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집주인 방식이라면서요?”그의 말에 유리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내가 더 오래 살아봤으니까.”그녀의 말은 처음으로 ‘이 집’을 ‘우리 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은근한 고백이었다.식사 후, 둘은 나란히 작은 마당 의자에 앉아 햇살을 맞았다.무언가 특별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하지만 그 정적은 함께라서 편안했고, 같아서 다정했다.유리는 햇살을 받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나누는 건 처음이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이현은 그런 유리 옆에서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작은 잎사귀를 툭, 떼어냈다.그녀는 그 손끝의 사소한 움직임조차 마치 ‘돌봄’처럼 느껴졌다.그날 하루, 그들은 장보는 리듬, 요리하는 순서,햇살을 맞는 각도까지 서로의 방식에 맞춰 하루를 완성해나갔다.그리고 그 하루는 다음에도 반복되기를 바라는 소중한 리듬이 되었다.‘같이’ 라는 말이 이제 생활이 되어가고 있었다.조용한 오후. 빨래를 널고, 함께 요리를 하고,점심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두 사람은 마당으로 나갔다.햇살은 느슨했고, 공기엔 은은한 바질 향이 떠 있었다.유리는 마당 끝 작은 의자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식히고 있었고,이현은 그 옆에서 책 한 권을 펼쳐 들고 있었다.그런 오후는 이제 일상이 되었고, 서로에게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그런데 유리는 문득 조용한 톤으로 입을 열었다.“…이현 씨.”“응.”“혹시… 나 아니었으면 누구랑 같이 살았을 것 같아요?”그 말은 질투도, 시험도 아니었다.그저 가볍게 던진 말,스스로도 왜 그런 질문이 나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하지만 그 말은 고요하던 공기 한 가운데에 돌 하나를 던진 듯 작게 파문을 남겼다.이현은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췄다.“…왜 그런 질문을 해요?”유리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그냥, 당신이 이렇게까지 노력하고 기다렸던 이유가정말 ‘나’여서였는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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