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 82. 내 방식대로 말하면

Share

82. 내 방식대로 말하면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7-04 11:55:08

유리는 그날, 빨래를 널고 돌아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현은 부엌에서 토스트를 굽고 있었고, 향긋한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지고 있었다.

마당에 햇빛이 퍼지듯 느릿하고 평화로운 시간.

그 조용한 틈에 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현 씨.”

“네?”

이현은 식빵을 뒤집으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나… 결혼이라는 거, 진짜 오래 싫어했어요.”

그 말은 아무 예고 없이 그날 아침의 공기 위에 조용히 떨어졌다.

이현은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유리는 그를 바라보지 않은 채 계속 말했다.

“누군가에게 책임지고, 누군가에게 예외 없이 설명해야 하고,

법적인 이름으로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거 나는 그게 너무 숨 막혔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나로 남지 못할까 봐, 그게 더 무서웠고요.”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말이 끝까지 흘러가도록 기다렸다.

유리는 긴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당신이랑은, 뭔가를 묶어서 설명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Pinakabagong kabanata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24. 두 사람의 온도를 닮은 국물

    그가 떠나고 난 파리의 첫 아침은, 의외로 조용했다.사람의 부재란, 유난히도 생활 속 구석진 곳에서 느껴지는 법이다.이를테면 조용히 물을 데우는 주전자 옆에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부엌,창가 커튼 사이로 스미는 햇빛이 한 방향으로만 기울어진 채 굳어 있는 식탁,그리고 그가 좋아하던 티백 하나가, 찬장 구석에 그대로 남겨져 있는 광경 따위에서.유리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 조용히 주방으로 향했다.가벼운 소음조차 그녀의 발끝에 붙은 먼지처럼 느껴질 만큼, 공간은 고요했다. 무언가를 끓이고 싶었다.그저 국물 하나라도 만들고 싶었다. 소리를 내고 싶었다.자신의 마음이 멈춰있지 않다는 증거를,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냄비에 물을 올렸다.민우가 마지막으로 남긴 다시팩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물 위에 띄웠다.물은 서서히 온도를 올리고, 다시는 천천히 그 안에서 숨을 쉬기 시작했다.무언가가 익어가는 냄새는 언제나 사람을 다독이는 힘이 있다.그건 마음의 표면을 덮고 있던 조용한 불안까지 덜어주는 힘이었다.식탁 위에는 된장국, 계란말이, 그리고 김치 한 접시가 놓였다.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누군가와 나눌 것도 없는 한 끼였지만,그녀는 아주 정성스럽게 식탁을 정리했다.숟가락과 젓가락의 각도를 맞추고, 국그릇이 기울지 않도록 물 수평까지 맞춰가며.그건 더 이상 외로움의 몸짓이 아니었다.삶을 가만히 다독이는 방식이었고, 그녀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위로의 기술이었다.유리는 조용히 앉아, 식탁에 손을 모았다.기도처럼, 혹은 기억을 더듬듯.그녀는 눈을 감고 오랫동안 익숙했던 온기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민우의 목소리, 웃음, 다정한 눈빛,그리고 그가 그려준 식사의 온도.그 온기들은 지금 식탁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었고, 비록 함께하지 않지만그는 여전히 그녀의 하루를 지탱하고 있었다.국 한 숟갈을 입에 넣었을 때,그 국물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부드러웠다. 민우의 다시팩에, 자신의 손끝이 더해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23. 다시, 혼자만의 식탁

