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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51 - チャプター 160

298 チャプター

제151화

여긴 안전하지 않았다. 남우는 필요한 말만 짧게 꺼냈을 뿐,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할머니가 나더러 오라고 하셨어. 할머니가...”말을 끝내기도 전에 남우의 표정이 굳었다. 남우는 은희를 거칠게 밀쳐 냈다.탕!총알 한 발이 남우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가 금세 셔츠 소매를 붉게 적셨다.“뛰어!” 남우는 은희의 손을 잡아끌고 커다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은희는 남우의 상처를 두 손으로 세게 눌렀다. 따뜻한 피가 손가락 사이로 계속 배어 나왔다.“울지 마.” 남우가 다치지 않은 손을 들어 은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 괜찮아.”“누가 나 구해 달랬어?”은희는 목이 메어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한 채 허둥지둥 치맛자락을 찢어 남우의 팔을 감쌌다. “피가 이렇게 많이 나잖아.”멀리서 격렬하게 몸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우의 경호원들은 이미 습격자들과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남우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은희를 등 뒤로 감쌌다. “여기서 나가야 해.”은희는 멀리 불타 버린 집을 바라봤다. 가슴이 답답하게 짓눌렸다. 이것 역시 강씨 집안이 보내는 경고였다.‘맞아. 저쪽은 진작부터 나한테 경고했어. 그 경고를 무시하고 멈추지 않은 건 나야.’그래도 이번에 완전히 헛걸음한 건 아니었다. 은희는 노트를 손에 넣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희는 부축하다시피 남우를 데리고 병원으로 돌아왔다.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병원 복도에 가득했다. 은희는 응급실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남우가 안으로 들어간 지 벌써 30분이 지났다. 찢어진 은희의 치맛자락에는 아직 남우의 핏자국이 선명했다.상처 자체는 심하지 않았지만 출혈량이 많았다.“은희야!”민영순이 휠체어를 타고 급히 다가왔다. 은희는 부득이하게 남우의 부상 소식을 알리긴 했지만 모두에게 할머니에게만큼은 절대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어째서인지 민영순은 이미 소식을 듣고 있었다.“할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남우가 다쳤다는데 나한테까지 숨기려고 했어?”민영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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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강씨 집안 혼자서 정말 이런 일까지 벌일 수 있는 걸까?’은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눈물이 제멋대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남우는 아직 병실에 누워 있었고, 민영순 역시 몸이 성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섭이 병원으로 달려왔다.숨을 몰아쉬던 이섭은 은희를 보자마자 양어깨를 붙잡고 다친 곳이 없는지 위아래로 살폈다.“괜찮으세요? 고 대표님의 외할머님 댁에 불이 났다면서요? 고 대표님이 습격당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이섭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소식을 듣고 적잖이 놀란 기색이었다.은희는 고개를 젓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전 괜찮아요. 하남우가 절 구하다 다쳐서... 아직 병실에 있어요...”이섭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젠 저도 꼭 말씀드려야 할 게 있어요. 이번 일, 제 아버지가 저지른 걸 수도 있어요.”은희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섭의 입으로 직접 듣고 나니 마음이 묘하게 무거워졌다.이섭이 강씨 집안을 상대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어도 결국 강씨 집안 사람이었다. 그래서 은희에게는 아직 작은 의심이 남아 있었다.또 이번 사건의 배후가 정말 강한철이라면, 그동안 자신에게 경고를 보내온 사람 역시 강한철일 가능성이 컸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은희가 낮게 물었다. 이섭이 아무 근거도 없이 친아버지를 지목할 사람은 아니었다.이섭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확인해 본 것이 있었기에 꺼낸 말이었다.“오늘 아침에 우연히 아버지가 서재에서 부하랑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뒤처리 깔끔하게 해’라고 하는 말이 있었어요.”“그땐 저도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방화를 준비하면서 한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렇다면 강한철이 직접 손을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다만 은희에게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외할머니의 옛집으로 갈 시간은 당일에 정한 것이었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민영순뿐이었다. 남우조차 모르는 일이었다.