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그 순간, 무엇보다 자신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걸 느꼈다.예의 바른 말투, 격식을 갖춘 제안,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이현’이라는 이름.“죄송하지만, 저는 제 공간에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하고 싶어요.”유리는 단호하진 않았지만, 확실한 태도로 말했다.채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럴 거라고 예상했어요.”그녀의 마지막 미소는 마치 확인하고 싶었던 대답을 들었다는 듯했다.그날 저녁. 이현은 가게에 들렀고, 유리는 그를 맞이하며 특별한 말 없이 물을 내왔다.“오늘… 채린 씨 다녀가셨어요.”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었어요. 채린한테 연락 왔더라고요.”“식사 괜찮으셨대요. 요리도… 만족하셨고요.”“그럴 거예요. 유리 씨 요리니까.”잠시 정적이 흐른 뒤, 이현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혹시… 불편하셨어요?”유리는 조금 망설였지만 곧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불편하진 않았어요. 그냥… 잘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말투나, 시선이나… 전 그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서요.”이현은 그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문 채 조용히 유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사람은 내 기억 속 한 시절의 친구일 뿐이에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입니다.”그 말에 유리는 고개를 숙였다.따뜻했지만, 그보다 더 조심스러운 무게가 실린 말이었다.“혹시 오늘 저녁 시간 괜찮아?”채린은 짧은 메시지 하나를 남겼다.이현은 문자창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딱 한 줄, 답장을 보냈다.‘식사 자리는 불편할 것 같아. 일로만 봤으면 좋겠어.’보내기까지는 짧았지만, 그걸 결정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날 오후. 이현은 사무실에서 회의가 끝난 뒤 잠시 머리를 식히려 건물 옥상에 올라섰다.도심 아래는 여전히 분주했고, 찬바람이 코끝을 차갑게 스쳐갔다.생각보다 채린은 여전히 변함없었다.겉으로는 단정하고 이성적이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를 본능적으로 재고,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그 틈으로 파고들 줄 아는 사람
最後更新 : 2026-06-17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