    아침 공기는 유난히 맑았다.파리의 겨울은 아직 눈을 뿌리지 않았지만,공기엔 뭔가 끝을 향해 가는 계절의 기척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유리는 손에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들고 천천히 공항으로 향했다.민우는 떠나는 날, 별다른 인사를 청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저 자신이 보내고 싶어서 이 길을 걷고 있었다.한 계절을 함께 보낸 사람을 그냥 보내는 건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 일처럼 느껴졌기에.공항의 출국장은 여느 때처럼 붐볐지만 유리는 그 속에서도 민우의 모습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차분한 회색 코트, 검은 여행 가방 하나.그는 늘 그래왔듯 사람들 속에서도 조용히 서 있었고시간을 서두르지 않는 사람처럼 그곳의 공기마저 천천히 감싸 안고 있었다.그녀를 발견한 민우는 놀란 듯, 그러나 따뜻한 미소로 손을 들어 보였다.유리는 걸음을 멈춘 채 작게 인사를 했다.그 사이, 아무 말도 없었다.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품고 있었다.“올 줄은 몰랐어요.”민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와야 할 것 같았어요.”유리는 조용히 대답했다.“인사는, 보내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니까요.”그 말에 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엔 고마움도, 아쉬움도, 그리고 조금의 미련도 담겨 있었지만 무엇보다 깊은 다정함이 천천히 번져 있었다.유리는 손에 쥔 종이봉투를 그에게 내밀었다.“이거… 길에서 배고플까 봐, 작은 도시락이에요. 마지막 식사는 함께 못하지만 그래도… 제 손끝을 기억해줬으면 해서.”민우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았다.종이 너머의 따뜻함이 그의 손가락을 데우는 것처럼 느껴졌다.“유리 씨의 요리는 앞으로도 오래 기억날 거예요. 맛 때문이 아니라… 그 순간들을 함께 먹었기 때문이죠.”그 말은 요리라는 형식을 빌린 가장 깊은 감정의 고백이었다.탑승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민우는 작은 숨을 들이쉬고 말없이 유리를 바라보았다.그녀도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마주했다.그들 사이엔 이름 대신 감정이, 말 대신 기억이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22. 오늘 저녁의 맛으로 남길 약속

    파리의 겨울 저녁은 해가 빠르게 기울고 있었다.하루가 반쯤 남은 듯 보였지만하늘은 이미 짙은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고,가로등의 불빛은 아직 저녁이 되기도 전부터 작은 따뜻함을 흘리고 있었다.민우는 유리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오늘 저녁, 한 번만 더 같이 식사할 수 있을까요? 이번엔… 제가 조금 더 정성을 들여볼게요.”그 말은 어쩌면 소박한 제안이었지만, 유리의 마음 한쪽엔 작은 떨림으로 스며들었다.‘한 번만 더’그 단어에 스친 뉘앙스, 이별이나 결심 같은 것들.그녀는 문득, 무언가가 마무리를 준비하는 감정을 그 짧은 문장에서 느꼈다.그러나 동시에, 그게 꼭 슬픈 의미만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피어났다.민우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커튼을 살짝 걷은 창가에는 조용한 촛불이 켜져 있었고,작은 조명등들은 은은하게 주방과 식탁을 비추고 있었다.식탁 위에는 조심스럽게 정리된 수저 세트와직접 접은 냅킨, 그리고 무언가 따뜻한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이건…?”유리가 묻자 민우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소고기무국이에요. 집에서 늘 먹던,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은 국.”“근데 향이… 이상하게 마음을 눌러요. 좋은 쪽으로요.”그녀의 말에 민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누군가를 위한 식탁이란 게 꼭 거창할 필요는 없잖아요. 기억나는 맛이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두 사람은 마주 앉아 뜨거운 국을 나누며 말없이 시간을 씹었다.그 식사는 조용했지만 따뜻했고,말이 없어도 충분히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한참 후, 유리는 손에 쥔 숟가락을 조용히 내려놓고 민우를 바라보았다.“민우 씨, 오늘 왜 마지막처럼 말했어요?”그 물음은 그녀가 애써 감춰두었던 불안의 실마리를 드러내는 말이었다.민우는 그 말에 잠시 시선을 내리고 천천히 대답했다.“사실… 파리에서의 일정이 다음 주로 마무리돼요.회사로부터 연락이 왔고, 본사 복귀가 결정됐어요.”그 말은 짧았지만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21. 말없이 수화기를 꽉 쥐는 밤

    그날 오후, 유리는 시장에서 돌아와 작은 택배 박스를 열고 있었다.거기엔 한국에서 온 식자재와 함께 작은 메모 하나가 들어 있었다.‘이따금 네 요리가 그리워진다.몸은 괜찮니? 우리도 이제는 서로의 이름을 조금은 다정하게 부를 수 있기를.’그 짧은 글은 유리의 어머니가 보낸 것이었다.그녀는 잠시 박스 안의 검은콩을 꺼내 들고 있었다.손에 닿는 단단한 감촉,그 위로 부드럽게 흐르는 먼지들.그 속엔 말보다 오래된 시간들이 조용히 스며 있었다.전화는 저녁 무렵 울렸다.익숙한 번호, 하지만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곳.“유리야, 오랜만이다.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20. 그림자의 이름, 그리고 불안