남우 역시 민영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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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은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노트를 빠르게 넘겼다. 그 안에는 아버지가 생전에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기록되어 있었다.강한철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펼치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역시 강씨 집안에 관한 내용이 있어!’“강한철은 어릴 때부터 연기를 좋아했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법을 배웠다.”은희는 나직이 글을 읽어 내려갔다. 강한철의 성대모사 능력은 꽤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었다.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정교하게 흉내 낼 수 있다면 결정적인 때에 그 방법으로 누군가를 속이거나, 심지어 자신의 행적까지 감췄을 가능성도 있었다.은희는 노트를 덮었다. 외할머니의 집은 불에 타 버렸지만, 그곳에 아직 다른 단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특히 강한철의 과거와 관련해서는 당시 차량용 블랙박스나 주변에 설치돼 있던 다른 촬영 장치에서 작은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몰랐다.‘여기서 손 놓고 괴로워하느니 직접 움직이는 편이 낫겠어.’은희는 외할머니의 집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다만 이번에는 혼자 움직일 생각이었다.자신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지는 건 원하지 않았다. 특히 이섭만큼은 더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이섭은 이미 은희를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했다. 더는 이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었다.은희는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조용히 병원을 빠져나왔다.이번에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가기로 했다. 그래야 상대의 눈에 덜 띌 것 같았다.옷차림과 분위기도 평소와 다르게 바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했다.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은희는 곧장 폐허가 된 외할머니의 집으로 가지 않았다. 먼저 주변에 사는 이웃을 찾아갔다.은희의 기억에 외할머니 옆집에는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다.문을 두드리자 할머니가 나왔다. 은희를 한참 바라보던 할머니는 다행히 아직 은희를 기억하고 있었다.“혹시... 은희니?”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네, 할머니. 저 은희예요. 여쭤볼 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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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은희는 걸음을 재촉해 뒤따라오는 사람을 따돌리려 했지만, 상대는 좀처럼 포기할 기색이 없었다.예전에 삐었던 발목이 아직 욱신거렸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이대로 계속 뛰기만 해서는 안 돼!’앞쪽에는 수풀이 빽빽하게 우거진 숲이 길을 가리고 있었다.은희는 이를 악물었다. 저 안으로 들어가 뒤의 추적자를 따돌릴 생각이었다.숲으로 발을 들이자 발밑의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부서졌다.다만 은희는 저 사람들이 이 근처 곳곳에 미리 사람을 깔아 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때 숲 사이에서 검은 그림자 몇 개가 튀어나와 은희를 에워쌌다.“고은희 씨, 괜한 힘 빼지 마시죠.” 앞에 선 검은 옷의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은희는 손에 든 금속 상자를 세게 움켜쥐었다. 머릿속으로 도망칠 방법을 빠르게 계산했다.‘일단 시간을 끄는 게 제일 나아.’“강한철 회장이 보냈죠? 괜히 애쓰지 마세요. 증거는 벌써 따로 보관해 뒀어요. 제가 죽어도 전부 공개될 겁니다.”검은 옷의 남자들은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은희는 몇 걸음 물러나다가 등을 굵은 나무에 기대게 됐다.상대는 은희의 말에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했다.“물건을 넘기세요. 그러면 고생을 좀 덜어드리겠습니다.”다른 남자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물건을 넘기라고?’은희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노트였다. 하지만 노트에 적힌 내용은 직접적인 증거라고 보기 어려웠다.‘설마...’은희의 시선이 손에 들린 금속 상자로 떨어졌다.겉으로만 보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상자였다. 원래라면 저 사람들이 찾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하지만 상대가 이 상자에 저토록 집착한다는 사실 자체가 답이나 다름없었다. 그럴수록 상자가 중요한 물건이라는 뜻이었다.“싫어요!”은희는 이를 악물고 금속 상자를 품에 끌어안은 뒤 몸을 돌려 숲 깊숙한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잡아!” 뒤에서 검은 옷의 남자가 거칠게 소리쳤다.