 만나기 어렵대요.”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나는 지금처럼 하루하루 같이 살아가는 것도 이미 충분히 소중하니까.”유리는 그 말에 귤 조각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그럼 나도 하루하루 당신을 내 사람들한테 천천히 소개할게요.”그 말은 아직 닿지 않은 곳까지이현과 함께 걸어가겠다는 유리의 방식으로 꺼낸 가장 다정한 미래였다.“엄마가, 오늘 저녁 괜찮대.”유리는 그 말을 꺼내고 나서도 한동안 식탁 위 머그를 말없이 만지작거렸다.이현은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정말요?”“네.괜찮다고는 했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 정말 괜찮은 건지, 아니면 그냥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건지.”이현은 유리의 긴 숨을 지켜보다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덮었다.“유리 씨. 내가 가는 거잖아요. 당신 혼자 서 있는 자리 아니에요.”그 말에 유리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약속된 장소는 시내 외곽의 작은 반찬가게 옆 소박한 한식 식당이었다.유리는 식당 앞에서 이현과 잠깐 걸음을 멈췄다.“…여기, 내가 예전에 아르바이트했던 데예요.”“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에 손 벌리기 싫어서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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