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Chapter 111 - Chapter 120

161 Chapters

제111화 — 손을 안 댄 사람

조성달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눈이 그녀의 얼굴에서 장주련 비석으로, 다시 얼굴로 옮겨 갔다."…아닙니다."그가 먼저 한 말이 그것이었다."사람 잘못 보신 겁니다. 저는—""조성달 씨."이름을 부르자 그가 입을 닫았다.서지안은 그가 왜 저러는지 알았다.이 사람은 열다섯 살 여울의 얼굴을 모른다. 그때 정비소에서 마주친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 얼굴은 안다. 차를 맡기러 오던 손님이었으니까.고모도 언젠가 그 얼굴을 두고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죽은 새언니와 너무 닮았다고."제 어머니 이름이 저 비석에 있어요.""…예.""그 옆에 있는 이름이 제 본명이에요."조성달의 어깨가 내려갔다. 서 있기가 힘들어진 사람의 움직임이었다."십오 년 전 조사에서 두 문장만 답하셨어요. 정비는 정상적으로 했다. 브레이크 쪽은 손대지 않았다."서지안이 한 걸음 다가섰다."감정서에 이상 소견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고가 났어요. 저는 차를 몰라서, 그게 어떻게 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조성달이 아주 낮게 말했다."…손을 댄 게 아니라, 안 댄 겁니다."바람에 국화 잎이 한 장 떨어졌다."패드가 다 닳아 있었습니다. 갈아야 하는 상태였어요. 저는 안 갈고, 청구서에는 정상이라고 썼습니다."서지안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십오 년 동안 그 서류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한 흔적이 아니라 하지 않은 흔적이었다. 그런 것은 종이에 남지 않는다."…빗길이었습니다."조성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그 사모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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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 소이야

조성달의 진술 조사는 사흘 뒤로 잡혔다.증언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과 실제로 검사 앞에 앉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 사흘 동안 그가 마음을 바꿀 이유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었다.그때까지 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법무팀장은 안전한 곳에 옮기자고 했고, 서지안은 반대했다."옮기면 저 사람은 오늘 밤에 도망가요. 십오 년 동안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에요. 자리를 빼면 무너져요.""그러면요.""정비소에 그대로 두고, 그 골목에 사람을 붙이세요. 지키는 게 아니라 보이게요."한정우가 그 골목에 사람 둘을 붙였다. 조성달이 아침에 셔터를 올리는 것과 저녁에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낯선 차가 들어오면 사진을 찍는 조건이었다.이틀째 저녁에 낯선 차가 한 번 들어왔다가 나갔다. 손님 차였다.그 사흘 동안 다른 일이 있었다.토요일이 면접교섭 날이었다.가지 말라고 할 수 없는 날이었다. 지난주에 그 자리에 윤세라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서지안은 법무팀에 한 번 물어봤다. 면접교섭 자리에 제3자를 데려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고.답은 이랬다.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어렵다고. 불편한 것과 위험한 것은 법에서 다르다고.아이 이름은 서아한테서 들었다.그 밤에 이불 속에서 잠들기 전에 아이가 한 번 더 말했다. 이름이 소이래. 윤소이.여덟 살은 이름을 외웠고, 엄마는 성을 먼저 들었다.윤씨였다. 강민호가 아직 자기 아이로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그 여자는 회장실까지 아이를 안고 와서 아빠가 누구인지 말했다. 그런데 서류에는 안 올렸다.서지안은 그때 그것이 잠깐 이상했다. 그리고 오래 붙들지 않았다. 그 집 일이었다.서지안은 아이를 카페 앞에 내려 주고 두 시간을 근처에서 기다렸다. 예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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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 귀한 아들