은희는 남은 힘을 전부 끌어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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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저들은 일 처리가 치밀했다. 지금 다른 길을 찾아 아래로 내려오고 있을 수도 있었다.은희는 손을 내려다보다가 금속 상자가 사라진 걸 알아챘다.주변을 급히 살피던 은희는 몇 미터 떨어진 풀숲에서 찌그러진 상자를 발견했다.높은 곳에서 떨어진 탓에 상자는 심하게 변형돼 있었다.은희는 바닥을 기어가 부서진 상자의 조각들을 주워 모았다.저 사람들이 이 상자를 빼앗으려고 죽일 듯 쫓아오지 않았다면 은희도 이 물건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랐을 터였다.은희는 다친 몸을 끌고 근처에 숨어 있는 작은 동굴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동굴은 깊지 않았지만 당장 몸을 숨기기에는 충분했다.은희는 차가운 바위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온몸의 통증이 너무 심해 의식을 붙잡고 버티는 것도 힘들었다....남우는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은희부터 찾았다.하지만 은희는 곁에 없었다.‘내가 은희를 구하다 다쳤는데, 본인은 또 어디로 사라진 거야?’‘강이섭이랑 간 거야, 아니면 하세준이랑 붙어 다니는 거야?’남우는 옷을 챙겨 입자마자 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는 계속 갔지만 은희는 받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다시 걸어도 연락은 닿지 않았다.옆에 있던 영은은 은희가 병원을 나갔다며, 아마 이섭을 찾아간 것 같다고 은근히 부추겼다.‘강이섭, 또 강이섭!!’‘왜 자꾸 강이섭 이름만 들리는 거지?!’그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이섭이 들어왔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남우는 이섭이 자신의 상처가 걱정돼 찾아왔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남우가 따져 묻기도 전에 이섭이 먼저 말을 끊었다.“하 대표님, 고 대표님이 없어졌어요!”이섭은 숨을 몰아쉬며 다급하게 외쳤다.“뭐라고요? 은희가 없어졌다고요?”이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인맥만으로는 은희의 행방을 찾기 어렵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제가 고 대표님이 갈 만한 곳은 전부 찾아봤는데 없어요. 혼자 움직인 것 같아요. 아니면 제 아버지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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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남우는 강씨 저택 앞에 서서 차갑게 안쪽을 바라보다 초인종을 눌렀다.은희의 외할머니 집 쪽은 이미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했다.하지만 은희가 아직 그곳에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이번 일이 강씨 집안과 관련돼 있다면 지금쯤 은희가 강한철에게 붙잡혀 있을지도 모른다.붙잡혀 있지 않더라도 은희의 실종과 강씨 집안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그래서 이번에는 남우가 직접 찾아왔다.‘고은희 때문에 온 건 아니야. 할머니 때문이지.’민영순은 은희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면 충격으로 다시 몸이 나빠질 게 뻔했다.잠시 뒤 문이 열리고 강씨 집안의 집사가 단정한 차림으로 서서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하 대표님, 어쩐 일이십니까? 회장님께서는 서재에 계십니다.”남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강씨 집안의 넓은 거실로 들어갔다.평소 남우는 이 집에 거의 발을 들이지 않고, 강씨 집안과 사업상 오가는 일도 많지 않았다.서재 문이 열리자 책상 뒤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던 강한철이 고개를 들어 남우를 바라봤다.“하 대표, 귀한 분이 이런 누추한 데까지 오셨군요. 오늘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남우는 책상 앞까지 걸어가 강한철을 똑바로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묵직한 압박감이 실려 있었다.“회장님, 오늘은 두 집안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얘기를 좀 해 볼까 해서 왔습니다.”강한철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팔짱을 꼈다.“그렇습니까? 하 대표께서 새로 생각하신 사업 아이템이 있나 보군요.”하씨 집안과 강씨 집안이 그동안 손을 잡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두 집안이 노리는 사업 분야가 대부분 겹쳤기 때문이다.매번 같은 업계에서 순위 다툼을 해 왔으니 편하게 협력할 기회가 생길 리 없었다.강한철도 남우와 손을 잡는 것 자체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하씨 집안의 젊은 총수인 남우가 먼저 양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남우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사업 얘기 전에 하나 여쭤보죠.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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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회장님께 뭘 따지러 온 건 아닙니다. 아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셨으면 해서 온 겁니다.”