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유도 없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정작 슬프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고,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빈 듯한 느낌만 남았다.“이게 그 시술 후유증인가...”은희는 혼잣말하며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을 닦았다. 기억이 사라진 뒤에도 몸이 반응한다는 것만으로, 과거의 고통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한편 은희는 고씨 집안의 사업에도 다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기억의 일부를 잃기는 했지만, 예전에 남겨 둔 영상을 통해 자신에게도 운영하던 회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문제는 관련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은희는 회사 자료를 하나씩 읽어 현재 경영상태를 파악했고, 임원들과도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은희가 자리를 비운 동안 고씨 집안의 사업은 일부 정체돼 있었지만, 다행히 큰 타격까지 입지는 않았다.그 사실에 은희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누군가 뒤에서 회사를 지탱해 준 흔적도 분명했다. 다만 누가 도운 건지는 알 수 없었다.은희는 예전처럼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통유리 앞에 서서 따뜻한 커피가 든 머그잔을 들고,창밖으로 이어진 빌딩과 복잡한 도심 풍경을 내려다봤다.다시 일을 시작한 뒤 하루는 바쁘게 흘러갔다.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는 일도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다.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회사 입구에 낯선 남자가 서서 은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시선이 지나치게 집요하고 날카로워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래도 은희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 데스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하 대표님이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직원의 말에 은희는 잠깐 멈칫했다.‘하 대표?’현재 은희의 기억 속에 그 직함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영상에서 본 남우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아까 자신을 바라보던 남자가 남우였던 모양이었다.“안 만난다고 전해줘.” 은희는 망설임 없이 차분하게 답했다.[그런데 대표님... 하 대표님이 꼭 뵙겠다고 하십니다. 대표님이 만나 주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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