조성달의 진술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네 시간이 걸렸다. 그가 나와서 처음 한 말은 담배를 하나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끊은 지 오래됐습니다. 그냥 물어본 겁니다."돌아오는 차에서 법무팀장이 말했다."진술 자체는 충분합니다. 다만 상대가 부인하면 결국 진술 대 진술입니다.""계좌하고 등기가 있잖아요.""돈이 오간 건 증명됩니다. 그렇지만 그쪽은 그걸 자문료라고 할 겁니다. 지시가 있었다는 건 저 사람 입뿐입니다.""부인하겠죠.""당연히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쪽 변호인은 회장님이 직접 묘지까지 찾아가신 걸 걸고 나올 겁니다. 정비소가 당신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서 한 진술이라고요."서지안은 창밖을 봤다. 예상한 답이었다.그래서 그날 묘지에서 정비소가 그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고, 어머니 일은 시효가 끝났다는 것도 말했다. 받을 것도 없고 면할 것도 없는 사람의 말에만 무게가 생긴다.그날 오후, 회장실로 강도현이 왔다.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가 들어오면서 외투를 벗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요?""아니."그가 소파에 앉았다. 서류 가방을 무릎에 그대로 올려놓았다.서지안은 그 모습을 잠깐 봤다. 이 사람이 가방을 안 내려놓을 때는 하나였다. 하지 않을 말이 있는 날이었다."선배.""응.""가방 내려놓으세요."그가 잠깐 멈추다가 가방을 옆에 놓았다."…뭐가 있었는지 말해 주세요.""별거 아니야.""그러면 더 말하기 쉽겠네요."강도현이 짧게 웃었다. 웃고 나서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버지가 사람을 보냈어."서지안은 그 말에 잠깐 멈췄다."…아버지요."십오 년을 알았는데, 이 사람이 자기 집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부도가 났던 집이라는 것도, 그 빚을 이 사람이 스무 몇 살에 다 갚았다는 것도 서지안은 다른 사람 입으로 들었다.이 사람이 일으켜 세운 집이었다. 그 집이 지금 이 사람에게 사람을 보냈다."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셨겠네요."강도현이 그녀를 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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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 안 산 물건

이튿날 아침 9시에 법무팀장이 뛰어 들어왔다."정비소에 명도 통보가 갔습니다.""…뭐라고요.""건물주 법인 명의로요. 3일 안에 비우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제 오후 발송입니다."서지안이 날짜를 봤다. 조성달이 검사 앞에 앉아 있던 시간이었다."…네 시간 만에 알았다는 거네요.""그쪽에도 사람이 있는 겁니다."법무팀장이 목소리를 낮췄다."진술 조사 일정은 우리 쪽 여섯 명하고 검찰 쪽 사람들만 알았습니다.""여섯이 정확히 누구예요."법무팀장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저하고 한정우 실장. 진술서 초안 잡은 우리 팀 변호사 둘. 그리고 정비소 골목에 나가 있던 두 사람입니다."서지안은 그 여섯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골목에 나간 둘은 한정우가 직접 골라 보낸 사람들이었다. 변호사 둘은 이번에 처음 이 사건 서류를 읽었다.그러면 남는 얼굴이 둘이었다.떠올리자마자 그 생각을 지웠다. 그런데 지우는 데 시간이 걸렸다.이 여자와 싸울 때는 늘 이랬다.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지난번에 유상증자 초안이 새어 나갔을 때도 재무팀 여섯 명을 놓고 계좌를 뒤졌다. 범인은 나왔고 그 싸움은 이겼다.그런데 그 뒤로 반년 동안 그 팀에서는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이기고도 잃는 것이 있었다."한무현 씨한테 부탁하세요. 여섯 명 계좌하고, 최근 두 달 동선이요. 본인들 모르게요.""…알겠습니다.""저도 넣으세요."법무팀장이 그녀를 봤다."…회장님을요.""제 계좌부터 열라고 하면, 나머지 다섯은 아무 말도 못 해요."3일 안에 비운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것을 다 치운다는 뜻이었다.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3일 뒤에 조성달은 정비소를 잃는다. 그러면 재판에서 저쪽 변호인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사람은 가게를 빼앗기고 나서 입을 연 사람이라고. 앙심으로 지어낸 말이라고.어제 법무팀장이 걱정한 것이 그거였다. 그 여자는 그 걱정을 사실로 만들어 주려고 통보를 보냈다. 종이 한 장으로 장부를 없애고, 동시에 증인을 못 믿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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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 파는 이야기