강한철은 잠시 입을 다문 채 남우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가로 걸어가 남우에게 등을 보였다.“하 대표, 요즘 길이 좋지 않더군요. 자칫하면 크게 넘어질 수도 있으니 밖에 다니실 때 조심하셔야겠습니다.”“피곤하군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시죠.”강한철이 말한 ‘길’은 분명 단순히 길의 상태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무언가를 돌려 말하고 있었다.“알겠습니다.”남우는 담담하게 답한 뒤 몸을 돌려 서재를 나왔다.‘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라는 뜻만은 아니야. 은희와 관련됐다는 뜻이다.’역시 강한철은 무언가 알고 있었다.강씨 저택을 나서자마자 남우는 곧바로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은희 외할머니 집 근처 산길을 전부 확인해. 특히 사람이 ‘넘어질 만한’ 곳부터 집중적으로 찾아. 작은 흔적 하나도 놓치지 마.”전화를 끊은 남우는 강씨 저택 앞에 그대로 서서 눈을 가늘게 좁혔다.“길이 안 좋고, 넘어지기 쉽다...”‘제발 내가 생각하는 뜻은 아니어야 할 텐데.’은희 외할머니의 집 주변에는 실제로 산길이 몇 갈래 있었다. 지형이 험하고 가파른 곳이 많아 사고가 나기 쉬웠다.은희가 정말 그곳으로 갔다면 단서를 찾다가 누군가에게 쫓겨 산길 안쪽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저 여자 진짜...’‘왜 한 번도 사람 말을 듣는 법이 없지. 늘 혼자 움직여서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고은희, 제발 무사해라.”남우는 이를 악문 채 중얼거리고 차로 향했다. 직접 은희 외할머니의 집 근처를 수색할 생각이었다....같은 시각, 은희는 동굴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온몸의 통증을 견디고 있었다.의식은 점점 흐려졌고 머릿속에는 지나간 일들이 조각조각 떠올랐다.남우는 산길을 따라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발밑에 흩어진 돌과 마른 나뭇가지 때문에 한 걸음 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총상을 입은 뒤 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 이미 기운이 빠져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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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또 혼자 움직였어? 너 내가 얼마나...”남우는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할머니가 너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타박하는 말투였지만 걱정도 감출 수 없었다.은희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미안해.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마. 할머니 또 충격받으시면 안 돼.”“또 하나. 마사지하는 법은 정말 하나도 못 배웠네.”은희는 자신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못 할 말이 있다고 느꼈다.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고, 이내 은희의 눈이 다시 감겼다.남우는 크게 놀라 은희를 바로 안아 들었다. “고은희, 정신 차려!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자!”남우는 동굴 밖으로 뛰어나가 구조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빨리요! 구급차 부르세요! 응급 처치가 필요합니다!”구조대원들은 곧바로 움직였다. 한 사람이 119에 신고하는 동안 남우는 은희를 들것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방금 그 말은 대체 무슨 뜻이야. 마사지하는 법을 하나도 못 배웠다니?’‘맞아. 내가 제대로 배웠다면 아까 고은희를 도울 수도 있었을 텐데.’하지만 그건 남우와 영은 사이에서만 있었던 일이었다. 은희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설명되지 않았다.‘설마...’남우의 머릿속에 섬뜩한 가능성 하나가 떠올랐다.“고은희, 너 절대 잘못되면 안 돼...”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다. 의료진은 은희를 빠르게 차 안으로 옮겨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남우는 은희 곁에 앉았다. 시선은 줄곧 은희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하 대표님도 다치셨습니다. 상처를 먼저 처치해야 합니다.”의료진 한 명이 남우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남우는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습니다. 제 아내부터 살펴 주세요.”의료진은 더 권하지 못하고 은희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다.남우는 여전히 은희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눈을 감고 기억을 하나씩 더듬었다.구급차가 빠르게 달리는 내내 남우의 마음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은희가 응급처치실 안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보자 남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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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네... 알았어요.”