    파리의 아침은 조용히 밝아왔다.가느다란 햇살이 창문 너머 얇은 커튼을 타고 방 안으로 스며들고, 그 부드러운 빛이 유리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그녀는 아직 식사를 준비하지 않은 채 이른 시간부터 작은 찻잔을 손에 쥔 채 앉아 있었다.주전자에서 피어오르던 허브차의 향도 이상하게 오늘은 마음을 진정시켜주지 못했다.전화벨이 울린 건 아침 아홉 시를 조금 넘긴 무렵이었다.+82로 시작하는 번호. 낯익지만, 익숙하지 않은 번호.유리는 망설였다.그리고 그 짧은 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그리운 기색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19. 지금 이 시간에 그 질문은 조금 불리합니다

    그날 아침, 민우는 유리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저녁, 같이 요리해보지 않을래요? 한국 음식, 정말 오랜만에 해보고 싶어요.”그 말은 단순한 제안 같았지만, 유리의 마음엔 작고 따뜻한 파문을 남겼다.누군가와 함께 요리를 만든다는 일은 단순한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그것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었고,기억을 꺼내는 일이었고,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가장 부드러운 고백이기도 했다.민우의 집 주방엔 오랜만에 쌀과 간장, 참기름 냄새가 감돌았다.두 사람은 장을 보고 돌아온 재료를 하나하나 꺼내 정리하고 있었다.무순, 애호박, 두부, 계란,그리고 직접 빚어볼 만두용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4. 뒤돌아선 발끝

    식당 안은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웠다.단골손님들은 슬쩍 눈치를 주고받으며 수군거렸고,어떤 아줌마는 “저기 사장님 남친이세요?”라며 장난을 쳤다.유리는 “아니라고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국자를 들었다가,아줌마들이 깔깔 웃는 소리에 입술을 꾹 다물고 물만 내렸다.“유리 씨 인기 많네. 장사 잘하겠다.”이현이 팔짱을 풀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유리는 국자로 찌개를 저으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아 진짜… 저 인간은 왜 저러지…”저녁 무렵, 문득 식당 안에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문틈 사이로 들어선 한 여자의 실루엣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3. 선 긋는 건 너였는데

    아침 공기가 아직 서늘한데도 유리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주방에서 채소 써는 소리가 경쾌하게 퍼져나가지만, 그녀의 마음은 어쩐지 분주하고 어지러웠다.칼끝으로 리듬을 타는 손놀림은 점점 빨라졌고, 심장이 그것보다 먼저 뛰고 있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었다.‘설마 오늘은 안 오겠지. 아니, 저 진상님도 적당히 해야지… 설마 또?’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골목 바깥에서 웅성거림이 몰려들었다.평소보다 훨씬 큰 소음에 유리는 머리를 홱 돌려 주방 창으로 달려갔다.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2. 설명 없는 떨림

    새벽 공기를 뚫고 부엌 창문 틈으로 겨우 스며드는 첫 햇살에, 유리는 눈을 찡그리며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손끝에 아직 따뜻함이 채 가시지 않은 빗자루의 감촉이 남아 있었고, 어젯밤 그 황당한 남자의 얼굴이 자꾸 머릿속을 떠올랐다.‘미친놈인가…’스스로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렸지만, 그때 느꼈던 묘한 울렁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단순히 분노에서였을까? 아니면, 낯선 사람의 강렬한 눈빛이, 생각보다 오래 가슴 한가운데 남아 있었던 걸까.유리는 스스로를 향해 얼굴을 찌푸리며 부엌으로 향했다.익숙한 동작으로 칼을 쥐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 미친놈인가?

    S그룹 본사 최상층 회장실, 그 문 앞 복도에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셰프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흰 셰프복에 단정한 모자, 은빛이 번쩍이는 조리도구, 완벽히 플레이팅된 요리가 놓인 쟁반을 양손으로 받쳐 든 모습은 그 자체로 일종의 퍼레이드 같았다.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초조함이 엉켜 있었고, 뺨에는 굳은 미소가 어색하게 걸려 있었다.복도를 채운 공기는 마치 숨조차 삼키기 두려운 듯 묵직했고,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 위를 긁는 미묘한 소리와 낮고 단호한 남자의 목소리는 그 공기를 더욱 팽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