그날 밤 10시에 서지안은 법무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진 보셨죠.""예. 저도 방금 받았습니다.""저 변호사들이 윤세라 씨를 왜 만나요. 저 여자한테 받을 게 뭐가 있어요.""…진술서입니다."법무팀장은 이미 생각해 둔 얼굴로 답했다."고모님은 지금 오태식 씨 살해 지시 하나로 갇혀 있습니다. 그 재판에 저희가 넣으려는 게 조성달 씨 진술입니다. 십오 년 전부터 이런 사람이었다는 정황이요.""…""그쪽은 그걸 못 들어가게 막아야 합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그 진술을 회장님이 만들어 냈다고 하는 거예요.""제가 사적으로 복수하고 있다고요.""예. 그러려면 회장님한테 당했다고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회사 사람은 안 됩니다."서지안은 창밖을 봤다.어머니 일은 시효가 끝났으니 저쪽은 그 사실을 다툴 필요가 없었다. 조성달의 진술이 재판에 못 들어가게만 하면 됐다.그 이야기에 배역이 하나 비어 있었고, 윤세라가 그 자리에 앉겠다고 손을 든 것이었다."그 여자가 뭐라고 쓸까요.""쓸 건 많습니다. 회장실에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아이 몫을 달라고 했더니 남이라고 했다. 면접교섭 자리까지 사람을 붙였다."서지안은 그 세 줄을 들으면서, 세 줄이 다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거짓말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세 줄만 모아 놓으면 서지안이 다른 사람이 됐다.이튿날 아침 회의에서 서지안이 먼저 말했다."윤세라 씨는 상대하지 않을게요."법무팀장이 고개를 들었다."그러면 진술서가 그대로 들어갑니다.""그 진술서가 힘을 갖는 조건이 하나예요. 저 아이가 강민호 씨 아이라는 것.""…그건 사실 아닙니까.""서류에는 없어요."방 안이 조용해졌다."출생신고에 아버지 이름이 안 올라갔어요. 아이 성이 윤씨예요.""그게 저 여자한테 왜 약점입니까.""저 여자는 그 아이가 강민호 씨 아이라는 걸 앞세워서 다녀요. 그런데 서류로 그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법무팀장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법정에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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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 4시

전화를 끊고 서지안은 한참 서서, 학교 이름을 왜 줬는지 생각했다.사진 한 장이면 기사는 하나로 끝난다. 그런데 학교를 알면 등교하는 아이도 하교하는 아이도 다 찍힌다. 그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윤세라가 그걸 알고 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준 사람은 그 여자였다.서지안은 서아 방문을 조금 열어 봤다.아이는 이불을 반쯤 걷어차고 자고 있었다. 발끝이 나와 있었다. 마음 편히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계속보길... 그런생각만이 가득해 졌다. 이불을 올려 주고 문을 닫았다.그러고 나서 홍보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매체하고 기자 이름 알려 주세요.""…밤에 움직이시는 건 위험합니다. 압박으로 보입니다.""압박 안 해요. 누구인지만 알아 두려고요."십 분 뒤에 문자가 왔다. 매체 이름과 기자 이름이 있었다.서지안은 그 매체를 알고 있었다.삼 년 전 주주총회 앞에서 강민호 인터뷰를 실었던 곳이었다. 딸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재벌 회장 힘에 짓밟혔다는 그 인터뷰였다.그 인터뷰를 기획한 사람은 고모였다. 그리고 그 기사를 받아 쓴 곳이 여기 이 매체였다.우연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고모 쪽은 늘 한 번 써 본 곳을 다시 썼다.아이 걱정에 잠을 설친 서지안은 두 시간 남짓 자고 일어났다.일어나자마자 학교 행정실 열리는 시각부터 확인 후 기다려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교장이 직접 받았다."서아 어머니십니까. 이른 시간에 무슨 일로…""어제 학교에 낯선 문의 전화가 오지 않았나요."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예. 저녁에 두 통 왔습니다.""뭐 라고 물었는지 알수 있을까요.""학예회가 언제인지, 외부인이 들어갈 수 있는지요.""교장 선생님. 정문에서 신분 확인 좀 강화 해 주실 수 있을런지요.""물론 신분 확인은 합니다. 그런데 서아 어머니."교장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그날은 저희도 인원이 부족합니다. 선생님들이 다 강당에 들어가 계시고 강당에서도 인원체크가 이루어져야 해서요. 정문에 경비 선생님과 추가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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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 처리된 얼굴

