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씨입니다. 같이 살고 있고, 내가 지키는 사람입니다.”그 말은 소개이자 경계였고, 동시에 선언이었다.유리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 시선 속에서 눈을 피하지 않았다.함께 나온 음식이 놓이고, 와인이 돌고, 형이 무심한 듯 건넨 말 한마디.“요리하신다면서요? 우리 이현이는 입맛이 까다로워서 버텨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유리는 웃으며 대답했다.“요리보다 더 어려운 건 이현 씨 마음이었어요. 입맛은… 오히려 쉬운 편이었고요.”순간, 짧은 정적이 돌았고 이현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들었죠, 형? 내가 이렇게 살고 있어요.”그 말에 누구도 더 이상 덧붙이지 않았다.자리에서 나오는 길, 엘리베이터 안 유리는 조용히 말했다.“…나, 잘했어요?”이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바라보다 짧게 대답했다.“아니. 예쁘게 했어요.”그 말은 외모에 대한 찬사도, 지나가는 농담도 아니었다.그녀가 자신의 세계 안에 스스로 서려고 애썼던 그 마음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그날 밤, 유리는 처음으로 ‘이현의 사람’이 아니라 ‘이현과 함께하는 사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그 자리는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걸어 들어간 자리였다.이제 그녀는 이현 곁에서 당당히 걷는 사람이었다.이현은 그날,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았다.꽃도, 반지도, 촛불도 없었다.그저, 햇살이 길어지고 따뜻한 바람이 처음 커튼을 밀고 들어오던 오후.유리가 만든 콩나물국을 조용히 먹고 난 뒤,식탁 위에 놓인 물컵을 가볍게 돌리던 순간.그때 그는 입을 열었다.“…유리 씨.”“네.” 유리는 물수건을 개다가 손을 멈췄다.“…이렇게 같이 있는 거, 너무 좋아요. 편하고, 익숙하고, 이젠 안 그러면 불안할 만큼.” 그 말은 늘 해오던 그의 고백 같았다.그러나 이어진 문장은 처음이었다.“그래서… 우리, 이걸 좀 더 정식으로 이어가보면 어떨까 싶어요.”유리는 손을 멈춘 채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이에요?”이현은 식탁에 손을 올린 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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