영은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고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전화가 끊기자 영은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처음에는 세준에게 추궁당한 것만으로도 최악의 소식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세준이 마지막에 한 말이야말로 정말 끔찍한 소식이었다.‘남우가 왜 또 의심하기 시작한 거야?’‘이번에 진실을 알아내면 난 끝장이야.’“안 돼...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영은은 이를 악물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우가 진실을 알아내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수술실 밖에서는 초조한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남우의 인내심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시선은 한 번도 닫힌 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마침내 수술실 위의 표시등이 꺼지고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선생님, 제 아내는 어떻습니까?”남우는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환자분이 높은 곳에서 추락했습니다. 겉으로는 치명적인 외상이 크게 보이지 않지만 내부 장기에 소량의 출혈이 있고 뇌진탕 증상도 있습니다.”“필요한 처치는 마쳤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일정 기간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이었다.남우는 그제야 조금 숨을 돌렸다. 그래도 은희가 크게 다쳤다는 사실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팽팽하게 긴장돼 있던 몸에서 힘이 조금 빠졌다. “감사합니다.”의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남우는 병실로 들어갔다. 은희는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여전히 안색은 창백했지만 호흡은 훨씬 안정돼 있었다.남우는 침대 곁으로 가 은희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고은희, 넌 정말 사람 애먹이는 데 재주가 있다... 그래도 다행이야. 살아 있어서.”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영은이 들어왔다.영은의 손에는 보온병 하나가 들려 있었다.“남우야, 은희 씨가 다쳤다는 얘기 듣고 와 봤어.”남우는 고개를 들어 영은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넌 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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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은희가 아직 깊이 잠든 사이 남우는 영은을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 은희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문도 조심스럽게 닫았다.복도는 조명이 어두웠고 공기 중에는 소독약 냄새가 배어 있었다.남우는 굳은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남우야.” 영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서운한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너... 혹시 뭔가 짚이는 게 있어?”남우가 대답하지 않자 영은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내가 혹시 하면 안 될 말이라도 했어? 그것 때문에 네가 뭔가 오해한 거라면 정말 미안해.”이건 남우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이 남아 있어 함부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정말 은희가 먼저 물어본 거야?”영은은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은희 씨가 먼저 물어봤어. 나도 처음엔 갑자기 마사지에 왜 관심을 가지나 싶었어. 몸 관리에 도움이 되는 걸 배우고 싶다고 하길래 별생각 없이 얘기해 줬고.”남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 영은의 설명을 머릿속에서 천천히 맞춰 보는 듯했다.은희가 의식을 잃기 전에 남긴 말을 다시 떠올리자, 일부러 그 이야기를 꺼냈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고은희...”남우가 이를 악물고 낮게 중얼거렸다. “역시 또 수를 쓴 거였어.”그 말을 듣자 영은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너무 화내지 마. 은희 씨도 잠깐 판단을 잘못했을 수 있잖아. 아무래도 너한테... 마음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고.”“응.”영은은 짐짓 은희를 감싸는 척했지만 남우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짧게 답한 뒤 영은에게 돌아가 쉬라고 했다.‘고은희, 너 정말 갈수록 선을 넘고 있어.’‘쓰러지기 전까지 일부러 그런 말을 해서 날 헷갈리게 만들어?’‘게다가 늘 위험한 일에 제멋대로 뛰어들고 있고...’생각을 정리한 남우는 직접 은희를 간호하지 않았다. 대신 전담 의료진을 따로 붙였다.민영순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은희를 돌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스스로 되뇌었다.은희는 며칠 동안 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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