차가 아직 지하 주차장에 있을 때 기사가 올라왔다.서지안은 뒷자리에서 화면을 열었다.사진이 먼저 보였다. 카페 창가였다. 서아가 무릎에 아기를 앉히고 웃고 있는 그 사진이었다.아이 얼굴은 흐리게 처리돼 있었다. 서지안은 그것을 두 번 확인했다. 옆얼굴이 뭉개져 있었고 눈도 입도 알아볼 수 없었다.숨이 조금 놓였다.그런데 세 번째로 봤을 때 다른 것이 보였다.의자 등받이에 노란 가방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에 서아가 문구점에서 삼십 분 넘게 고르다가 산 것이었다. 옆에 자석으로 붙이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이름은 안 보였다. 그런데 그 가방을 같은 반 아이들은 다 알았다.얼굴을 가려도 그 반에서는 알아본다.서지안은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기사 중간에 인터뷰가 있었다. 이름은 A씨였다.『아이가 반지하에 삽니다. 같은 아버지를 뒀는데요.』『회장님은 저한테 남이라고 하셨어요.』두 줄 다 사실이었다.그리고 기사 맨 밑에 서지안이 쓴 한 줄이 있었다.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실려 있었다.제목은 인터뷰에서 나왔다. 반지하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다.홍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제목 보셨어요.""…예.""눈에 띄지 않게 가장 밑에 실을거면서, 저 한 줄은 왜 실었을까요.""안 실으면 저희가 항의할 명분이 생깁니다. 실어 놓고 맨 아래에 두면 실은 게 됩니다."서지안은 그 말을 이해했다.읽는 사람은 제목과 첫 문단만 본다. 맨 아래에 있는 문장은 실려 있으면서 없는 것이었다."…다음은 뭐가 나와요.""보통은 하루 쉬고 후속을 냅니다. 후속에 쓸 게 있으면요.""쓸 게 있을까요.""…학교가 있습니다."집에 들어갔을 때 서아는 거실에 있었다.음악을 틀어 놓고 손을 잡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엄마를 보고 한 번 웃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또 돌았다."엄마. 나 오늘 열 번 연습했어.""열 번이나.""근데 세 번은 틀렸어."아이가 손가락 세 개를 세워 보였다. 그러다 손을 내렸다."엄마.""응.""오늘 학교에 아저씨들 왔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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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 서명

이튿날 아침에 학교 이름이 돌기 시작했다.기사에는 없었다. 그런데 기사 아래 댓글에 있었고, 학부모들이 쓰는 인터넷 방에도 있었다."막을 수 있어요?""댓글은 신고하면 지워집니다. 그런데 지우는 동안 또 올라옵니다."홍보실장의 목소리가 지쳐 있었다."한 사람이 계속 쓰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옮기는 겁니다. 처음 쓴 사람을 찾아도 이미 퍼진 건 안 없어집니다.""학부모 방에는 뭐라고 올라와 있어요.""…아이 반까지 적혀 있습니다."서지안은 창가에서 걸음을 멈췄다."반까지요.""3반이라고요."맞았다.기사에는 학교도 반도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둘 다 있었다."…그건 기자가 준 게 아니네요.""예. 학교 안에서 나온 겁니다. 아이들 반은 학부모만 압니다."전화를 끊고 서지안은 한참 앉아 있었다.학교 이름은 밖에서 들어갔고, 반은 안에서 나왔다. 아이 옆에 있는 어른 중 누군가가 그걸 옮겼다.반을 옮겨 적은 사람은 나쁜 마음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우리 반 아이가 기사에 나왔다는 걸 알고 놀라서 썼을 수도 있었다.그래도 결과는 같았다.11시에 강민호가 전화를 걸어왔다.먼저 걸어온 것은 처음이었다."…어제 기사 봤어.""네.""세라가 그런 말 한 거, 나는 몰랐어.""알아요."서지안은 그 말을 빨리 지나갔다. 사과를 받으려고 전화를 받은 게 아니었다."할 말 있으신 거죠."수화기 너머에서 숨을 한 번 쉬는 소리가 났다."…어제 세라가 어디 갔다 왔어.""어디요.""변호사 사무실. 강남에 있는 데.""…""종이에 이름 쓰고 왔어. 나한테 보여 줬어. 자랑처럼."서명했다는 뜻이었다.법무팀장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다만 하루 빨랐다."뭐라고 쓰여 있었어요.""…세 줄까지는 나도 봤어. 회장실에서 나가라고 했다는 거, 남이라고 했다는 거, 카페에 사람 붙였다는 거.""그다음은요."강민호가 잠깐 말을 못 했다."…그다음 줄이 이상했어.""뭐라고요.""회장이 우리 애 출생신고를 못 하게 막았다고 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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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 셔터

아침 회의는 서류 한 장으로 시작했다.법무팀장이 그것을 책상에 올려놓았다."저쪽에서 낸 겁니다. 조성달 씨 진술을 재판에서 빼 달라는 신청입니다.""이유가 뭐예요.""세 가지입니다. 십오 년 동안 피고인 쪽에서 돈을 받아 온 사람이라 믿을 수 없다. 가게를 잃게 되자 앙심으로 진술했다. 그리고 JL 회장이 직접 찾아가 압박했다.""두 번째는 자기들이 만든 거잖아요. 명도 통보를 보낸 쪽이 저쪽인데요.""예. 그런데 신청서에는 그걸 누가 보냈는지가 안 적혀 있습니다.""부품 명세는요.""안 건드립니다. 못 건드리니까요.""…그러면 우리가 이기잖아요.""물증은 이깁니다. 그런데 저쪽이 노리는 건 물증이 아닙니다. 진술한 사람을 못 믿게 만드는 겁니다. 그 사람이 흔들리면 물증만 남고, 물증만으로는 지시가 있었다는 게 안 나옵니다."조성달이 흔들리면 다 무너진다는 뜻이었다.법무팀장이 나가고 한무현이 들어왔다. 밤을 새운 얼굴이었다."여섯 명 계좌하고 두 달 동선입니다.""네 명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급여 말고 들어온 돈이 없고, 만난 사람도 평소와 같습니다.""둘이 남았네요.""예. 한 사람은 법무팀 변호사인데, 큰돈이 들어온 건 장모 계좌에서 온 전세 보증금이었습니다. 다만 진술 조사 이틀 전에 강남에서 혼자 결제한 기록이 있습니다.""다른 한 사람은요.""정비소 골목에 나갔던 두 사람 중 하나입니다. 김선호와 같은 부대에서 이 년 근무했습니다."서지안이 고개를 들었다.김선호는 학교 앞에 세워져 있던 렌터카를 빌린 사람이었다. 흥신소를 하고 있었고, 삼 년 전까지 JL 총무팀에 있다가 자료를 밖으로 빼서 나갔다."연락한 기록은요.""이 년 동안 통화 한 번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에 두 사람이 같은 시각에 같은 지하철역을 지났습니다."증거는 아니었다. 지하철역은 하루에 십만 명이 지난다.그런데 하필 그 두 사람이었다."더 보시는 데 얼마나 걸려요.""2주쯤입니다. 통신 기록은 저희가 못 봅니다."2주는 늦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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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 접견

서영애 접견 신청은 그 밤에 넣었다.법무팀장은 반대했다."지금 가시면 저쪽이 회장이 구치소까지 찾아와서 압박했다는 카드로 쓸 수 있습니다.""기록에 남죠.""남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기록에 남는 게 나아요."서지안은 그렇게 말했다."윤세라 씨 진술서, 열람 신청 넣어 놓고 며칠째 못 받고 있잖아요.""…예.""고모한테 물으면 그 종이에 뭐가 들어갔는지 오늘 알 수 있어요. 부인을 하든 웃든, 어느 대목에서 그러는지를 보면요."법무팀장이 더 말하지 않았다.이튿날 오전 10시 40분에 서지안은 대기실에 앉아 번호를 받았다.십오 년 전에 서영애는 서지안의 학교 참관 수업에도 왔다. 어머니가 회의로 못 오는 날에 대신 와서, 맨 앞줄에 앉아 손을 흔들었다. 그 손을 보고 열두 살이 안심했다.어머니를 죽게만든 범인에게 조금 이라도 애정이 서려진 것 같은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오래 불편했다.번호가 불렸다.오전 11시, 서지안은 접견실에 앉았다.유리 너머로 서영애가 들어왔다.넉 달 만이었다.가르마 쪽부터 흰머리가 올라와 있었다. 염색을 못 하는 곳이었다.손톱이 짧게 깎여 있었다. 늘 손질하고 다니던 손이었다. 화장을 안 한 얼굴은 처음 봤다.그런데 눈은 그대로였다."…왔네.""네.""살이 빠졌구나. 애 엄마가 그러면 안 되는데."서지안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열다섯 살 때까지도 서영애는 늘 그렇게 시작했다. 걱정하는 말투로 사람을 자기 아래에 놓았다."기사 보셨어요?""여기서도 신문은 본다. 다들 네 기사만 봤지."서영애가 웃었다."우리 여울이가 이제 그런 것까지 겪는구나.""그 이름 안 쓰셔도 돼요.""내가 부르는 게 싫으면, 그 이름은 왜 아직 서류에 그대로 두고 있니."서지안은 잠깐 말을 멈췄다.어머니 사망 서류가 아직 사고로 되어 있었다. 서여울이 죽은 사람으로 되어 있는 서류도 그대로였다.서영애는 그 두 장이 아직 그대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모. 아니, 서영애 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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